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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무들의 은밀한 생활

나무들의 은밀한 생활

[ 양장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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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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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행일 2011년 01월 24일
쪽수, 무게, 크기 164쪽 | 246g | 128*188*20mm
ISBN13 9788981339418
ISBN10 89813394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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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소개 (3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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훌리안은 ‘나무들의 은밀한 생활’ 이야기를 들려주면서 어린 소녀를 얼러 재운다. 취침 시간에 아이에게 들려주려고 그가 직접 지은 이 이야기는 지금도 계속 진행 중이다. 주인공인 포플러와 바오밥 나무는 인적이 끊긴 밤이면 여러 가지 이야기를 나눈다. 사람이나 동물이 아닌 나무라서 좋은 점들이라든가, 광합성이나 다람쥐, 혹은 그들이 별명을 붙인 멍청한 시멘트 덩어리들에 대해서. --- p.13

바로 지금, 한적한 공원에 은신해 있던 그 나무들이 떡갈나무의 불운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고 있단다. 어떤 두 사람이 우정의 표시로 떡갈나무 껍질에 제 이름들을 새겼다는 거야.
“네 허락도 없이 네 몸에 문신을 새길 권리는 아무에게도 없어.”
포플러 나무가 말했단다. 바오밥 나무는 훨씬 더 단호했어.
“떡갈나무야말로 개탄스러운 반달리즘 행위의 희생양이라고. 그런 사람들은 벌을 받아 마땅해. 그에 합당한 벌을 받을 때까지 내가 가만있을 줄 알아? 땅이든 하늘이든, 바다든 끝까지 따라갈 거야.” --- p.18

훌리안은 지난주에 삼십에 접어들었다. 초대한 손님들이 하도 우울해하다보니 파티는 엉망이 되어버렸다. 여자들이 실제 나이에서 몇 년을 줄이는 것과 마찬가지로, 훌리안 역시 가끔씩 나이를 몇 년 더 늘리고는 아련한 쓰라림을 간직한 과거를 회상하는 척하곤 했다. 후에 그는 자신이 치과의사나 지리학자, 기상학자가 됐어야 했다고 생각하기 시작했다. 생뚱맞아 보일지 모르지만 현재 그의 진짜 직업은 교수다. 하지만 지금 같아서는 나이를 들어가는 일이 자신의 진정한 직업이 아닐까 싶어진다. 그는 이런 식으로 말하는 자신을 상상한다.

“무슨 일을 하고 계시죠?”
“나이를 먹고 있습니다.” --- pp.29-30

이제 그는 책을 읽는다. 책을 읽고 있다. 애써 내용을 모르는 척하며 이따금씩 이런 환상에 빠지곤 한다. 자기 눈앞에 있는 책이 다른 누군가가 쓴 것이라 생각하면서 쑥스럽지만 순수하게 이야기를 따라가본다. 하지만 잘못 찍힌 쉼표나 눈에 거슬리는 어감 때문에 현실로 돌아온다. 이번에는 다시 뭔가를 쓴 작가의 위치로 되돌아가 자신의 실수, 과도한 욕심, 지나친 억제 등을 점검하는 일종의 검열관 노릇도 해본다. --- p.34

이제 그것은 대수롭지 않은 하찮은 이야기에 불과하다. 하지만 어쩌면 그런 잘못된 단서들을 추적해보는 것도 나쁘지 않을 것 같다. 훌리안은 그런 엉뚱한 단서투성이의 부실한 책을 상당히 즐기는 편이었다. 뒤로 나동그라질 정도로 배꼽을 잡고 웃거나 경멸에 찬 쓴웃음을 점잖게 한방 날려보는 것도 제법 괜찮은 방법이다. 책을 덮고, 책이란 책은 모두 덮어버리고 말이다, 대단한 인생이 아니라 허술한 갑옷을 걸친 현재와 돌연 맞서보는 것은 어떨까! 지금도 베로니카는 도착하지 않았으니, 이야기는 계속 진행된다. 이럴 때 가장 좋은 방법은 그 점을 염두에 두고, 1001번씩 계속 이야기를 반복하는 것이다. 그리고 그녀가 집에 도착하면 소설은 끝난다. 그녀가 집에 올 때까지, 혹은 그녀가 다시는 집에 돌아오지 않을 거라고 확신할 때까지 훌리안의 책은 계속된다. --- pp.46-47

다니엘라는 서른 살쯤 되면 훌리안의 소설을 읽을 것이다. 이것은 예언이 아니다. 그가 예언을 할 만한 능력이 있는 것도 아니고. 그렇다고 희망사항은 절대 아니다. 오히려 순식간에 써내려간, 자포자기 심정으로 쓴 일종의 계획, 밤새워 쓴 각본에 더 가까울 것이다. 그는 현재 없이 존재할 수 있는 미래를 보고 싶다. 어떤 면에서는 현재로부터 미래를 안전하게 남겨둔다는 생각으로, 기꺼이 그 사실들을 진심으로 받아들인다.
베로니카가 집에 오든 안 오든, 죽었든 살았든, 떠나든 계속 있든 상관없다. 무슨 일이 일어나든 다니엘라는 서른 살이 될 테고 에르네스토라는 남자 친구가 생길 것이다.
--- p.1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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