趙炳華
시인의 호는 편운(片雲)이다. 그는 1921년 5월 2일 경기도 안성군 양성면 난실리에서 부친 조두원(蘭有 趙斗元, 본관 한양)과 모친 진종(陳鍾 , 본관 여양) 사이에서 5남 2녀 중 막내로 태어났다. 1928년 8세 때 용인 송전공립보통학교에 입학한 뒤 모친을 따라 서울로 이사해 미동공립보통학교(渼洞公立普通學校)를 다녔다. 1936년 16세에 경성사범학교(京城師範學校) 보통과에 입학해 1943년 3월 23세에 경성사범학교 보통과 및 연습과를 졸업했다. 같은 해 4월 일본 동경고등사범학교(東京高等師範學校) 이과에 입학해 물리, 화학을 수학하다가 일본 패전으로 학업을 중단하고 귀국했다.
1945년 9월부터 경성사범학교 물리 교유(敎諭)로 교단 생활을 시작해 인천중학교(仁川中學校, 6년제) 교사, 서울중학교(6년제, 현 서울고등학교) 교사로 재직했다. 서울중학교 재직 시절인 1949년 7월에 제1시집 『버리고 싶은 유산(遺産)』을 출간해 시인의 길로 들어섰다. 아울러 1955년부터 중앙대학교와 연세대학교 등에서 시론을 강의하다가 1959년 서울고등학교를 사직하고 경희대학교 교수(시학 교수, 문리대학장, 교육대학원원장 등 역임)로 부임했다. 이후 1981년부터 인하대학교 교수(문과대학장, 대학원원장, 부총장 등 역임)로 재직하다 1986년 8월 31일 정년 퇴임했다. 이와 같은 교육과 문학의 업적을 인정받아 중화학술원(中華學術院)에서 명예철학박사, 중앙대학교에서 명예문학박사, 캐나다 빅토리아대학교에서 명예문학박사 학위를 받았다.
그의 시는 쉽고 아름다운 언어로 인간의 숙명적인 허무와 고독이라는 철학적 명제의 성찰을 통해 꿈과 사랑의 삶을 형상화한 점에서 특징을 찾을 수 있다. 김소월이 전원 서정을 바탕으로 민족의 정한을 노래한 데 비해 그는, 외로운 도시인의 실존적 모습, 허무와 고독으로서의 인간 존재가 꿈과 사랑으로 자아의 완성에 이르는 생의 아름다움을 이해하기 쉬운 낭만의 언어로 그려 냈다. 또한 그는 그림에도 조예가 깊었는데, 그림 역시 시 세계와 흡사해 아늑한 그리움과 꿈이 형상화된 상상의 세계로 우리를 이끈다.
그는 생전에 많은 상을 받았는데 아세아문학상(1957), 한국시인협회상(1974), 서울시문화상(1981), 대한민국예술원상(1985), 3·1문화상(1990), 대한민국문학대상(1992), 대한민국금관문화훈장(1996), 5·16민족상(1997) 그리고 세계시인대회에서 여러 상과 감사패를 받았다. 그는 이렇게 받은 상금과 원고료를 모아 후배 문인들의 창작 활동을 돕기 위해 1991년 5월 2월 편운문학상(片雲文學賞)을 제정, 시행했다. 이 상은 2016년까지 26회에 걸쳐 71명의 시인, 평론가들과 시문화단체에게 이 상을 수여했다. 그의 사후 유족들이 유지를 받들어 지속적으로 이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2003년 1월 8일 노환으로 생을 마감하기까지 그는 창작 시집 53권, 선시집 28권, 시론집 5권, 화집 5권, 수필집 37권, 번역서 2권, 시 이론서 3권 등을 비롯해 총 160여 권의 저서를 출간했다. 2013년 3월에 그의 문학을 집대성한 『조병화 시전집』과 『조병화의 문학 세계 Ⅱ』가 2014년 10월에는 『조병화의 문학 세계 Ⅲ』이 출간되었다.
李在福
한양대학교 국어국문학과를 졸업하고 동 대학원에서 <이상 소설의 몸과 근대성에 관한 연구>(2001)로 박사 학위를 받았다. 1996년 『소설과 사상』 겨울호에 평론이 당선되어 등단했다.
문화계간지 『쿨투라』, 인문·사회 저널 『본질과 현상』, 문학계간지 『시와 사상』, 『시로 여는 세상』 편집위원으로 활동하고 있다. 2004년에 제9회 고석규비평문학상과 제5회 젊은평론가상, 2009년에 애지문학상(비평), 2013년에 제23회 편운문학상을 수상했다. 현재 한양대학교 한국언어문학과 교수 겸 한양대 미래문화연구소 소장으로 재직하고 있다. 저서로 『몸』, 『비만한 이성』, 『한국문학과 몸의 시학』, 『현대문학의 흐름과 전망』, 『한국 현대 시의 미와 숭고』, 『우리 시대 43인의 시인에 대한 헌사』, 『몸과 그늘의 미학』 등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