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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아시아 인식 지평과 실천 공간

동아시아 인식 지평과 실천 공간

아연동북아총서-01이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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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품목정보
발행일 2010년 10월 29일
쪽수, 무게, 크기 366쪽 | 148*210*30mm
ISBN13 9788990769305
ISBN10 89907693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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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소개 관련자료 보이기/감추기

저 자 소 개
쑨거(孫歌) : 중국사회과학원 문학연구소 연구원. 주요논저로 다케우치 요시미라는 물음(2007), 아시아라는 사유공간(2003)이 있다.
천광싱(陳光興) : 타이완 교통대학 문화연구대학원 교수. 주요논저로 Asia as Method: Toward Deimperialization(2010), 제국의 눈(2003)이 있다.
사카이 나오키(Sakai, Naoki) : 코넬대학 아시아학과비교문학과 교수. 주요논저로 일본, 영상, 미국(2008), 번역과 주체(2005), 국민주의의 포이에시스(2003)가 있다.
박상수(朴尙洙) : 고려대학교 사학과 교수. 주요논저로 “戰後 ‘漢奸’ 재판과 한간의 對日 협력론”(2010), 중국혁명과 비밀결사(2006)가 있다.
류준필(柳浚弼) : 인하대학교 한국학연구소 HK교수. 주요논저로 “농암 김창협의 논어학과 그 경학사적 위상”(2008), “19세기말 일본 대학의 학과편제와 국학 한학 동양학의 위상”(2009),
허자오티엔(賀照田) : 중국사회과학원 문학연구소 연구원. 주요논저로 代中的知識感念感(2006),的行走:二十世紀中的知識知識分子(主編, 2004)가 있다.
스즈키 마사히사(鈴木將久) : 메이지대학 정치경제학부 교수. 주요논저로“竹好と『魯迅』”(2008), “「日文化協力者」の―陶晶孫を中心として”(2005)가 있다.
마루카와 테츠시(丸川哲史) : 메이지대학 정치경제학부 교수. 주요논저로 리저널리즘:동아시아의 문화지정학(2008), ポスト〈改革開放〉の中: 新たな段階に突入した中社(2010)가 있다.『대만사회연구계간』편집위원회
쉬진위(徐進鈺) : 타이완대학 지리환경자원학과 교수. 주요논저로 “Economic integration and the cross-Taiwan strait reconciliation”(2010), “The Spatial Encounter between Neoliberalism and Populism: Regional Restructuring under the DPP Regime in the Millennium Taiwan”(2009)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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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연동북아총서 발간에 부쳐

탈냉전 이후 동아시아의 역동적 발전은 역내의 정치-외교, 경제 질서뿐만 아니라 문화, 사상, 종교 등의 제 영역에서 새로운 변화를 추동하고 있다. 이러한 변화는 일국적 차원의 고찰로는 해명될 수 없는 복잡하고도 민감한 초국가적(transnational) 현상을 낳고 있다. 특히 동북아시아는 지리적 인접성, 공통의 역사-문화적 경험, 협력과 공존의 필요성 등으로부터 연유하는 초국가적 사고와 움직임이 활성화되고 있다. 이러한 동북아에 대한 이해를 심화 확대하고 새로운 해석과 전망을 제공하기 위해서는 국가별 연구나 학문 분과의 분절적 연구를 넘어 동북아시아를 분석의 단위로 삼는 다학문적?학제적 연구가 요청된다.
동북아시아 연구가 갖는 실천적 의미는 매우 중요하다. 주지하듯이 동북아시아는 세계의 어느 지역보다도 급속한 변화와 발전상을 보여주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근대성의 문제와 냉전의 구도에 얽매여 있는 곳이다. 20세기 전반기의 제국주의 침략과 식민 경험은 오늘에도 국가적?민중적 기억을 지배하고 있다. 냉전의 산물인 남북 분단과 북한의 핵위협은 동북아시아의 커다란 불안 요소가 되고 있다. 국가 간 역사 및 영토 분쟁 또한 동북아의 평화로운 발전에 장애로 남아 있다. 그러나 우리는 불편한 역사적 경험과 현재의 불안정이 다른 한편으로 동북아시아의 여러 구성 요소들을 상호 긴밀히 연결시키고, 그로부터 문제 해결을 위한 공통의 기반이 마련될 수 있음에 주목한다. 동북아시아는 대립과 갈등의 무대이기도 하지만, 평화와 공존의 모색을 위한 토대이기도 하다. 이제 동북아 연구는 동북아가 처한 현실을 객관적으로 진단하고, 평화로운 미래를 건설하는 시대의 요청에 부응하지 않으면 안 된다.
고려대학교 아세아문제연구소(이하 아연)는 대표적인 동북아시아 지역종합연구소로서 학제 간 연구를 통한 동북아지역 연구를 이끌어 왔다. 1957년 설립된 이래 아연은 구한국외교문서와 공산권연구총서 및 동아시아연구총서, 중국연구총서, 한일공동연구총서, 민주주의총서 등 연구 성과의 체계적 집성을 통해 학문적 차원에서 현실을 진단하고 바람직한 미래의 방향을 전망하는 대학연구소의 역할을 충실히 수행해 왔다. 2008년부터는 한국연구재단의 인문한국(HK)사업 해외지역학 분야의 지원기관으로 선정되어, ‘동북아시아의 초국가적 공간: 사상, 사회문화, 제도의 교류와 재구성’이라는 연구 어젠다를 중심으로 10년 기간의 대규모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다. 이제 아연은 지난 50여 년 동안 축적된 연구 경험과 현재 진행 중인 인문한국 사업의 성과, 각종 동북아 지역 연구 지원, 국내외 소장 학자 교류 지원 프로그램 등을 기반으로 하여 '아연동북아총서'를 발간한다. 이 총서의 성과가 동북아 공동의 문제를 해결하고 조율하며 바람직한 미래를 모색하는 장이 될 수 있기를 기대하면서, 관심 있는 분들의 격려와 질정을 바란다.
아세아문제연구소장 이내영 ---발간사 중에서

이 책은 고려대학교 아세아연구소가 발간하는 학술지『아세아연구』가 동아시아담론을 둘러싼 국내외 지식계의 현황을 다시금 점검하고자 하는 취지에서 마련한 특집기획에 실린 글들을 새로 엮어낸 것이다. 2009년 한 해 동안 진행된 특집기획은‘초국가적 공간으로서 동아시아’라는 표제로 네 차례에 걸쳐 진행되었다. 여기에서는 그 가운데 쑨거, 천광싱, 허자오티앤, 스즈키 마사히사, 마루카와 데쯔시, 쉬진위, 사카이 나오키, 류준필 등 여덟 분의 글에 이듬해 봄호에 이어서 실린 「한국발‘동아시아론’의 인식론 검토」(박상수)를 더해, 1부와 2부로 새롭게 나누어 엮었다.

1부 ‘동아시아담론의 인식지평’에서는 주로 기존 동아시아담론을 비판적으로 재검토하거나 그 인식론적 토대를 다시 묻는 작업과 관련된 글들을 실었고 2부 ‘지식-실천으로서의 동아시아’에서는 동아시아 각국의 지식상황 속에서 동아시아담론에 내재된 문제의식을 실질적으로 구현하고 있거나 상호비교 검토할 수 있는 글들을 실었다.

1부 ‘동아시아담론의 인식지평’에 실린 쑨거와 천광싱의 글은 동아시아 담론이 점차 국민국가적 경계 내부의 지식생산을 넘어 각국의 지식 전통과 논쟁적으로 상호침투할 수 있는 가능성을 점검하고 있다. 이제까지의 동아시아논의가 대개 선언적 차원에서 동아시아적 시각의 필요와 당위성을 주장하는 것이었다면 쑨거와 천광싱의 글에서는 동아시아담론이 동아시아 각 지역의 서로 다른 역사적, 지적 경험 속에서 현실을 재해석하는데 활용될 수 있는가능성을 새롭게 보여주고 있다.
중국 지식계의 대표적 동아시아론자라 할 수 있는 쑨거는 전후 일본의 대표적 사상가 가운데 한 사람인 다케우치 요시미의 ‘방법으로서의 아시아’로 요약되는 사상적 유산의 현재적 계승이라는 문제를 중국 및 일본 지식계에 제기하여 관련 토론을 활성화시킨 장본인이다. 중국어와 일본어로 다수 소개된 쑨거의 동아시아 관련 저작들은 한국에만도 벌써 두 권의 저서(『아시아라는 사상공간』(창비, 2003), 『다케우치 요시미라는 물음』(그린비, 2007) )가 번역,소개되어 있을 정도로 동아시아담론과 관련된 쑨거의 지적 영향은 각별하다.
쑨거는 여기에서 기존의 동아시아를 둘러싼 상상이 한중일을 중심에 둔 근대화론적 시각, 유교문명권으로서의 전통적이고 문명적인 동질성을 강조하는 ‘유학(儒學) 시각’, 그리고 전쟁을 둘러싼 동아시아 ‘역사기억’의 문제 등을 중심으로 전개되어 왔음을 지적하면서 이를 발전적으로 극복할 수는 새로운 시각을 제시하고 있다. 쑨거는 한중일 세 나라가 동아시아담론에서 가지는 중요성과 주도성을 부정하지하면서도, 예컨대 북한 핵 문제와 같은 이슈를 통해 부각되는 북한, 미국, 러시아 등 그간 동아시아담론에서 암묵적으로 배제되었던 국가들의 ‘존재감’을 문제 삼는다. 쑨거는 이 세 나라가 동아시아를 논하는데 있어 근본적으로 배제되기 어렵다는 당연한 사실을 적시함을 통해, 보다 개방적이고 확장된 동아시아 상상의 필요성을 주장한다. 쑨거는 동아시아담론이 피해가기 어려운 역사의 문제, 즉 냉전의 유산이라는 문제를 동아시아적 시각에서 다시금 살펴볼 것을 주문하는데, 이글에서 쑨거는 특히 구 소련 사회과학 아카데미의 극동연구소가 발간한 잡지 「극동아시아의 제문제」를 분석의 대상으로 삼아 냉전적 구도가 어떻게 서로 다른 동아시아(극동아시아)상상으로 귀결되는지를 실례로써 드러내고 있다. 쑨거의 분석에 따르면 구 소련의 입장에서 볼때 동아시아는 소련의 극동지역, 몽골, 북한, 중국, 베트남을 중심으로한 냉전의 자국측 영역을 중심으로 구성될 뿐, 냉전의 또 다른 축인 미국의 압도적 영향 하에 놓여 있는 일본, 남한, 대만은 자연스럽게 시야에서 배제된다는 것이다. 극동아시아 혹은 아태지역과 같은 특정한 지역적 범주의 사용이 지리적 인접성을 근거로 형성된 자연스럽고 투명한 범주가 아니라 미소간의 지역적 갈등과 같은 역사적 제약요인에 의해 형성된 일종의 내재적 긴장과 대립을 통해 상상되고 조직되어진 범주라는 것이다. 이렇게 볼 때, 한국의 지식인사회가 은연중에 전제하는 한중일 중심적 동아시아관, 즉 근대화를 향한 발전의 정도와 속도를 동아시아가 갖는 균질적 아이덴티티의 중심에 두는 동아시아 상상은, 미국식 시장경제와 민주주의에 대한 절대화 같은 냉전적 사고와 긴밀히 연관된 것이라 하겠다. 우리가 남북대결(핵위기)이나 대만문제를 동아시아 전체의 내적 모순이 발현되는 구조적 위기로서가 아니라 근대화를 둘러싸고 경쟁하는 국민국가들 간의 갈등으로 취급하는 사고의 습관 역시 이같은 동아시아 상상과 무관하지 않다는 쑨거의 지적은 각별히 재음미될 필요가 있다. 쑨거의 말처럼, 탈냉전의 도래가 냉전적 사유의 종결을 의미하지 않으며, 오히려 탈냉전 시대의 개막과 더불어 이 지역에서 냉전의 일방을 차지했던 미국의 영향력이 배타적으로 확장되기 시작했으며 오늘날 동아시아가 처한 총체적 상황에 대한 파악 역시 동아시아에서 미국의‘내재화’를 배제하고 사유되기 어렵다는 점 역시 자명하다. 이처럼 우리가 냉전이라는 동아시아가 공유하는 내부적 역사경험을 통해 새롭게 동아시아를 바라볼 때, 근대화나 유학, 전쟁경험을 중심으로 한 기존의 인식론적 구도에 대한 발전적 극복의 계기가 열릴 수 있을 것이다. 예컨대 동아시아라는 무대로의 북한의 등장 및 러시아의 재등장 같은 최근의 사태들이 갖는 의미가 동아시아담론의 견지에서 새롭고 조명되고 평가될 수 있을 것이다.
쑨거는 이러한 복잡한 지역내부의 역사적 경험들을 반추하고 결정화하여 하나의 새로운 사상적 원리로 승화시킬 것을 특히 강조하는데, 루쉰(魯迅)이나 다케우치 요시미(竹內 好)의 경우와 같은 동아시아의 내재적 사상자원에 대한 재검토를 통해 ‘동아시아’를 인식론적 원리의 차원으로 끌어올릴 필요성을 강조하고 있다. 이러한 쑨거의 제안이 개념과 방법을 외부에서 도입하는 데에 길이 들어온 한국의 지식계에 어느 정도의 울림을 가질 수 있을지 미지수이긴 하지만 부디 그 제언이 한국지식인 사회내부에서 관행화된‘익숙한 것과의 작별’을 한시라도 앞당기는 계기로 작용하기를 희망한다.

천광싱(陳光興) 또한 쑨거에 못지 않게 동아시아 각국의 지식계에 동아시아론의 지적 자극을 확산하는 일에 공이 큰 지식인이다. 그가 책임편집을 맡고 있는 영문판 저널 인터아시아문화연구(Inter-Asia Cultural Studies)는 아시아 각국의 비판적 문화연구자들의 지적 성과를 공유하고 확산하는 권위 있는 저널로서, 동아시아 담론을 포함하여 아시아 각지에서 생산된 비판적 문화연구의 성과들을 전세계로 소개하고 확산하는데 중요한 기능을 담당하고 있다. 또 그가 오랜 동안 주도적 역할을 맡아온 대만의 비쟆적 지식인 저널 「대만사회연구계간(중문판)」(Radical Quaterly) 역시 중국어권 지식인사회에서 동아시아론의 문제의식을 확산하는데 크게 기여해 왔다. 천광싱은 그 자신이 동아시아담론의 유력한 생산자이기도 하지만 동아시아 지식계에 있어 동아시아론을 포함한 새로운 담론의 방향을 기획하고 상호교류의 물꼬를 트는 지난한 작업에 실질적 맡고 있는 유능하고 헌신적인 기획자, 조직자. 편집자라 할 수 있다. 그가 최근 대만에서 출판한 『세계화와 탈제국 -‘방법으로서의 아시아’』(중문판)는 그 자체로서 지난 10여년에 가까운 국경을 넘는 아시아 지식인들의 교류를 통해 축적된 문제의식을 담고 있는 책으로, 대만은 물론 중국대륙, 홍콩, 동남아의 화교 지식인 사회에서 크게 주목을 받았다. 이 책은 그 내용 뿐 아니라 지식 생산의 새로운(대안적) 방법과 경로를 보여주고 있다는 점에서 동아시아의 지적 실천이 가지는 의미를 우리에게 제시해 주고 있다. 이 책에 실린 이 책의 핵심적 문제의식을 농축하고 있는 일종의 요약본 성격의 글로 ‘탈제국’이라는 종국적 비전의 실현에 있어‘아시아’가 어떻게 중요한 방법론적 참조틀로 기능할 수 있는지를 다루고 있다. 그가 ‘방법으로서의 아시아’를 강조하는 이유는 포스트-콜로니얼(후식민주의) 이론의 한계를 극복하려는 시도와 관련된다. 천광싱은 아시아에 눈을 돌림으로써 서구에 대한 동일시(identify)에서 벗어나 참조틀의 다양화를 시도하는 것에 중요한 의미를 부여한다. 이를 통해 그는 감정적으로 서구에 대한 뿌리 깊은 질투와 증오에 경사된 포스트콜로니얼 담론의 제약을 넘어서서 아시아 내부의 새로운 연대를 가능하게 하는 이론적 모델을 창출하고자 한다. 이러한 천광싱의 노력은 그 스스로 영어권 지식과 이론에 매우 숙달된 입장에서 그 한계를 넘어서려는 노력을 보여준다는 점에서 한국 지식계에 동아시아론이 갖는 이론적 정치성에 대해 유의미한 시사점을 제공할 것으로 생각된다.


사카이 나오키(酒井 直樹)는 미국의 비판적 동아시아(일본)학계를 대표하는 학자 가운데 한 사람이다. 이 책에 실린 사카이 나오키(酒井 直樹)의 『서구 - 대화의 명령인가 대화의 금지인가?』는 직접 동아시아 담론을 다루고 있지는 않지만, 동아시아 담론의 존립근거와 관련된 중요한 이론문제를 높은 추상수준에서 다루고 있는 글이다. 사카이가 이글에서 다루는 서구(the West)에 대한 인식론적 반성의 시도는 위 천광싱의 글에서도 다루었던 동아시아 담론이 종국적으로 극복하고자 하는 바, 서구적 근대에 대한 맹목적 절대화의 허구성에 대한 비판적 점검과 나란히 두고 읽어야 할 필요가 있다. 기실 동아시아 담론이 내장하고 있는 이론적 폭발력은 서구라는 보이지 않는 지식 형성의 원점에 대해 하나의 균열을 만들어낼 수 있는 가능성과 무관하지 않다. 사카이에 의하면 “아시아는 특히 그 이후 관습적으로 서구(혹은, 서양)의 부정으로 정의되어 왔다. 오늘날 압축된 방식으로 많은 형태의 사회·경제적 불안을 표현하는 중층결정된 서구의 본성은, 아시아에 관한 인문학적 지식 생산에서 민감하게 감지된다.”(페이지 ##) 그런 점에서 동아시아 담론을 염두에 두면서 사카이의 서구에 대한 발본적 질문을 음미하는 일은 동아시아담론의 맥락 속에서 중요한 의미를 갖는다. 사카이는 이 글에서 서구라는 개념 자체가 갖는 착종성과 비역사성을 지적하는 한편, 서구라는 표준 혹은 원리가 시공간의 영역에서 동아시아에 강제적으로 투사되는 과정을 밝히고 있다. 이를 통해 서구라는 개념의 동아시아 지식인들이 동아시아를 논의할 때 흔히 간과하는 어떤 지점, 즉 동아시아라는 지적 구성물이 암암리에 서구 및 서구의 경험으로서의 근대(성)을 자신에 대한 대타항으로 설정하는 것에 그 기원을 두고 있다는 점을 새롭게 부각시킨다. 서구는 동아시아 관련 담론에서 늘 직접 다루어지는 문제는 아니지만 동아시아담론이라는 이론적 구성물을 가능하게 하는 암묵적 대립항이자 내면화된 필수적 근거로서 관련 논의 속에서 숨은 중심항으로 기능하는 존재라 할 수있다. 그러나 장차 동아시아 관련 논의가 심화되는 과정 속에서 동아시아와 서구 사이의 이같은 이같은 아포리아에 대한 인식과 성찰이 점차 강조되어 간다면, 동아시아담론의 전개는 궁극적으로 서구/동아시아라는 위계적 의존구조 자체에 대한 전복적 사유로 나아갈 길을 열어주게 될 수 있을 것이다. 이러한 의미에서 동아시아담론을 둘러싼 논의는 지역학적 구도로 축소된 동아시아-특정 지역(동아시아)에 관한 특수한 지식들에 관한 논의의 차원을 넘어서 그 자체로서 하나의 대안적 보편성을 획득할 가능성을 가진다.
이상과 같은 사카이의 서구에 대한 해체적 독법을 통해 우리는 한국지식계가 알게 모르게 빠져있는 근원적 서구추수 경향에 대한 근본적 비판으로서의 함의를 찾아낼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사카이의 논의가 이론적 젖줄을 대고 있는 포스트콜로니얼 담론은 그 자체로서 또 다른 (최신판의 유행) ‘서구이론’이기도 하다. 그렇다면 이에 대한 무비판적 수용이 혹시 또 다른 방식으로 이루어지는 서구추수가 아닌가 하는 의문도 있을 법하다. 푸코?데리다 등 포스트콜로니얼 담론의 물꼬를 튼 프랑스의 후기구조주의 사상가들이 서유럽에 대한 내재적 비판의 입장에 서 있었다거나 그 뒤를 이은 가야트리 스피박이나 호미 바바 등 (넓은 의미의 영어권에 속하는) 인도 출신의 탈식민주의 이론가들이 출신 지역의 역사적 경험에 대한 반성에 입각하여 자신의 목소리를 내었다는 점을 인정하더라도 이러한 비판담론이 동아시아의 역사적 경험 자체를 이론화한 것과는 거리가 멀다는 점을 인정하지 않을 수 없다. 이처럼 저항 담론에서 조차도 서구 중심성을 완전히 탈각하지 못한 상황에서, 사카이의 이론작업은 탈근대 담론 영역에 동아시아(주로 일본)의 근대경험과 지적 유산, 사상자원을 토대로 하여 자신의 목소리를 내기 시작했다는 점은 동아시아 지식사회의 입장에는 그 자체가 일종의 변별요인이 될 수 있다. 사카이의 경우는 서구의 경험을 농축하여 일반화한 ‘이론’을 비서구의 역사와 현실에 단순히 적용하는데 그치는 것이 아니라 ‘이론’이라는 개념적 도구 그 자체의 서구적 기원성을 문제 삼는 한편 아시아의 역사적 경험 및 그로부터 산출된 사상적 자원을 보편의 층위로 상승시킴으로서 대안적 이론화의 길로 나아가려는 노력을 일관되게 보여주고 있다. 사카이는 바로 이점에서 일부 지역에서만 통용되는 특수한 담론으로서의 동아시아가 서구에 대한 내재적 비판담론으로서의 포스트콜로니얼 담론과의 생산적 대화를 통해 또 다른 대항-보편으로서의 가능성을 열어가게 해 준다는 점에서 매개와 소통의 중요한 인도자가 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박상수의 「한국발‘동아시아론’의 인식론 검토」는 90년대 초 이래 지금까지 전개되어온 한국 동아시아담론 전반을 비판적 시각에서 계통적으로 정리하고 있는 글이다. 이 글은 동아시아담론의 인식론적 토대를 진지하게 되묻는 작업을 수행했다는 점에서는 쑨거의 문제의식과 일맥상통하며 한국 동아시아담론의 사회사상적 의미를 검토했다는 점에서는 2부 류준필의 작업과 나란히 놓이기도 한다. 박상수는 그간 제출된 한국의 동아시아 관련 담론을 다음 세 개의 범주로 유형화하고 있는데, 그에 따르면 첫째는 서구적 근대에 대해 동아시아가 하나의 대안이 될 수 있다는 대안문명론의 시각에 입각한 동아시아담론, 둘째는 ‘아시아적 가치’를 강조하는 동아시아 정체성론에 입각한 동아시아담론, 세째는 향후 전개될 동아시아 (지역)공동체론의 전망과 결부된 동아시아담론이 그것이다.
박상수는 이러한 한국의 동아시아담론에 내재된 인식론적 ‘오구(誤區)’를 검토하면서 첫번째와 두 번째 경우 즉 동아시아 문명론과 정체성론에는 아시아와 서구를 이분법적 대립의 관계로 설정하면서 그 대립 속에서 아시아의 가치나 속성을 역으로 밝히고자 한다는 점에서 (역)오리엔탈리즘의 혐의가 있다고 본다. ‘아시아’라는 범주 자체가 태생적으로 서구의 팽창 속에서 서구의 전도된 거울상으로 형성되었다는 원죄 뿐 아니라 (그가 인용한 아리프 딜릭의 주장처럼) 동양에게는 “서양이 이미 더 이상 뗄 수 없는 한 부분이 되었기 때문”에 동서양에 대한 이분법과 우월론에 입각한 사고는 “그러한 주장들이 새로운 가면 아래서 사회적 불의와 억압을 계속 연장하는 데 도움을 줄지 모르기 때문”에도 이에 대한 인식론적 자기검토와 반성은 동아시아담론에 있어 대단히 긴요한 문제라는 것이다. 이와 함께 박상수는 세번째 유형, 즉 동아시아지역공동체의 전망과 결부된 동아시아담론에 대해서도 비판적 독해를 시도한다. 그는 이러한 유형의 동아시아담론이 세계화와 전세계적으로 유행하는 블럭화 및 지역주의의 대두 속에서 동아시아 나름의 지역적 이해를 관철시켜 나가고자 하는 일종의 ‘의도된 기획’으로서 등장하였음을 적시하면서, 이러한 지역적 이익공동체의 형성의 당위가 오늘날의 복잡한 동아시아 현실 속에서 어느 정도의 현실적 설득력을 갖는지 따져 묻는다.
이처럼 동아시아담론의 인식론적 문제점에 대한 비판적 점검을 통해 그가 제시하는 하나의 대안은 동아시아를 초국가적 공간으로 다시 정의하고자 하는 노력이다. 박상수는 근대세계를 특징 짓는 만국공법에 입각한 국가간-체제가 국제화(internationalization) 및 전지구적 세계화(globalization)로 나아간 오늘날의 입장에서 국민국가를 단위로 한 모든 분석은 그 의의가 지극히 제한적이게 되었다라는 점을 강조하면서 초국가적 공간을 분석의 범주로 삼아 동아시아를 새롭게 논의하고자 한다. 이러한 범주를 도입함으로써 동아시아가 영토로 구획화된 국민국가들로 이루어진 고정적이고 절대적인 ‘지역’적 집합 개념을 넘어서서 새펷게 정의되고 파악될 수 있으며, 동아시아의 정체성 역시 고정불변의 특질이 아니라 공통적 요소들이 내부적 순환을 통해 동태적으로 특징지워질 수 있다고 본다. 박상수의 이같은 이론적 구상은 근대성담론, 탈민족주의담론, 복합국가론 등 최근 한국지식계의 주요한 쟁점들을 동아시아담론과 적극적으로 결부지어 비판적으로 극복하고자 한다는 점에서 어느 정도는 공전(空轉)해온 감이 없지 않았던 한국 동아시아 논의지형에 중요한 자극요소가 되리라 생각된다.


2부 지식-실천으로서의 동아시아에서는 “비판적 지식의 상호참조와 역내(域內) 순환을 위하여”라는 부제에서 밝혔듯이 동아시아담론의 문제의식을 동아시아 각국의 현실문제에 대한 비판 속에서 구체화하는 논의들을 모았다. 류준필의 「분단체제론과 동아시아론」은 ‘창작과 비평’을 중심으로 한 한국의 동아시아담론이 가지는 사상사적 의의를 밝히고 있으며 허자오티엔(賀照田)의 「중국혁명과 동아시아」는 유의미한 동아시아적 차원의 비판적 지식교류가 가능하기 위한 조건으로서의 중국혁명의 역사적, 현실적 의의에 대한 이해를 역설하고 있다. 이와 더불어 일본의 동아시아관련논의로는 스즈키 마사히사의 「다케우치 요시미의 중국관」과 만남」 및 마루카와 테츠시의 「1960년 안보투쟁과 다케우치 요시미: 기시 노부스케와의 만남」를 통해 최근 동아시아 관련 논의의 핵심으로 떠오르고 있는 다케우치 요시미에 관한 최근의 논의를 소개하였다. 아울러 한국에 있어서는 그 소개의 정도가 극히 미약한 대만 지식계의 상황에 대한 이해의 폭을 넓히고자 대만의 대표적 지식인 잡지 가운데 하나인 대만사회연구계간에서 현대대만사회의 문제를 비판적으로 요약한 「공공화를 향하여, 탈권위주의를 넘어서: 대만의 지식상황과 극복 과제」(대만사회연구계간 편집위원회)와 「비판적 지식인의 사회적 책임과 현실개입」(쉬진위, 천광싱)를 실었다.

류준필의 「분단체제론과 동아시아」는 이제까지 추상적인 차원에서 다루어졌던 동아시아 담론이 지금, 여기의 한국사회에서 가지는 구체적 현실극복방안으로서의 문제를 다루고 있다는 점에서 기존 논의에서 진일보한 것으로 평가할 수 있다. 이 논의에서 류준필은 동아시아담론의 문제설정이 한국 및 한반도의 미래 비전이라는 절박한 현실문제와 무관하지 않다는 점을 집중적으로 강조함으로써 ‘공전’하고 있는 동아시아 관련 논의가 나아가야할 지향점을 설득력 있게 제시하고 있다. 이 글에서 류준필은 한국 동아시아론의 형성과 전개에서 중요한 위치를 차지해온 최원식과 백영서 등 중견학자들의 창비판(版) 동아시아론의 지적 성과를 검토하는 한편, 이를 창비 그룹의 좌장이라 할 수 있는 백낙청의 분단체제론 및 변혁적 중도주의론과 연결지어 전후 맥락을 상세히 검토하고 있다. 최근 한국 지식계에 만연한 ‘공통언어의 소실현상’을 감안할 때, 이러한 작업은 원로 및 중견 세대가 산출한 지적 성과물에 대한 뒷세대의 진지한 수용과 천착 나아가 논쟁적 소통과 대화를 시도한 하나의 모범사례로서 기억될 만하다.
류준필은 창비의 동아시아 논의가 그간 한국 지식계 전반은 물론 동아시아 지식계에서 차지해온 선도적 의의를 십분 인정하면서도, 혹시 분단체제와 동아시아론이라는 두 개의 축을 중심으로 전개되어온 이 논의에 있어 양자 간의 관계가 혹시 그동안 비교적 느슨한 결합에 머물러 온 것은 아닌가 따져묻고 있다. 최근 본격적으로 분단체제론과 동아시아론 간의 이론적 상호침투를 시도하며 비판적 지식인 집단이 주도하는 대안적 정책생산에까지 관심의 폭을 확장한 최근 창비의 지적 행보를 상세히 검토하면서 동아시아를 한국이 처한 외적상황이 아니라 내적 조건으로 과감하게 수용할 필요성을 역설하고 있다. 다시 말해, 그간 한국의 동아시아담론이 알게 모르게 빠져 있었던 한반도 중심성을 극복하기 위해서는 한국과 동아시아 간의 관계를 설정함에 있어 동아시아를 한국 외부에 존재하는 외면적 관계로서가 아니라 한국/한반도에 ‘동아시아’가 내재화되도록 인식의 근본틀을 수정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동아시아 내부의 여러 국가들 사이의 규모와 역량상의 현실적 비대칭성을 인정하되, 향후 전개될 국민국가를 넘어서는 단위의 지역적 정치체는 개방적 구조 속에서 다층적이고 통일적인 지역적 복합국가 모델로 나아가야 하며, 이러한 비전은 한반도의 분단극복이라는 과제와 관련하여서는 “분단체제 극복 과정 자체가 동아시아 지역협력의 장이고 동아시아공동체의 출현을 예비하는 공간으로 이해되어야 마땅하다”고 강조하고 있다.

허짜오티엔은 동시대 중국 현실에 대한 지적 대응이라는 문제에 관심을 집중하는 소장학자이다. 쑨거나 천광싱 보다는 다소 젊은 세대에 속하지만 중국 지식계에 있어 허자오티엔의 비중 있는 역할은 그가 주도적으로 발간해온 잡지 『학술사상평론』의 무게 있는 기획들을 통해 이미 잘 알려져 있다. 그런 점에서 허짜오티엔도 천광싱과 마찬가지로 중국어권 지식인 사회에 있어 이론가일 뿐 아니라 유능한 조직자이자 편집자이며 지식인 네트워크의 중요한 조직자 가운데 한 사람이라고 하겠다. 허짜오티엔은 쑨거, 천광싱 등의 영향하에서 당대 중국의 현실에 대한 사상의 대응이라는 구도 속에서 동아시아 담론이 던져 주는 의미를 검토하고 있다. 허짜오티엔과 쑨거가 이미 각자의 글 속에서 밝혔듯이 오늘날 중국 지식계의 담론구도 속에서 동아시아 의 입지는 여전히 빈약하다는 점을 부인하기 어렵다. 허짜오티엔은 한국, 일본, 대만의 지식계를 중심으로 전개되어온 동아시아담론이 성공적으로 중국을 포괄해내기 위해서는 혁명과 사회주의경험을 둘러싸고 극심한 내부적 분열에 휩싸인 중국 지식계의 두 흐름(소위, 신좌파-자유주의 논쟁)에 대해 비판적 거리를 유지할 필요가 있다는 점을 지적한다. 중국 현대사의 흐름을 기성의 시각으로 재단하거나 편의적으로 취사선택하기 보다 내부자의 고뇌와 곤혹에 진지하게 접근하여 이를 공유하고 공감하려는 노력이 중요하다는 점을 강조한 허짜오티엔의 얼핏 상식적인 차원에 머물러 있는 듯하나 중국 지식의 현장 속에서 필자가 느낀 절실한 체험과 반성을 담고 있다는 점에서 무시하기 어려운 울림을 지닌다.
허자오티앤이 강조하고 있는 바, 현재 중국지식인사회에 있어 가장 핵심적인 논쟁구도는 오늘날 중국의 경제적 비약이라는 현실을 평가함에 있어 혁명과 사회주의 건설기(문혁을 포함한)의 역사적 경험을 어떻게 역사화할 것이나 하는 문제와 깊이 관련되어 있다. 그가 보기에는 중국에 깊은 관심을 가진 외국 지식인 역시 이 구도 속에 알게 모르게 깊이 휘말려 있는 것으로 파악되는데, 사회주의 경험을 부정적으로 평가하는 중국내 주류 담론을 맹종하는 입장(첫번째 유형)은 물론이고, 중국 사회주의 경험에 대한 회고와 향수에 빠져 중국의 현재를 평가하는 입장(두번째 유형)이나 중국사회의 오늘을 바라봄에 있어 은연중에 각자가 속한 국가, 사회에 결핍된 어떤 것을 중국에 투영하는 식의 낭만적 접근(세번째 유형) 모두 문제점을 가지고 있다고 본다. 이렇게 볼 때, 동아시아론의 견지에서 현재의 중국을 균형감 있게 이해하기 위해서는 혁명과 사회주의에 대한 찬반에 입각한 이분법적 인식구도를 버리고 중국역사 내부의 복잡성 속으로 어떻게 진입할 것인가 하는 문제에 그 관건이 있는 셈이다.

이제까지 한국 지식인 사회의 비판전통 속에서 저항적 민족주의가 차지해온 위상은 상당한 것이었으며 한국의 동아시아 담론 역시 이러한 맥락에서 그로부터 일정한 제약을받아왔다고 할 수 있다. 즉, 일제의 식민지를 겪어온 역사의 원체험에서 배태된 ‘항일’ 민족주의의 뚜렷한 지향성이 국민국가의 경계를 넘어 지역적 연대로 나아가고자 하는 동아시아적 전망의 현실화에 있어 넘어서야할 하나의 현실적 제약요인으로 작동해 왔다는 점 또한 이러한 맥락에서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 다케우치 요시미가 남긴 동아시아론의 지적 유산은 바로 이 문제와 관련하여 하나의 중요한 시금석이 된다. 동아시아담론에 관한 한 일본의 지식계가 역사적으로 축적된 사상전통을 보유하고 있음은 주지의 사실이며, 그 가운데서도 다케우치 요시미의 존재감은 특히 뚜렷하다. 그의 ‘아시아주의’ 관련 논의 역시 진작 국내에 소개되었음에도 불구하고 국내의 동아시아 논의구도 속에서 다케우치에 관한 전향적인 토론이 지금껏 부재한 이유는 그가 일찌기 대동아전쟁에 대해서 찬성의 입장을 밝힌 바 있다는 사상적 전력과 무관하지 않은 듯하다. ‘항일’, 나아가 ‘반일’이라는 뚜렷한 지향을 가진 한국의 ‘저항적 민족주의’의 입장에 설 때, 다케우치의 ‘아시아주의’가 일제시기 ‘대동아공영권’의 어두운 그림자로부터 얼마나 자유로울 수 있는가에 대해 의구심이 남기 때문이다. 그의 사상적 전력에 관한 이같은 우려가 비단 한국 지식인 사회에만 존재하는 것은 아니다. 전후(前後)민주주의의 입장에서 전전(戰前)을 비판해온 일본 지식계에서도 다케우치에 대한 유보된 판단은 줄곧 존재해 왔다. 그러나 일본에서 쑨거의 다케우치 요시미론이 출판된 이래, 동아시아의 중요한 사상적 자원으로서 다케우치의 위상에 새롭게 주목하는 젊은 연구자들이 나타나기 시작한 최근의 변화된 양상은 주목할 만하다. 이번 호에 나란히 다케우치론을 기고해온 스즈키 마사히사(鈴木 將久)와 마루카와 데쯔시(丸川 哲史) 그리고 최근 한국에서 「아시아와 일본-사이에서 폭력을 생각한다」(그린비, 2010)를 번역출간한 요네타니 마사후미(米谷 匡史) 등 일본 지식계의 젊은 세대가 보여주는 이론적 노력은 그간 일각에서 터부시해오기도 한 다케우치 요시미의 사상적 유산을 동아시아적 시각에서 재해석하려는 새로운 모색이라 할 만하다.
스즈키 마사히사의 「다케우치 요시미의 중국관」은 일본 전후 사상 지형 속에서 다케우치 요시미의 특이성을 그가 사유의 기점으로 삼았던 ‘중국관’과 관련시켜 설명하고 있다. 스즈키는 이 글에서 일본전후사상의 한계로 다음 세 가지를 지적하고 있는데, 첫째, 식민지에 관한 사고를 방기하고 전후 정의된 일국 일본의 테두리 안에서만 문제를 사고해왔다는 점, 둘째 서양 사상의 자원을 반성적 사고의 배타적 자원으로 삼아왔다는 점, 세째 이러한 서양사상에 대한 신앙과 더불어 아시아 이웃 나라들을 경시하는 서양중심주의의 내면화가 그것이다. 다케우치 요시미는 이처럼 이미 일본지식계에 보편화된 서양 경도현상에 대해 자각적으로 비판적 입장을 견지했는데, 그 좋은 사례 가운데 하나로 스즈키는 1951년 개최된 ‘2차대전 중의 프랑스 저항문학에 관한 좌담회’에 참석한 다케우치의 입장을 소개하고 있다. 다케우치는 이 좌담회에 참석하여 “프랑스의 저항만이 찬미의 대상이 되고 중국의 저항에는 관심을 가지지 않는다는 것은 (일본의) 저항에 대한 문제의 수용방식에 뭔가 근본적인 결함이 있는 게 아닐까 하는 느낌이 든다”고 일갈하고 있다. 이러한 서구사상 일변도의 풍토 속에서도 다케우치는 “일관되게 중국을 사상의 기점으로 잡음으로써 일국의 범위를 넘어서는 문제를 사고할 수 있는 동시에 서양중심주의에 함몰되는 것을 피할 수 있었다”고 스즈키는 보고 있다. 따라서 스즈키에 의하면, 사상가로서의 다케우치에게 있어 그가 사상의 과제로 삼은 바, 일본 문제에 대한 독립적 사유와 그가 사유의 방법적 기점으로 삼은 현대중국문제는 서로 분리할 수 없는 하나의 문제였다는 것이다.
이처럼 다케우치는 서양중심주의로 함몰되기 쉬운 근대주의의 딜레마 속에서 일본의 당면 문제를 ‘독립’적으로 사유하고자 노력했으며 이 과정에서 인접한 타자로서의 중국의 시각을 적극적으로 도입함으로써 역사의 구체적 과제, 예컨대 침략전쟁 및 식민지배의 문제를 회피하지 않고 적극적으로 사유할 수 있는 길을 열었다. 다케우치적 의미에서 중국, 나아가 아시아가 ‘방법’이 되었다는 것은 이상과 같은 논의 구도 속에서 길을 잃지 않으려고 발버둥친 그의 지적 노력에 대한 상황설명을 통해 이해될 수 있을 것이다.

마루카와 데쯔시의 「1960년 안보투쟁과 다케우치 요시미 - 기시 노부스께와의 만남」은 1960년에 벌어진 일본과 미국 사이의 신안보조약 개정반대 운동 속에서 그의 생애에 있어 예외적으로 열심히 집회에 참가하고 파업현장을 시찰했던 다케우치 요시미의 말과 글을 자세히 추적함으로써 전후 일본 사상의 전개 속에서 사상가로서의 다케우치가 가지는 전체상을 파악하고자 한다. 마루카와의 분석에 따르면, 다케우치에게 있어 안보투쟁 참여는 전후 일본 혹은 근대 일본의 좀 더 근본적인 문제를 짚어내겠다는 내적인 동기에서 비롯된다. 다케우치 요시미에게는 일본의 패전을 공화제 실현의 날로 만들지 못했다는 ‘굴욕감’, 즉 그가 열렬히 기대했던 전후 일본의 사회혁명이 미소(美蘇) 간 냉전의 압력 아래 무산될 수 밖에 없었다는 자각이 자리하고 있었다는 것이다. 이런 점에서 다케우치의 안보투쟁 참여는 단순한 지식인의 사회적 실천을 넘어 미국의 군사적 지배 아래 자발적으로 편입됨으로써 ‘독립’을 포기하는 일본의 노선에 대한 그의 비판적 역사의식이 전면적으로 분출된 사건이라는 것이다. 일본의 이같은 선택은 언제나 중국을 사유의 방법적 준거로 삼아온 다케우치의 입장에서 보면, 일본의 불충분한 독립(대미종속)이 중국과의 적대적 관계를 다시 부활시킴으로써 아시아를 화해와 연대가 아닌 적대와 분열 속으로 몰아 넣게될 위험한 선택에 다름 아니었다. 다케우치 요시미가 안보투쟁의 격렬한 투쟁 속에서 패전 전 만주국의 핵심관료 출신으로 대미종속적 안보조약 체결을 강행하고 이에 항의하는 국민들을 진압하기 위해 자위대를 동원하려다 실패하고 사퇴한 당시 수상 기시 노부스께(岸 信介)를 만난 사실은 의미심장하다. 기시 노부스께는 만주국 군관학교 출신의 박정희가 평생 마음의 스승으로 삼았던 인물로도 유명한데, 일본 우익의 아시아주의 노선을 일찌기 만주국의 군사관료체제를 통해 실험했던 기시 노부스께와 비판적 좌익지식인의 입장에서 아시아주의의 유산을 전유하고자 한 다케우치의 만남은 그런 의미에서 역사적 만남이라 할 만한데, 냉전이라는 조건 속에서 ‘아시아주의’라는 사상적 과제가 좌와 우 양쪽에 의해 서로 다른 방식으로 수용되는 상황을 보여준다는 것이다. 마루카와에 따르면, 기시가 대표하는 우익적 입장은 전전의 ‘아시아주의’를 포기하고 적극적 대미종속, 대중(아시아) 적대 노선을 선택했으며, 다케우치가 대표하는 좌익적 입장(의 한 갈래)는 대미종속적으로 냉전구도에 편입되기를 거부함으로써 일본의 진정한 ‘독립’을 지향하는 한편 ‘아시아주의’의 주체적 전유와 계승을 시도했다. 그러나 쳀런 다케우치의 선택은 마루카와의 지적처럼, 요시모토 다카아키(吉本 隆明) 등 자유파 지식인의 입장과 대립하는 등 우여곡절을 겪으면서 종국에는 비판담론의 주류적 지위를 확보하지 못하고 약화되어 역사 속으로 소멸되어 가고 말았다. 오늘의 시점에서 안보투쟁 당시의 다케우치의 말과 행동에 실린 역사의 무게를 새롭게 가늠해보고자 하는 마루카와의 작업은 당시 전후 일본의 사상 국면에서 ‘아시아’를 둘러싼 다양한 가능성의 교착을 인식함으로써 탈냉전이라는 조건 속에서 다시 한번 우리에게 사상적 과제로서 제출된 ‘아시아’의 가능성을 적극적으로 탐구하고자 하는 노력에 다름 아니다. 이 책에 실린 두 편의 다케우치 요시미 관련 논문을 통해 이제껏 오해되어온 그의 ‘아시아주의’에 대해 한국 지식계가 보여온 경계심이 어느 정도 누그러지고 동아시아 담론에 있어 그의 사상적 기여 및 전후 일본사회의 맥락에서 다케우치의 사상이 가졌던 비판적 의의 등이 보다 널리 공유될 수 있기를 희망한다.

한국지식계에 있어 대만의 지식상황에 대한 관심은 같은 동아시아권에 속하고 있으면서도 중국 및 일본의 경우와 비교할 때 지극히 제한적이다. 이 책에 실린 두 편의 글, 「공공화를 향하여, 탈권위주의를 넘어서: 대만의 지식상황과 극복 과제」 및 「비판적 지식인의 사회적 책임과 현실개입」 두 편의 글은 한국 지식계의 이러한 맹점에 대한 반성의 계기를 제공하기에 부족함이 없을 듯하다. 1부 쑨거의 글에서 지적된 바처럼, 한국을 포함한 기존의 동아시아론은 은연중에 한?중?일 삼국을 동아시아담론의 실질적 포괄범위로 생각하는 경향이 있다. 이처럼 한국을 중심으로 두고 중국, 일본과의 관계에 치중하는 ‘삼국정립’적 동아시아를 상상할 때 빠지게 되는 함정이 있다. 2부 첫 번째 논문에서 류준필이 강조한 바와 같이, 북한이나 대만, 오끼나와 같이 동아시아의 일부를 이루는 특정 지역이 동아시아담론의 시야로부터 소실 혹은 배제된다는 점이다. 분단문제라는 특수한 과제를 우리에게 제시하는 북한의 경우를 차치한다 하더라도 한국의 동아시아 인식에서 대만의 부재는 이성적 차원에서는 납득하기 어려운 현상이 아닐 수 없다. 92년 중국과 수교 직전까지 한국과 혈맹 관계의 우방이었으며 정치적, 경제적으로 가장 가까운 아시아의 이웃이었다는 과거사를 굳이 들먹일 필요도 없이 대만은 여전히 동아시아라는 복잡한 정치경제적 복합구조 속에서 중요한 한 축을 차지하고 있는 지역이다. 미국의 동아시아 반공 전진기지로서 냉전구도 하에서 한국과 유사한 전략적 역할을 할당받아 온 대만은 엇비슷한 수준의 경제나 민주주의의 발전수준 등을 고려할 때 한국의 현재를 비추어볼 가장 좋은 거울이라 할 것임에도 한국 지식계의 대만에 대한 관심이나 이해는 지극히 낮은 수준에 머물러 있다.

「공공화를 향하여, 탈권위주의를 넘어서: 대만의 지식상황과 극복 과제」는 원래 대만의 비판적 지식인 저널 『대만사회연구계간』이 창간 15주년을 기념하여 2003년 개최한 학술대회의 기조논문으로서, 대만사회에 대한 『대만사회연구계간』편집동인들의 선언적 입장천명인 셈이다. 길지 않은 편폭 속에서 장지에스(蔣介石)에서 ‘아볜’(阿扁, 陳水扁) 집권 시기에 이르는 대만사회의 정치적 변화 양상과 각 시기의 극복과제를 다루고 있다.
‘편집동인’ 전체 명의로 발표된 이 글은 외부자들이 대만에 대해 흔히 갖게 되는 상식적 이해, 즉 대만사회가 오랜 국민당의 권위주의적 통치에서 벗어나 성공적으로 민주화를 진전시켜가고 있다는 주류적 관점에 대해 회의적 입장을 표명한다. 대만이 권위주의 시대에서 포스트권위주의 시대로 이행해 왔다는 점은 부정할 수 없지만 과연 이 포스트권위주의 시대가 권위주의로 부터의 해방과 민주주의의 실질적 확대로 평가할 수 있는지 의문이라는 것이 이들 ‘편집동인’의 주장이다. 이들은 이전의 권위주의 시대를, 친미반공 이념에 입각한 장지에스의 고전적 권위주의의 첫 번째 시기, 자유주의의 입장을 흡수한 장징궈의 개혁적 권위주의의 두 번째 시기, 리덩후이에 의해 주도된 대중적 권위주의의 세 번째 시기로 세분하여 설명하는데, 이처럼 대만에 있어 권위주의적 통치는 시대와 상황에 따라 그 형식과 작용양태를 달리하는 다양한 적응과 변용을 통해 긴 생명력을 이어왔다는 것이다. 그러나 오랜 권위주의가 역사의 뒤안길로 물러난 것처럼 보이는 현재의 대만 상황, 즉 포스트 권위주의 시기라 할 수 있는 2000년대 이후의 상황은 과연 어떠한가? 필자들은 국민당(남색) 진영과 민진당(녹색) 진영 간의 무절제한 권력투쟁이 '선거'라는 형식을 통해 표출되었을 뿐 민주주의의 실질적 진전은 답보상태에 빠져 있다고 진단한다. 이러한 양자 간의 ‘너 죽고 나 살기’ 식의 격렬한 정치투쟁은 기실 양자가 깊은 차원에서 맺고 있는 공생적 관계를 은폐하고 있으며 이런 소모적 공방 속에서 정치는 공적인 성격을 상실한 사적인 정치로 전락하고 있다는 것이다. 대만사회에서 선거는 더 이상 공공적 의제에 대한 토론과 선택의 장이 아니며 대중들을 단지 대만성 출신이냐 본토 출신이냐 하는 출신지(省籍)의 아이덴티티 문제로 분열시킨 후 집권에 필요한 거수기로 동원하는 장이 되고 말았다는 것이다. 이런 점에서 이들은 현재의 포스트 권위주의 시대가 ‘선거’라는 민주적 외피를 통해 자신의 본질을 은폐한 또다른 형태의 권위주의의 연속에 불과하다고 본다.
필자(들)은 이러한 문제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첫째, 현재 대만의 정치위기를 특징 짓는 정체성 소환의 정치의 기초가 되어온 ‘성적문제’에 대한 집착을 해소하는 것이 그 첫걸음이 되어야 한다고 주장한다. 복잡한 계급적, 계층적 이해관계 및 정책적 갈등들을 ‘출신지역’이라는 하나의 단일한 코드로 흡수한 후 무력화하는 대만의 정치구조는 지역갈등 구조의 조장을 통해 생명력을 이어가는 한국의 보수적 정치상황과도 지극히 유사한 양상을 보인다는 점은 자못 흥미로운 사실이다. 대만 특유의 이 ‘省籍(출신지)’ 문제의 정치적 최종 귀결점이 향후 대만의 정치적 비전, 즉 대륙과의 통일이냐 대만 독립이냐를 묻는 이른바 “통일/독립 문제”로 이어진다는 점도 대북’화해/대결 노선이 정치의 핵심적 변별요소로 기능해온 작금의 한국상황과 매우 흡사하다. 필자(들)은 ‘성적문제’와 ‘통일/독립문제’가 뒤얽힌 대만의 논의구도 자체에 포함된 양자택일의 허구성에 대한 지적이 필요함을 주장한다. 80년대 후반에서 90년대 초 소위 대만에서의 사회운동 고양기에 등장했던 수많은 진보적 사회운동 세력들이 이후 정치적 실패에 처한 가장 큰 이유 또한 바로 이 ‘출신지’와 ‘통/독’이라는 독이 든 잔에 대한 선택으로 자신을 내몰았을 뿐 이 논의구도 자체를 거부하지 못했기 때문이라는 것이 이들의 주장이다. 따라서 이러한 함정에서 벗어나는 한편 천수이볜 시기 만연한 ‘사사(私事)화된 정치’의 폐해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출신지’ 문제로 귀결되지 않는 다양한 정체성에 대한 평등한 승인의 지향과 분배의 정의 및 사회복지 등 사회적 공공성을 중심의제로 설정하는 논의가 본격화 되어야 한다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쉬진위와 천광싱의 공동명의로 발표된 「비판적 지식인의 사회적 책임과 현실개입」은 이상에서 보여준 「대만사회연구계간」 편집동인들의 대만 사회에 대한 비판적 입장을 향후 자신들이 참여한 구체적 실천의 경험과 관련지어 자세히 소개하고 있다. 이글에서는 2003년 발표된 「공공화를 향하여, 탈권위주의를넘어서」 이후 약 5년 간의 대만의 변화, 즉 민진당 천수이볜의 재집권 및 그 뒤를 이은 국민당 마잉주 馬英九 정권의 성립 등의 현실상황이 잘 반영되어 있는데, 이 기간 동안 이들 편집동인들의 각종 논쟁참여, 저작 및 실천활동 등을 통해 타이완 지식계의 주요한 이슈들을 일목요연하게 제시해 준다는 점에서 타이완의 지식상황에 대한 우리의 이해를 확장하는 데 크게 도움이 될 수 있으리라 생각된다. 1988년 계엄령 해제 이후, 장기간에 걸친 반공적 냉전체제가 이완됨에 따라 대만 사회의 문제를 극복하고자 하는 지식계의 열망은 국가권력에 대한 독립적이고 비판적인 지식인의 담론 공간의 확립을 과제로 삼았다. 대만사회연구계간의 성원들은 주도적인 참여를 통해 지식담론 공간의 확장에 앞장서게 되는데, 동남아시아를 향한 아류 제국주의적 욕망을 드러내는 것으로 새로운 정권의 정당성을 확보하려한 리덩후이 시대의 이데올로기(소위 ‘남진’[南進] 담론)에 대한 비판(천광싱), 국가의 포퓰리즘에 입각한 새로운 권위주의 노선에 대한 비판(왕쩐환, 첸용샹), 국가주도의 관치 경제에서 국가와 자본의 새로운 결탁에 대한 비판(취완원) 등의 주요한 이슈들이 이들에 의해 본격적으로 제기되었고 대만의 민족주의 열풍에 대한 반성적 사고(자오강), 동성애, 트랜스젠더, 성노동자 등 사회적 소수자 불관용정책에 대한 비판(주웨이청, 허춘루이, 닝잉빈) 등 다양한 사회적 정치적 이슈들이 활발한 논의의 장에 던져졌다. 이러한 지식인의 사회참여는 그간 대만에서 주류적 위치를 점해왔던 개발주의의 성과 및 경쟁력 분석에 치중해온 서구지향적 개발담론을 비판함으로써 비판적 지식의 입지와 토론공간을 확장는데 크게 기여하였다. 이 같은 활동을 통해 형성된 비판적 지식인들의 사회적 책임과 연대의 필요에 대한 자각은 이후, SSCI 등 대만 교육 당국이 도입한 학술평가제도의 과도한 영어의존성 문제에 대한 반대운동, 천수이볜 일족의 부정부패스캔들로 인해 촉발된 2006년 9월의 ‘붉은 티셔츠(홍샨쥔 紅衫軍)’ 시위에의 적극적인 결합 등을 통해 사회적 공론장에 대한 보다 깊은 결합으로 귀결되었다. 이들의 분석에 따르면, 민진당 집권기간 동안 대만사회는 탈권위주의 시대의 도래라는 정치적 자유화의 이면에서 ?공성의 약화와 사유화의 심화라는 심각한 문제가 은폐된 채로 누적되어 갔다. 이와 더불어 민진당이 집권의 정당성을 강화하기 위해 강조해온 반대륙노선, 즉 대만독립의 주장은 중국의 경제적 부상 속에서 중국과의 보다 긴밀한 호혜관계를 형성하는데 지장을 초래하였고, 이는 자본의 일방적 대륙 이탈로 귀결되어 대만의 경쟁력을 약화하고, 국제적 입지를 축소하는 않은 뜻밖의 결과를 낳게 되었다는 것이다. 대만민족주의와 본성/외성인을 차별하는 종족차별(族群)의 거센 물결 속에서 정치는 국민당(남색진영)과 민진당(녹색진영) 간의 극한적 정치공방으로 퇴색하고 말았으며, 냉전과 개발독재의 시대에 이어 신자유주의와 대만민족주의가 착종된 복잡한 국면이 도래하게 된다. 이러한 국면 속에서 대만사회가 처한 문제를 발견하고, 그 대안을 창출해야 할 지식인의 책임은 민주(녹색)/국민(남색) 양 진영의 기성정치 세력 중 어느 쪽을 지지할 것인지에 대한 선택행위로 간단히 대체될 수 없는 것이다. 이런 점에서 「대만사회연구계간」 편집동인들이 보여온 그간의 노력들은 대만지식계의 스펙트럼 전체를 온전히 대표할 수는 없다 하더라도 현대 사회에서 비판적 지식인이 감당해야 할 사회적 책 임, 이론적 개입과 실천행동에 있어 하나의 모범사례라 할 수 있다. 유사한 사회발전경험과 정치적 변화의 궤적을 그려온 한국 사회의 지식인들에게 있어서 이는 또한 하나의 훌륭한 참조점을 제공할 수 있을 것이다. 만약 우리가 대만의 경험에 대한 진지한 독해를 통해, 한국과 대만이 걸어온 역사적 행로의 동질성과 차이의 배후에 자리하는 냉전 등 동아시아적 상황의 숙명성을 재발견한다면 현재 한국이 처해 있는 남북관계의 실상이 결국은 대만과 중국 사이의 양안관계와 나란히 두고 볼 때 가지는 근원적 유사성, 즉 냉전이 낳은 쌍생아에 해당함을 새삼 절감할 수 있을 것이다. 따라서 대만의 상황을 동아시아론의 사유구도 속에 위치 짓고 이를 현재 한국아 처한 상황과의 상호참조해 가는 작업은 단지 한국발 동아시아론을 이 담론의 주변인 대만으로까지 확산한다는 것에 만족하고자 하는 것이 아니라, 대만을 사유의 매개로 삼아 남한과 북한, 남한과 중국의 관계 등 오늘날 한국이 처해 있는 지난한 과제의 배후에 자리한 ‘동아시아적 조건’을 재인식하는 것으로 이어질 수 있을 것이다.

편자를 대표하여 이정훈 씀
---서문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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