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골목에 관한 어떤 오마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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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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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행일 2017년 07월 31일
쪽수, 무게, 크기 284쪽 | 304g | 128*188*20mm
ISBN13 9788939230101
ISBN10 89392301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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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은 물엿처럼 밤이 늘어졌다. 사물은 오로지 소리로만 떠다녔다. 바람이 멋대로 날뛰는 반공중 속이었다. 쫓고 쫓기는 발짝 소리만이 별의 파편처럼 후드득 떨어졌다. 폐허에서 기어 나온 풀벌레 한 마리의 은밀한 날갯짓 같았다. 때론 수문이 한꺼번에 열리듯 소란스러웠다. 혹은 무화과나무가 썩은 과육을 털어내려 제 몸을 흔드는 소리였다. --- p.7

소년은 이제 그 모든 것을 볼 수 없다. 그러나 소년은 그 모든 것을 기억한다. 소년의 기억 속에서 골목은, 마을은, 도시는 확장을 거듭할 것이다. 소년은 자신의 기억에 이름을 부여하기로 결정한다. 조상 대대로 내려오는 그대로 소년은 그 기억에 ‘돌들의 언덕’이란 이름을 부여한다.--- p.38

바다 건너에서 두 개의 큰 별이 떨어진다.
산이 노하여 바다와 자리를 바꾸고 아이들이 길을 잃는다.--- p.90

“단순하군. 하지만 이쯤에서 고통을 벗는 것도 나쁘지 않아. 사람의 인과 관계란 생각보다 훨씬 복잡 다양하게 얽혀 생을 만들어 가는 법이니까. 촘촘히 뜬 털옷과 같기도 하지. 옷이 완성되기 전까지는 결코 자기 삶의 결을 온전히 들여다볼 수 없어.” --- p.164

“북이 생각나네요. 두드려도 반응하지 않는 저 무심한 허공으로 둥둥, 산갈치들은 끊임없이 날아올랐고 마침내 기력이 다해 아스팔트로 떨어져 내렸어요. 그 눈부신 해의 움직임, 누구도 원망할 수 없는 그 노란 볕 속에서 나는 죽음의 얼굴들을 무던히 내려다보고 있었던 것인데, 엉뚱하게도 수천 마리의 생명이 꺼져가는 그 순간에도 나는 그것들의 숫자를 세고 있었어요.“
--- p.2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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