빵에서는 밀가루 맛이 난다는 것조차 몰랐던 예전의 그가, 빵이라는 세계에 비로소 눈을 뜬 계기는 의심의 여지없이 ‘코티디앙’이었고, 그에게 있어서 그곳은 특별하게 눈부신 곳이었습니다. 그리고 그 눈부심은 시간이 지나면서 자연스레 마멸되어 가는 부류의 눈부심이 아니었습니다. 단, ‘코티디앙’의 빵을 일상적으로 맛보는 날들 속에서, 지금 여전히 그가 실제로 그만큼의 눈부심을 느끼고 있는가를 논한다면 그건 또 아니었습니다. 매일 그 맛과 신선함을 새로 마주하면서 눈부심을 퇴색시키지 않고 계속해서 갱신하는 그런 고지식한 짓을 하고 있었던 건 아니고, 그저 제일 처음 ‘코티디앙’ 빵을 입에 넣었을 때의 강렬함을 검증하려들지 않고 쭉 특별한 느낌으로 간직했던 것입니다. 솔직히 저는 이미 예전부터, 그렇게까지 생각이 들 정도는 아니었습니다.---「비교적 낙관적인 케이스」중에서
그리고, 나에게 이렇게 말하는 것이다. 아니 진짜, 일본의 여름은 독특하다니까, 특히 이 습기.
이런 얘기를 한다는 것이, 나에 대한 우월감을 피력하는 것으로밖에 난 받아들일 수가 없는데, 그것은 어째서일까? 그때까지는 어떻게든 눌러 참고 있었던, 신경 거슬리는 감정을 그가 똑똑히 보도록 겉으로 드러내고 싶다는 욕망에, 난 더는 참을 수가 없었다. 우선, 참지 않으면 안 될 이유가 없을 것 같았다. 마치, 인간은 누구나 세계 각지의 여러 가지 여름 중에 마음에 드는 여름을 자유로이 고를 수 있지요? 하고 말하는 듯한 그 무신경함, 오만함은, 나를 정말로 짜증 나게 만든다. 게다가 내가 그런 말 하는 걸 싫어한다는 건, 그도 분명 알고 있을 거다. 그가 이런 식으로 날 짜증 나게 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오히려, 이렇게 길게 나가 있다가 왔을 때는 번번이 나한테 이런 짓을 한다고 해도 좋을 정도다.
나는 말했다. 나는 5주 동안 그 눅눅함의 최절정에서 매일 살았는데 뭐 불만 있어? ---「거리, 필수품」중에서
하지만 이렇게 갑작스럽게, 못 보니까 쓸쓸하다는 그런 열량 높은 말이 나를 향해 들이닥쳐도, 그가 지금 현재 위치한 장소, 그가 그날 하루 무얼 했는지, 무슨 얘기를 하고 무슨 얘기를 들었는지, 무슨 정보를 어떤 매 체, 어떤 툴을 통해 얻었는지, 어떤 감정의 흐름을 경험했는지, 그런, 날 못 봐서 쓸쓸하다는 말을 그가 전화로 뱉어낸, 그 전후관계랄까 그 문맥이 나한테는 잘 이해가 안 되었기 때문에, 아무래도 이렇게 말하면 그의 말을 의심한다는 소리밖에 안 되겠지만, 그 말이 입에 발린 소리처럼 들린다. 그래서 나도 슬프지만, 어쩔 수가 없다는 생각도 든다.---「문제의 해결」중에서
“저기요, 죄송한데, 질문이 있는데요.”
“뭔데요?” 담당자가 밝은 얼굴로 묻네요.
“인종 같은 거 바꿀 수 있어요?”
“인종요?”
“네. 예술가 계속하는 걸로 하고, 인종을 일본인 말고 다른 걸로 바꿀 수 있으면 좋을 거 같아서요.”
“네? 왜요?”
“일본이 아닌 걸로, 예를 들어 구미歐美 지역이나 중동이나 아프리카나 인도나 중국이나, 아무튼 일본인이 아니라면 어느 나라든 좋겠다 싶어서요. 그럼 예술가가 되는 것도 의미가 있을지 모르겠어서. 아니, 그냥 든 생각이에요.”
“음, 그런데 그 부분은 변경이 좀 어려우세요.”
“그래요? 그럼 그냥 ‘희망 안 한다’로 할게요. 자요.”---「여배우의 혼」중에서
하지만 이때 남자는 관객에게 똑똑히 들리는 목소리로, 이렇게 말했다. “그건, 됐어.”
이건 이 퍼포먼스 전체를 통틀어 유일하게 발화된 단어, 즉 대사였다. 그 말을 듣고 여자가 어떤 표정을 지었을까? 그에게는 여자의 얼굴이 보이지 않았다. 하지만 그에게는 상관없는 일이었다. 이 대사가 그를 결심하게 만들었다. 이제 1초도 여기에 있을 이유는, 그에게는 존재하지 않았다. 그는 자리에서 일어서기로 마음먹었다. 의자 아래 밀어 넣어두었던 각진 배낭을 꺼내, 앞 열과 간격이 얼마 나지 않는 비좁은 통로를 옆으로 걸어 나가, 잠겨 있던 무거운 출입구를 열어 그곳을 빠져나가자, 그 문이 뒤에서 조용하게 닫혔다. 물론 무대 위 퍼포먼스는 계속되었다. 그가 나갔다는 것을 최대한 신경 쓰지 않으며, 두 사람은 무대 위에서 계속 연기했다.
---「견딜 만한 단조로움」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