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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몸을 빌려 드릴까요

내 몸을 빌려 드릴까요

[ 양장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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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품목정보
발행일 2017년 08월 17일
판형 양장?
쪽수, 무게, 크기 264쪽 | 374g | 127*188*20mm
ISBN13 9788970129693
ISBN10 897012969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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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육체는 그 누구의 것도 아니다. 그렇다면 누구에게 빌려주어도 상관없지 않은가.
--- p.10

대여되는 육체, 즉 나의 몸뚱이는 비디오테이프를 빌려가는 정도의 가벼운 기분으로 거래되는 패스트푸드 같은 신체다. 이는 자학도 아니고 복수도 아니다. 구태여 말한다면 가벼워지기 위해 하는 일이다.
--- p.35

허구와 망상이 허락되는 유희의 세계에 머물러 있기 위하여 나 자신을 텅 비워 버리고 싶다. 갈비뼈 사이를 바람이 들락날락하는 상쾌한 육체가 되고 싶다. 보디 렌털은 그런 입장을 명확히 구별 짓는 하나의 수단인지도 모른다.
--- p.41

오히려 수습할 길이 없는 것은 언제나 핵심을 흐려 놓고만 있는 나 자신의 정신 상태 쪽인지도 몰랐다.
--- p.83

물건으로서의 자신을 즐기는 보디 렌털은 자신의 몸뚱이라고 하는 신체 감각이 없는 데서 성립되는 거야. 마음과 육체와 두뇌가 마치 아무런 관련도 없는 상태라고나 할까. 그러기에 감각적으로는 이와 머리도 떼어 내는 일이 가능하다고 보는 거지.
--- p.89

그녀에게 있어 자신의 몸은 렌터카와 같아. 플라스틱 장난감처럼 아무나 갖고 놀기 좋고, 깃털 이불처럼 가볍고, 화전민의 땅처럼 불모지인 셈이지.
--- p.91

나의 렌털은 일단 계약을 맺고 나면 그 다음은 모두 고객에게 일임한다. 내 판단이 문제가 되는 것은 계약까지이다. 그 후로는 완전히 ‘물건’이 되고 만다. 혹은 텅 빈 ‘그릇’이 되는 것이다.
--- p.102

렌털을 반복함으로써 나 자신의 그 무언가가 허물어져 갔다. 그걸 허물어트리지 않고 끝까지 지켜보고 있는 또 하나의 내가 있었다. 그러다 이제 더 이상 허물어질 것이 없는 데까지 허물어져 내리고 나면, 그다음에는 비바람에 천년 동안 노출된 마른 뼈처럼 가볍고 건조한 그 무언가가 남을 것이다. 그마저 한 번 더 비가 내리면 모래에 섞여 깡그리 사라져 버릴 것이다.
--- p.103

나는 알고 있다. 내 마음과 몸과 두뇌 사이에는 용안사의 흰 모래보다 훨씬 더 살벌한 공백이 있다는 것을. 나라고 하는 그릇이 자꾸만 진공 상태가 되어서, 몸이 산산조각이 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 때도 있다. 그래도 부서지지 않는 이 몸을 믿을 수가 없어서, 여러 가지로 바보스러운 생각을 해보지만, 이 공백만은 어떻게 할 수가 없다.
--- p.147

나의 부속의 연결 부분은 대단히 헐겁게 되어 있다. 개에게 뼈다귀를 주는 것처럼, 그리스의 신에게 암브로시아를 바치는 것처럼, 원하기만 한다면 부속을 떼어 내서 사방에 흩뿌릴 수 있다. 퍼레이드에서 꽃을 뿌리듯이, 우아한 왈츠든 명랑한 삼바든 리듬을 타고 경쾌하게.
--- p.1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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