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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을 지운다

반을 지운다

파란시선-0013이동
이범근 | 파란 | 2017년 07월 29일   저자/출판사 더보기/감추기
리뷰 총점10.0 리뷰 1건 | 판매지수 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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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품목정보
발행일 2017년 07월 29일
쪽수, 무게, 크기 107쪽 | 176g | 128*208*20mm
ISBN13 9791187756088
ISBN10 118775608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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혼자 우는 모임

혼자 우는 모임에 왔습니다 혼자 울고 싶었으니까 수 세기 전 역병을 데려온 성자(聖子)도, 헤어진 남자의 유치를 뽑아 온 여자도 있었습니다 다들 기분,이라는 말을 쓰지 않아 기분이 좋았습니다

침엽수림을 짊어지고 온 절름발이 배관공은 숲으로 들어가 울기 시작했습니다 남자가 기댄 낙엽송과 측백나무, 가지를 털 때마다 후드득 떨어지는 영하의 사연들은 짐승의 것이 아닌 발자국들을 지웠습니다

남자는 한 나무 곁에 오래 기대지 않고 가문비나무에서 잣나무로, 전나무에서 고사목 둥치로 울음을 옮겨 가며 숲의 골격을 맞추었습니다 남자의 울음이 떠나갈 때 나무는 낙엽을 털어 부은 발을 덮었습니다

버려진 늑대 새끼를 핥아 주는 순록들의 입김 희미한 숲길, 고목은 남자의 울음이 스민 흙 속으로 느린 뿌리를 내밀고 더 빳빳해진 잎사귀들은 늑대의 귀를 닮아 갔습니다

혼자 우는 모임에 왔습니다 혼자 울고 싶었으니까 엄마가 입던 스웨터를 한 올 한 올 풀고 있는 아이는 숲 속 남자의 눈 색깔을 모릅니다 우리는 어깨 너머로 흐느낌을 배웠기에 올이 다 풀려 버린, 스웨터가 있던 허공을 껴안습니다

털갈이를 시작한 늑대들의 숨결 흩날리는 숲은 은빛입니다 ***


무화과

꿈에 이가 많이 빠졌다

오래 기르던 개를 끌어안는다

묽은 눈을 끔뻑이며

잇몸으로 내 손목을 문다

개에게 손목을 먹인다

종이학처럼 귀를 세운 채

어디선가 봉숭아 꽃잎 빻는 소리를 듣는 새벽

개의 눈동자에 묘목이 자란다

손목이 깊은 폐에 닿는다

깨진 질그릇들이 피에 엉겨 붙는다

세숫물에 노파의 틀니를 씻는 소녀 곁에서

꽃을 잃었다

거울 앞에서 크게 웃지 않는다 ***


환절기

혜는 나를 사랑한다
매일 밤 구운 꽁치에 독한 술을 마시자 하고
내 옆에 누워 기린처럼 잠든다
젖은 수건이 마르고 있는 아랫목 쪽으로 목을
길게 늘어트린 채
밤새도록 입을 쩝쩝거린다
꿈속에서, 멸종된 나뭇가지에 피어난
잎사귀를 씹고 있는지
차갑고 싸한 풀 냄새를 베개에 흘린다
성에가 유리창을 꽉 붙드는 아침
내 이빨에 낀 푸르스름한 비린내도
미지근한 하품도 사랑한다
혜가 나의 하품 속으로 천천히 들어와
언 손바닥을 녹일 때
혓바닥 아래엔 맑은 침이 고인다
올해는 꼭 발가락이 다섯인 딸을 낳자고
연습장에다 내 코를 그린다
식은 방바닥에 납작하게 엎드린 혜가
나만을 사랑하는 동안
십일월의 첫눈이 내린다
혜는 유리창에 손가락을 대고
마른버짐만 한 바깥을 만든다
낮은 담장 위의 눈발과
새의 몫이었던 가지 끝 열매들
쌀벌레처럼 흔들리는
풍경은 풍경 속에서 투병 중이다
혜는 나를 사랑한다
--- 본문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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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아는 이범근은 사람이 좋다. 앓지도 방황하지도 않는 인간성은 어디에도 없다는 점에서, 좋은 사람이 좋은 시를 쓴다고 말해야 할 것 같다. 그런 그의 정신을 사로잡는 이들은 아픈 사람이거나 갇힌 사람, 심지어 없는 사람들이다. “머릿속에 살던”(「백색왜성」) 이 사람들은 우리 곁에 있으나 우리가 모르는 이들이다. 늙은 어머니나 어린 고아나 떠난 연인은 그러나, 모두 산 사람들이다. 산 자는 고통 속에 있다. 이 고통을 어떻게 앓을까. 아니, 이들의 고통이 ‘나’의 고통을 부르는 게 아니라 ‘나’의 고통이 이들의 존재를 필요로 한다고 해야 할 듯하다. ‘나’의 고통과 남의 고통은 “얼굴”과 “얼굴의 반”(「십일월처럼」)처럼, 다시없을 “혜”와의 ‘뒹굶’(「수메르」)처럼 한 몸을 이루고 있다. 이 혼란과 신열의 지점에서 시집의 말들은 자주 몽유(夢遊)의 기록이 되거나, “혼자 우는 모임”(「혼자 우는 모임」)의 모순어법이 그렇듯 실어증의 중얼거림을 닮는다. 상상은 쾌속으로 움직이고 변화무쌍한 이미지들은 도처에서 야광처럼 빛난다. 하지만 엉킴과 비약은 문득 질서에 닿고, 멀었던 행간에는 어느새 징검돌이 놓여 있다. 시집 전체를 배후에서 지탱하는 안 보이는 손이 있는 것이다. 그것이 앓으면서 방황해 온 사람의 보행 자체라는 점에 이 시집의 감동이 있는 듯하다. 이 걸음걸이로 그도 시의 포구에 왔다. 하지만 이곳엔 영구히 출항이 있을 뿐 귀환이 없다. 그는 돌아갈 곳이 없는 사람이 되어, 미지와 심연과 싸우다가는 난바다에 쓰러질 것이다. 그러한 첫 출항을 축하한다.
―이영광(시인)

‘연기 등이 사라지다, 없어지다’라는 의미의 ‘스푸마레(sfumare)’라는 이탈리아어에서 유래한 스푸마토(sfumato) 기법은 레오나르도 다빈치에 의해 도입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사물의 윤곽을 명확히 드러내는 대신 색의 연쇄에 따른 미묘한 변화를 통해 공간감을 강조하면서 화면에 깊이를 더해 주는 기법이다. 이범근 시인의 첫 시집을 읽으면서 우선적으로 떠오르는 것이 바로 이 스푸마토 기법이다. 이 시집에서 본문과 제목의 관계에 대해 주목할 필요가 있다고 한 것은 이를 통해, 뚜렷한 윤곽 대신 흐릿한 이미지 연쇄에 의해 오히려 대상에 대해 새로운 깊이를 허용하는 언어가 이 시집의 주조를 이루고 있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기 때문이다.
―조강석(문학평론가, 해설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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