각 인물의 입장에서 바라보는 각양각색 ‘조선 건국’
교과서에 나오는 조선 건국에 대한 이야기는 하나도 기억에 남지 않으면서, 드라마〈정도전〉의 다음 화는 자못 궁금하게 느껴지는 이유가 무엇일까? 아마도 객관적으로 서술하는 교과서에 비해, 드라마는 캐릭터의 성격이나 입장을 생생하게 전달해서 시청자가 쉽게 공감할 수 있기 때문일 것이다.
이 책에서는 그런 장점을 살려 독자들이 최대한 역사 속 인물에 공감할 수 있도록 노력을 기울였다. 일단 이성계, 정도전, 이방원 세 사람이 기호 1, 2, 3번을 차례로 받은 뒤 자신을 건국의 주인공으로 뽑아 달라고 입장을 호소한다. 여기에 이성계를 아끼던 최영 장군, 정도전의 친구이자 라이벌이던 정몽주, 이방원의 오른팔로 불리던 하륜 등 각양각색의 인물들이 각 후보들에 대해 칭찬, 또는 비난하는 인터뷰를 더하는 식이다.
덕분에 책을 읽다 보면, 어느새 이성계의 호방하면서 소심한 성격, 정도전의 완벽한 능력과 콧대 높은 자존심, 이방원의 불도저 같은 추진력과 불같은 야망을 생생하게 느낄 수 있다.
동시에 각 인물들이‘조선 건국’을 어떻게 바라보았는지 함께 느끼다 보면, 당시 시대 배경 역시 쉽게 이해하게 된다. 원나라에서 고려로 귀화한 입장인 이성계, 기울어 가는 고려의 개혁을 원하던 신진 사대부 계층의 정도전, 중요한 순간마다 큰 공을 세운 왕세자 연습생 이방원 등 고려 말에서 조선 초까지 어떤 역사가 펼쳐졌는지 다양한 인물들의 눈과 귀를 빌려 체험하는 셈이다.
눈치 빠른 독자라면 여기에서 한발 더 나아가, 역사 속에서 한 나라를 건국하는 데 필요한 요소가 어떤 것인지도 한눈에 파악할 수 있다. 눈치가 없어서 걱정이라고? 책의 말미에 각 인물의 활약에 점수를 주는 표를 마련했으니, 지지하는 후보에게 별점을 주다 보면 요소요소가 머릿속에 쏙쏙 박히게 될 것이다!
-본문 18~19쪽에서
오늘날과 조선 시대를 이어주는, 능청스러운 풍자
정통 사극보다 퓨전 사극이 인기를 끌고, 일반 한복보다 개량 한복이 유행인 요즘, 역사책 역시 옛이야기라고 옛날 느낌만 줄 수는 없는 노릇이다. 오백 년 전 세상에서도 힘든 일이 있으면 욕하고, 좋은 일이 있으면 기쁨의 비명을 질렀을 것이다.
그런 감정을 생생하게 전달하기 위해 당시 인물의 인터뷰, SNS, 토론회 등 최신 문물을 활용하여 재미있게 접근한다. 본문 곳곳에 이런 독특한 장치를 해 놓은 덕분에, 각 챕터가 드라마 장면 전환하듯 짧게 짧게 전환되어서 지루할 틈 없이 책을 읽어 내려가게 된다.
또한 일러스트 역시 단순한 사실 관계만 묘사하는 게 아니라, 아이들이 흥미롭게 여기는 요소들을 넣어 현실적인‘풍자’를 하고 있다. 영화와 만화 형식은 물론이고 기발한 그래프와 유머러스한 도표로 전달하는 인물과 사건을 살피다 보면, 어느새 깔깔대고 웃는 모습을 발견하게 될 것이다.
이 책을 읽은 독자는 다른 건 제쳐두고서라도, 여러 이미지들을 떠올리며‘조선? 이성계랑 정도전이랑 이방원이 건국했다는 그 나라 말이야?’라고 이야기할 수 있을 것이다. 이방원이 정말 철퇴 대신 뿅망치를 들고 다닌 걸로 생각하면 어쩌냐고? 그래도 이방원이라는 인물 하나는 확실하게 기억하는 거 같은데, 좋은 일이 아닐까?
-본문 70~71쪽에서
--- 본문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