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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순신의 7년 6

이순신의 7년 6

: 이순신, 닥쳐오는 운명을 예감하다

리뷰 총점10.0 리뷰 1건 | 판매지수 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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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품목정보
발행일 2017년 08월 30일
쪽수, 무게, 크기 344쪽 | 502g | 138*204*30mm
ISBN13 9788972885863
ISBN10 897288586X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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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소개 (1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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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순신은 총을 새로 만들었다는 내용의 장계를 써 올린 뒤에야 삼도수군통제사를 임명하는 선조의 교서를 받았다. 교서를 전하는 선전관이 한산도까지 내려오는 데 십 일이 걸린 셈이었다. 이는 격이 올라간 전라 좌수영의 경사였다. 전라 좌수사 겸 삼도수군통제사가 머무는 본영이기 때문이었다. 이순신 휘하의 장졸들이 대장선으로 먼저 와 축하 인사를 했다. 전라 우수영의 수사나 우후도 바로 달려왔다. 그러나 경상 우수영의 원균은 오지 않았다. 원균의 부하들도 눈치를 보며 왔다가는 재빨리 떠났다. 이순신은 원균이 끝내 나타나지 않자 정사준이 만든 총을 꺼냈다. 장졸들에게 총의 위력과 사거리를 보여주기 위해서였다. 이순신 휘하의 장졸들 모두 굴포 모래밭으로 나갔다.
“인자 왜놈 총을 무서와헐 거 읎을 겨.”
--- p.16

이순신은 몇 년째 어머니께 세배하고 축수의 술잔을 올리지 못하는 자신의 처지를 한탄했다. 전라 좌수사로 부임한 이후에도 해마다 그랬던 것이다.

촛불 밝히고 / 홀로 앉아 / 나랏일 생각하니 / 나도 모르게 눈물이 나네. //
병드신 / 팔순 어머니 생각에 / 초조한 마음 / 밤을 새웠네.

이순신은 세배드리지 못한 자신의 불효를 일기에 또박또박 남겼다.
--- p.83

‘내가 병들어 누운 지도 어느새 일 년이 된다. 듣건대 내 병을 고치는 데 명약이 있다고 한다. 조선의 호랑이 뼈를 삶아 물을 마시고 호랑이 고기를 구워 먹으면 낫는다고 한다. 조선의 호랑이를 잡아 보내도록 하라.’
히데요시의 난치병이란 등골에 물이 차 허리를 쓰지 못하는 중병이었다. 가토와 나베시마는 물론이고 다른 왜장들도 충성 경쟁하듯 히데요시를 위해 사냥한 호랑이를 바쳤다. 나중에는 산 호랑이도 왜국으로 보내졌던바, 히데요시의 밥상에는 날마다 호랑이 고기 요리가 올랐던 것이다.
--- p.89

유랑민들의 몰골은 비참했다. 이시경의 말처럼 징집을 피하기 위해 고의로 병신이 된 사람은 없었지만 황달에 걸려 얼굴이 퉁퉁 부었거나 몸에서 고름이 질질 흐르는 환자들이었다. 유랑민들의 몸에서는 살 썩는 냄새가 진동했다. 산발한 유랑민들이 이순신 앞에서 자루가 넘어지듯 넙죽 엎드렸다.
--- p.163

도양 둔전은 녹도진 가는 길에 있었다. 이기남은 둔전 입구에서 기다리고 있다가 체찰사 일행과 이순신을 맞이했다. 둔전을 바라보는 체찰사 이원익과 체찰부사 한효순의 얼굴에 미소가 어렸다. 두 사람은 신천지에 들어선 듯 기쁨을 주체하지 못했다.
“이 공, 정녕 이곳이 우리나라 땅이란 말이오?”
“전라 좌수영 관내 도양 둔전이구먼유.”
“어찌 여기만 이렇게 풍년이 들 수 있단 말이오.”
이원익의 눈에 눈물이 맺혔다. 한효순도 감탄했다.
--- p.194

한효순의 이야기를 다 듣고 난 이순신은 마음이 무거웠다. 선조가 자신을 신임하지 않고 불신하는 것까지는 참고 견딜 수 있으나 왜적과 싸움 한번 해보지 않은 신하가 이러쿵저러쿵 논하는 것에 심한 괴리감이 들었다. 수군이 거제만 점령하면 왜군의 보급로가 끊어질 것이라는 둥, 명과 왜가 강화 협상을 벌이느라고 큰 싸움이 없는데도 왜군이 대포를 만들고 있는 중이라서 싸움이 소강상태라고 하는 둥 조정의 임금과 신하들의 판단과 인식에 한숨이 절로 나왔다.
--- p.230

이순신은 해남과 진도 사이를 소리치며 흐르는 울돌목의 바닷물을 유심히 보면서 걷기만 했다. 상념에 빠져서인지 이정충이 하는 말을 건성으로 듣는 것처럼 보일 정도였다. 이윽고 이순신이 한마디 뱉어냈다.
“작은 군사로 큰 군사를 이길 수 있는 바다구먼.”
“워째서 그랍니까유.”
“물살이 이렇게 쎈 디는 우리나라에 읎을 겨. 바다 폭이 좁은
것두 그렇구.”
“왜놈덜을 뜰채루다가 낙지잽이 허듯 잡으믄 되겄구먼유.”
--- p.255~256

닷새 후.
선조는 며칠 동안의 고민 끝에 내시 중에서 왕명을 전하는 승전색承傳色을 시켜 승정원에 비망기를 전했다. 대신들을 별전에 불러놓고 전명傳命하지 않고 굳이 비망기를 내려보낸 까닭은 뻔했다. 자신의 입장이 떳떳하지 못했고, 대신들 간에 이견이 분분할 수도 있어서였다. 비망기의 요지는 임시로 한양을 떠나겠다는 것이었다. 왜군이 재침해 올 경우를 대비한 파천 계책이었다. 임진년처럼 허둥지둥 파천하지 않겠다는 선조 나름대로의 군색하기 짝이 없는 대책이었다.
--- p.306

“쯧쯧쯧.”
“지도 요로코롬 지저분헌 싸움은 첨이그만요.”
“그려.”
“적장과 내통하고 있는 김응서 모가지를 댕강 잘라불고 잡그만이라우.”
“에러운 일이여. 임금님은 물론이구 윤두수, 이산해 같은 대신덜이 김응서의 장계를 지달리고 있다니께 말여.”
“요시라 이중 첩자질에 모다 놀아나는 꼴이그만요.”
“그러니께 우덜이라두 정신 바짝 차려야 혀.”
--- p.3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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