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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품목정보
발행일 2010년 12월 27일
쪽수, 무게, 크기 125쪽 | 192g | 126*205*20mm
ISBN13 9788991109971
ISBN10 899110997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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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 김성주
제주시 이호동에서 나고 자랐다. 〈자유문학〉으로 등단했으며 시집으로 『비ㆍ바람의 길』이 있다. 제주작가회의 회원, 수운교 수산지부장으로 활동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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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담리 바닷가에서 범종소리를 듣다


임이 있어도 그만, 없어도 그만이던 시절은 가고
첫눈 내리던 날
머리 깎고, 눈 코 귀를 막으며
산사에 들어온 지 20년
임을 부르며 범종을 친다

가우웅

상처를 안고 몰려드는 물고기들을 어루만지며
부르튼 천수(千手)로 물마루 집고 넘어
철썩 사르르
무성(無聲) 무색(無色)이 되어 찾아온 임의 노래
짭짤하고 축축한 그, 눈물 속에서
범종이 운다

가우웅

--- 본문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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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편마다 뻥뻥 뚫린 구멍에서 뿜어 나오는 한기가 몸을 움추리게 한다. 흔히 말하는 운명이라고 하기에는 형은 너무 일찍 “내 나이 세 살 어머니는 스물셋”에 슬픔을 차지해버렸다. 그러나 형은 굳이 상처를 치유하려 하지 않는다. 어머니와 외삼촌을 향해 총을 겨눈 어머니의 사촌, “손 발 저”리며 그 후손들과 동시대를 살아´살아지혜를 형은 이미 터득했기에 고통을 응시하는 자의식 또한 사뭇 의연하다. 자기 부정 없는 직설적 언어들은 “마디마다 구멍 뚫린 내력”을 안고 있는 퉁소에 “숨을 불어넣”는 것이 아닐까. 삶의 비의가 곳곳에 물기 배인 채 축약된 시집 구멍의 서사는 우리 모두의 블랙홀이다.
정군칠(시인)
김성주 시인의 시를 보고 있노라면 현기증을 느낄 만큼 다양한 대상들을 노래하고 있음을 깨닫게 된다. ‘시방삼세(十方三世)란 없었나보다’라고 은근슬쩍 말하면서도 분주히 시방삼세 속의 대상들을 노래하고 있는 것이다. 보름달, 빛깔 없는 빛깔, 소리 없는 소리, 응큼 슬쩍 바라보는 옆집 여자, 정념의 빨간 불빛, 첫사랑, 상처, 지독한 그리움, 하얀 목화밭 위를 지나가는 가을비……. 그가 노래하고 있는 것이 우리의 아픈 과거사이거나 가족사이거나, 그것도 아니면 아직도 가슴 한쪽에 아스라하게 남아 있는 첫사랑의 기억이거나 서로 모순의 충돌을 일으키지 않는 것은 그 모든 것들을 다 만행과 만덕을 닦아 덕과를 장엄하게 하다는 ‘화엄(華嚴)의 세계’속에서 노래하고 있기 때문이다.
정찬일(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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