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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쇼

눈쇼

임요희 | | 2017년 08월 25일   저자/출판사 더보기/감추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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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품목정보
발행일 2017년 08월 25일
쪽수, 무게, 크기 268쪽 | 388g | 135*207*20mm
ISBN13 9791187229094
ISBN10 118722909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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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소개 (1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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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 때문에 C는 학창시절 내내 별종 취급을 받아야 했다. 눈이 이상하게 생긴 사람은 생각이나 행동까지 이상할 거라고 믿는 것 같았다. 그런 자의식이 순조로운 연애를 방해했으며 사회생활에까지 불운을 몰고 온 게 틀림없었다. 이태나 사귀어 온 여자는 결혼을 코앞에 두고 이별을 통고해왔고 어렵게 구한 일자리는 곧 날아갈 준비를 하고 있었다. 한때 C에게 있어 삶의 전부라고까지 여겨지던 것들이었다. 그런 만큼 그것들을 지켜내기 위해 C는 눈쇼를 하지 않을 수 없었던 것이다.
--- p.32

부자는 가난한 사람을 멸시하지 않는다. 무시할 뿐이다. 그러나 가난한 사람은 자기보다 가난한 사람을 그냥 두지 않는다. 틈만 나면 멸시하려 든다. 뭐라도 밟고 있지 않으면 자기가 바닥이라는 느낌을 떨칠 수 없어서일까.
--- p.63

그녀는 반만 살아있는 느낌이었다. 육신과 영혼의 절반은 땅속에 파묻힌 채 꼼짝없이 굳어버린 것 같았다. 온전히 살아있다는 느낌을 갖기 위해서는 땅 위로 올라가야 했다. 땅 위에 있는 집을 얻기 위해서는 돈이 필요했고, 돈을 구하기 위해서는 집을 팔아야했지만 부동산 경기 악재로 지금 집을 팔면 반지하 전세금마저 토해내야 할 판이었다. 결론적으로 반지하를 벗어날 방법이 없으니 반만 살아 있다는 느낌을 견뎌야 했다. 초가삼간에 살아도 마음만 떳떳하면 그만이라는 말은 초가삼간이 반지하가 아니기 때문일 것이다.
--- p.71

나의 삿된 질문에 그녀가 고개를 돌렸다. 스스로가 생각해도 한심한 질문이었다. 세상에서 가장 필요 없는 질문이기도 했다. 사랑은 벼랑에 매달린 우리에게 신이 내미는 칼날과 같다. 잡으면 쓰라린 고통 속에서 서서히 죽어 갈 것이며 잡지 않으면 벼랑으로 굴러 떨어져 즉사한다.

사랑을 밀쳐내든 받아들이든 그것은 반드시 우리에게 복수한다. 인간을 비참과 지리멸렬의 함정으로 던져 넣는 것이다. 그리하여 모든 사랑은 원한으로 모습을 바꾼다.
--- p.128

‘장갑증세’는 휴지공장 근로자들에게서 나타나는 일종의 직업병이었다. 아무리 조심한다 해도 휴지공장에 머무르는 이상, 약품이 함유된 죽을 만지지 않을 도리가 없었고, 죽을 직접 만지지 않는다 해도 휴지까지 만지지 않을 수는 없는 일. 뭔가 이상하다고 생각했을 때는 돌이킬 수 없을 정도로 손이 하얗게 변질된 후였다.
--- p.2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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