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명모성의 길’ 안내자. 감성 치유사. 하버드대학교 교육철학 박사. 어머니와의 관계를 치유하고 개선하는 과정에서 감성탯줄, 감정줄의 개념을 확립하고 자녀 교육과 감성 치유, 감정줄 자르기를 통해 좋은 결실을 얻었다. 한국을 떠나서 살아온 이민 1.5세로서 다문화가정 일원의 시각으로 한국사회가 생성하고 있는 독특한 모성이 사회 전반에 끼치는 영향과 악영향을 탐사해왔다.
저자 : 박범준
‘기억의책’ 편집장. 서울대학교 독어독문학과를 졸업했다. 2007년부터 제주도에서 바람도서관을 운영하며 글을 쓰고 사람을 만나고 있다. 아버지와의 관계에서 존중을 회복하면서 커다란 삶의 변화를 경험했고, 아버지의 삶의 의미를 담은 자서전을 엮어 선물했다. 그 경험을 보다 널리 나누기 위해 사회적 기업 꿈틀을 창업해 부모님의 인생을 기록하는 자서전 ‘기억의책’을 만들고 있다.
가장 친밀한 엄마와의 관계에서 존중감을 경험하느냐 경험하지 못하느냐는 딸에게 더없이 중요합니다. 마치 어미 사자에게서 사냥을 배운 새끼 사자와 그렇지 못한 새끼 사자처럼 그 둘은 살아가는 데 커다란 차이가 생깁니다. 또 자신이 어미 사자가 되었을 때 자신이 가지고 있지 못한 것을 새끼 사자에게 전해줄 수 있는 방법이란 없습니다. 딸은 자라서도 엄마와 감정줄을 이어가고 다시 자신의 자녀들과 감정줄 관계를 맺습니다. 이런 식으로 엄마에게서 딸에게, 또다시 엄마가 된 딸이 그 자녀에게 대물림한다는 점에서, 엄마와 딸 사이의 감정줄은 다른 관계보다 더욱 중요합니다. --- p.49--50
스스로의 상처를 존중하면 나 자신을 이해할 수 있고 또 위로할 수 있습니다. 아무 죄 없이 상처받은 모습을 바라보면서 그 감정에 공감하고 위로하는 것은 너무나도 자연스러운 일입니다. 이것은 엄마의 상처에도 똑같이 적용할 수 있습니다. 엄마에게도 당연히 자신만의 깊은 상처와 외로움이 있습니다. 딸을 무시하고 상처 주는 말들은 사실 자기 상처를 표현하기 위한 몸부림입니다. --- p.106-107
상처는 아픔입니다. 그러나 상처를 인정하고 위로하고 해결하는 과정은 행복할 수 있습니다. 큰 갈등으로 서로를 괴롭히다가 어떤 계기로 진심으로 마음을 열고 화해했던 경험이 있다면, 그 행복의 크기를 짐작할 수 있을 것입니다. “내 상처는 무엇일까요?” 이 질문은 인생의 문제들을 풀기 위한 출발점이 됩니다. 누구에게나 ‘나의 상처’는 인격을 무시당하고 인권을 유린당하고 천부적인 성품을 존중받지 못했던 아픈 경험입니다. --- p.108
늪에 빠진 두 사람을 생각해봅시다. 두 사람은 조금씩 몸이 가라앉는 공포 속에서 제정신을 차리지 못하고 필사적으로 허우적거리고 있습니다. 한 사람이 먼저 정신을 차리고 상대방에게 손을 뻗으면 어떻게 될까요? 상대방은 여전히 정신없이 팔을 휘젓느라 도움의 손길을 뿌리치고 오히려 머리채나 옷자락을 붙잡기도 합니다 . 그렇게 늪에 빠진 상태에서 상대방을 구하려다가는 서로 뒤엉켜 함께 늪으로 가라앉기 쉽습니다. 늪에 빠진 두 사람이 탈출하기 위해서는 자신이 먼저 늪을 빠져나오는 것이 중요합니다. 도움을 주기위해 구명줄을 던지는 것은 그 다음의 일입니다. 함께 늪 속에서 허우적거리면서는 절대로 상대방을 구할 수 없습니다. 존중감 없는 관계에서 허우적거리는 엄마와 딸도 마찬가지입니다. 늪에서 빠져나오기 위해서는 먼저 늪 속에서 허우적거리고 있는 자신의 모습을 알아차려야 합니다. 내가 먼저 늪을 빠져나와 단단한 땅 위에 올라서고 나서야 상대방을 위해 도움의 손길을 뻗을 수 있습니다. 단단한 땅 위에서 만난 두 사람은 비로소 서로를 해치지 않는 관계를 만들어갈 수 있습니다. --- p.135
감정줄을 끊고 엄마와 관계를 회복하는 것은 자신을 휩싸버린 감정을 걷어내는 과정입니다. 감정을 내려놓으면 자신이 엄마와의 관계에서 겪었던 많은 실패들이 뚜렷하게 보입니다. 그리고 그 실패의 패턴을 다른 사람들과의 관계에서도 계속 반복하고 있었다는 것을 알게 됩니다. 감정줄이 정리되면 엄마와의 관계에서 보이는 책임감과 용기는 이제 다른 사람들과의 관계에서도 발휘할 수 있습니다. 수십 년 동안 자신을 괴롭힌 엄마와의 관계에 비하면 다른 관계를 바꾸는 것은 오히려 쉽게 느껴집니다.
《나는 왜 엄마에게 화가 날까》는 ‘엄마’라는 사회적으로 강요된 만능 해결사와 우리가 맺고 있는 근원적인 트라우마를 밝혀낸다. 이 트라우마는 ‘무한한 사랑을 주고 싶은 엄마’와 ‘무한한 사랑을 받고 싶은 딸’ 사이에서 일어나는 불가피한 충돌이 아닐까. 그런 완벽한 관계는 애초에 불가능한 환상이라는 것을 우리는 애써 모른 척하며, 끊임없이 ‘더 좋은 엄마, 더 멋진 딸’이 되기 위해 노력한다. 이 책은 완벽한 슈퍼맘, 훌륭한 엄친딸이 되기 위해 서로의 진짜 마음을 드러내지 못하고 가슴앓이하는 이 세상 모든 모녀들에게 서로를 향해 좀 더 편안해질 수 있는 ‘관계의 열쇠’를 제공할 것이다. 정여울 (작가, 문학평론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