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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보낸 순간 (시)

우리가 보낸 순간 (시)

: 날마다 읽고 쓴다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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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품목정보
발행일 2010년 12월 20일
쪽수, 무게, 크기 288쪽 | 469g | 145*225*20mm
ISBN13 9788960900899
ISBN10 896090089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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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국을 돌아다니다 보면 불현듯 과거 속으로 들어간 듯한 기분이 들어서 깜짝 놀랄 때가 있어요. (…) 언젠가 연해주에서 차를 타고 가다가 올려다본 밤하늘은 일곱 살 때의 밤하늘 그대로였구요. 그런 식으로 이 지구 어딘가에, 아니 어쩌면 이 우주 어딘가에 제가 살아온 삶이 그대로 저장된 것은 아닐까요? 별이 뜨는 것을 볼 때마다 세상은 조금씩 바뀌었지만, 그럼에도 모든 게 가뭇없이 사라진 것만은 아니지 않을까요? 그래서 지구란 이토록 크고, 우주란 상상할 수 없을 정도로 광활한 게 아닐까요? 인류의 기억 전부를 보존하기 위해서. --- p.212, 이기철의 시 「별이 뜰 때」 감상글 중에서

입추에서 처서 사이는 제가 한 해 중 두 번째로 좋아하는 절기입니다. (…) 그 미묘한 보름 동안 우리의 눈과 귀와 코와 입은 여름용에서 가을용으로 바뀌죠. 그걸 느껴보세요. 그러면 그 보름이 여름에게 작별하라고 있는 보름이라는 걸 알게 되죠. 그 다음부터는 여름 매미들은 잘 모르는 세상. 여름에 매미 소리가 너무 시끄럽다면, 소리치세요. 가을 단풍이 뭔지도 모르는 녀석들이! 그러거나 말거나 매미들은 계속 울어대겠죠. 열흘 동안의 청춘, 매미들에게는 그것으로 충분하니까. 가을 단풍 따위, 맴맴맴. --- p.264, 권혁웅의 시 「사춘기-야생동물 보호구역 6」 감상글 중에서

“나는 당신을 봅니다”라고 말할 때는 그 사람을 둘러싼 모든 것들의 역사를 본다는 뜻이더군요. 제가 태어날 때부터 죽을 때까지 모든 걸 볼 수 있는 사람이 있다면 어떨까요? 그 사람은 아마도 내가 왜 태어났는지, 또 무엇을 위해 살았는지, 그리고 어떤 마음으로 죽을지 다 알 수도 있겠네요. 나는 당신을 봅니다, 그건 당신이 살아야 할 이유를 압니다, 그런 뜻일지도 모르겠습니다. 만나는 사람마다 건네고픈 인사군요.
--- p.284, 이영주의 시 「나의 인사」 감상글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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