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괴물이 산다 3

괴물이 산다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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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품목정보
발행일 2017년 08월 10일
쪽수, 무게, 크기 456쪽 | 148*210*30mm
ISBN13 9791160983920
ISBN10 1160983925

책소개 책소개 보이기/감추기

목차 목차 보이기/감추기

저자 소개 관련자료 보이기/감추기

저자 : 이아현
『구속』, 『덫』, 『소녀 감성 최 사장』, 『늑대』, 『리안』, 『날다람쥐 결핍 증후군』, 『코마』, 『바이탈 사인』, 『극악무도 닥터 고』, 『하얀 밤』, 『그에게 어리다』, 『네가 젖은 줄도 모르고』, 『스캔들 메이커』, 『너의 죄를 사랑하노라』, 『당신의 봄이고 싶다』, 『가을을 뜨겁게 만드는 방법』, 『봄빛이 숲속에 있다고 지저귀네(공저, 류도하 作)』를 집필, 출간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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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짓을 말해도 난 진실을 알 수 있어.”
날카롭게 경고한 그가 초아를 뚫어져라 보았다. 관찰자처럼.
그의 눈초리를 피하지도 않은 채 마주한 초아가 입꼬리를 길게 늘어뜨리며 웃었다.
“그렇게 말하니까, 되게 용한 무당이 맞나 보네요.”
항상 그렇듯 그녀는 상황을 가볍게 만들었다.
처음엔 그것이 그녀의 가벼운 성격 탓인 줄 알았다. 그래서 바람피운 연인에게 차이고서도 웃을 수 있는 줄 알았다. 하지만 아니었다. 그녀는 단순하지가 않았다. 강할 뿐이다. 단단할 뿐이다. 자신보다도 더.
그가 그녀에게 한 걸음 성큼 다가갔다. 그리고 낮은 곳에서 자신을 올려다보는 그녀를 뚫어지게 바라보았다. 눈을 깜빡이지도 않고서.
“난 괴물이야.”
그가 나지막하게 되뇌었다. 그리고 그녀를 흔들림 없이 바라보았다.
넌 이 말을 듣고서 어떻게 반응할 건데?
허허실실할 거야?
하지만 초아는 그가 예상했던 것과는 전혀 다른 반응을 보였다.
“괴물처럼 잘생기긴 했는데, 그건 너무 자기 비약 같은데요?”
조금 화가 난 듯 언성을 높인 그녀가 입술을 굳게 닫았다. 그러자 그는 스스로도 이해할 수 없는 말을 했다.
“다른 사람보다 더 많은 것을 기억해. 내가 원하지 않더라도.”
왜, 이 여자에게 이런 말을 하는 것일까.
“과거의 일도 현실처럼 느껴져.”
사고 유발자일 뿐인데. 왜, 속에 있는 이야기를 꺼내는 건데, 하우건.
그가 혼란스러운 눈으로 자신을 바라보자 초아가 커다란 눈을 반짝였다.
“난 잘 잊으니까 괜찮아요.”
“……뭐?”
“지나칠 정도로 빨리 잊거든요. 그래서 물건도 잘 잃어버려요. 음, 바꿔서 생각해 보면 내가 잊는 걸 당신이 기억해 주면 좋을 것 같네요.”
“…….”
자리에서 비틀거린 그가 초아에게서 한 걸음 멀어졌다. 뒷걸음질은 마치 도망가는 모양새 같았다.
그가 멀어진 만큼 초아가 걸음을 옮겼다. 성큼성큼. 짧은 다리로 부지런히 그에게 다가선 그녀가 팔을 뻗어 그의 옷자락을 붙잡았다.
“내가 이런 답을 할 줄 알고 말한 것 맞죠?”
“…….”
그가 끙, 앓는 소리를 낸 후 고개를 옆으로 팩 돌렸다.
그 모습이 마치 삐진 아이처럼 보여 초아가 그의 팔을 잡아 택시로 이끌었다.
“팔이 나을 때까진 하우건 씨 일을 도와줄게요.”
자, 집에 갑시다, 우리.
그녀가 제일 앞에 정차되어 있는 곳으로 그를 질질 이끌고 갈 때였다.
말없이 그녀가 시키는 대로 끌려가던 우건이 택시 문을 여는 초아를 뚱한 표정으로 바라보았다.
“당신은 뭐가 그렇게 쉬워?”
“어려울 건 뭐 있어요?”
그러면서 또 방긋방긋.
그는 볼우물이 푹 파인 뺨을 보며 얼굴을 종잇장처럼 일그러뜨렸다.
“그렇게 웃지 마.”
“왜요? 이젠 웃는 거로도 뭐라 그래. 여기 북한 맞다니까.”
초아가 먼저 차에 올랐다. 그러곤 안에서 엉덩이를 옮기는 것을 보던 그가 기가 막히다는 듯 다치지 않은 손을 들어 이마를 감싸 쥐었다.
그러다가……
“정들어.”
어디선가 본 적 있는 그 웃음과 마주할 때면, 계속 마음이 술렁거린다.

가까이 붙어 있는 서로의 무릎이 부딪혔다. 힐끗 시선을 내려 아래를 보던 그가 고개를 돌려 초아를 보았다.
그녀는 창밖을 보고 있었다. 생각에 잠긴 듯 무심한 눈빛은 아무런 감정도 담고 있지 않았다. 아마도 방금 전 자신이 했던 말을 다시 한 번 되새기고 있는 듯했다.
역시나, 괜히 말했다. 이 여자에게 말한다 한들 변하는 것은 아무것도 없는데. 아니, 생각해 보면 애초에 무언가를 바라며 자신의 ‘병’을 말한 건 아니었다.
“도착했습니다.”
택시기사의 말에 우건이 먼저 택시에서 내렸다. 기사에게 잠시만 기다려 달라고 말한 그녀가 뒤따라 차에서 내리자 우건이 의아한 얼굴로 초아를 보았다.
커다란 눈동자에 비친 제 모습을 내려다보던 우건이 고개를 돌려 시선을 피했다. 자신을 뚫어져라 바라보는 눈동자는 투명했다. 진실만 담고 있을 것 같은 맑은 눈동자를 바라볼 수가 없었다.
“무엇이든 기억한다고 했죠? 그럼 지금 내가 하는 말도 모두 기억하겠네요?”
그녀의 말에 우건의 고개가 천천히 돌아갔다. 그의 시선은 초아가 아닌 그녀가 붙잡고 있는 제 손으로 향했다.
“그럼 기억해 줘요.”
도대체 뭘?
시선을 든 그가 께름칙한 기분이 들게 만드는 눈동자를 보았다.
“하우건 씨, 난 나만 사랑해 줄 수 있는 사람을 찾고 있어요.”
“…….”
“늘 그런 사람이 나타나길 바라고 있어요.”
만약 그 사람이 자신이길 바란다면 절대 그럴 수 없다, 라고 답을 하려 했다. 그는 기본적으로 ‘사랑’이란 감정을 품을 수 있는 ‘그릇’이 아니었으니까.
하지만 답을 하기도 전에 초아가 작게 고개를 저었다.
“답은 필요 없어요. 다만 지금 내 말만 기억해 줘요.”
“……뭐?”
“그럼 내일 봐요.”
당황한 그를 놓아둔 채 초아가 다시 차에 올랐다.
제 시야에서 빠르게 사라지는 택시 뒤꽁무니를 보던 그가 몸을 돌렸다.
나만을 사랑해 줄 사람.
이 이야기를 하는 건 그녀의 속에 있는 깊은 어둠 때문일 것이다.
친부모에게 학대를 당했던 여자. 그 기억이 남아 있지 않다고 하더라도 몸에 남아 있는 커다란 흉터는 그녀의 자존감을 바닥으로 끌어 내렸을 것이다.
알 수 없는 감정이 그의 몸을 짓눌렀다.
--- 본문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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