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은 것에 관심이 많다. 거기에 세상이 있다고 믿기 때문이다. ‘푼돈’을 주제로 책을 쓴 것도 그래서였고, 이 책 역시 ‘작은 실천’에 대한 관심의 결과이다. 성균관대학교 사회학과를 졸업하고 영국 뉴캐슬대학교에서 국제정치경제학 석사를 받았다. 서울경제신문사, 스포츠투데이를 거쳐 중앙일보 NIE면 담당 기자, 팀장으로 재직했다. 저서로는 『푼돈의 경제학』이외에도 『내 인생에 제목달기』 『불황을 이기는 맞춤형 재테크』 『부자들의 상상력』등이 있다.
공부는 안 하고 말썽만 부리던 고등학생이 있었습니다. 직장 일로 바쁜 아버지는 해 줄 수 있는 게 별로 없었습니다. 그러던 어느 날 아버지는 연필 한 다스를 산 뒤 그중 세 자루를 깎아 아이 필통에 넣어 주었습니다. 그 일은 매일 반복됐습니다. 필통엔 언제나 반듯하게 깎인 연필 세 자루가 있었습니다. 새벽에 술 마시고 들어와서도 아이 필통을 열어 보고는 연필이 뭉툭하면 손수 기계를 돌려 깎은 뒤 제자리에 놓았습니다. 그 뒤 무슨 일이 벌어졌을까요. 한 달쯤 뒤부터 아이는 스스로 숙제를 하고 시키지 않은 공부도 시작했습니다. 그렇게 대학을 갔고 기자가 됐고 글을 쓰게 되었습니다. 지금도 연필이 종이에서 사각거리면 알 수 없는 아버지의 준엄함이 심장 위를 달립니다. --- '프롤로그- 세상을 바꾸는 작은 실천' 중에서
“영국 옥스퍼드대학을 갓 졸업한 청년이 간디가 이끄는 공동체에 와서 살게 됐대. 너희들 간디 알지?” 갑자기 간디 이야기가 나오자 동기들은 귀를 기울입니다. “그런데 보직이 화장실 청소였대. 첫날부터 하루, 이틀은 잘했는데 1주일, 2주일이 지나면서 공동체 자체에 대해 회의를 느꼈다는 거야. 며칠 안 있어서 그는 간디를 찾아가 자신은 공부를 많이 했기 때문에 큰일을 할 수 있다며, 큰일을 맡겨 달라고 했다는 거야. 그러자 간디가 그를 물끄러미 바라보다가 뭐라고 했는지 알아?” 잠시 침묵이 흘렀습니다. 아무도 대답을 하지 않았습니다. “자네가 큰일을 할 수 있다는 것은 아네. 내가 모르는 건 자네가 작은 일도 잘할 수 있는가 하는 걸세.” --- '작은 일이 더 소중한 이유' 중에서
칼은 꺼냈어도 다시 넣을 수 있습니다. 하지만 쏜 화살은 그렇지 못합니다. 화도 마찬가지일 겁니다. 때로는 아이 때문에 화가 납니다. 그러나 잘못 쏜 화살이 지울 수 없는 큰 상처를 남길 수 있습니다. 결국 인내는 ‘딱’ 한 박자 늦추는 것일 수 있습니다. 길어야 1분, 아니 30초만 모든 걸 쓸어버릴 쓰나미 같은 감정을 가라앉히고 참으면 상대방을 이해할 수 있습니다. 창문을 열어 신선한 공기를 호흡한 후 차가운 물 한잔 들이켜 보세요. 상대방이 처한 환경을 눈으로 보지 않고, 귀로 듣지 않고 모두 이해한다는 것은 어려운 일입니다. --- '인내는 단 한 박자 늦추는 것' 중에서
아버지의 전화를 아침마다 받았던 부장이 어느 날은 짜증이 나서 화를 내기도 합니다. 그러면 아버지 역시 야단을 치기도 하셨습니다. “그러다가 아버지 전화 때문에 자꾸 싸우게 되니까 아버지가 원하는 것을 종이에 써서 편지로 보내 달라고 하고는 전화를 끊었어.” 거기까지 말을 마친 부장이 잠시 말을 멈추더니 물 한 모금을 마십니다. 어색한 침묵 때문에 덩달아 물을 마시려던 김 대리는 그 다음 부장의 말에 물이 목에 걸리고 맙니다. “사실, 우리 아버지는 한글을 모르셔.” 깜짝 놀란 김 대리의 입 안에 머금었던 물이 목에 걸려 그만 기침을 하고 맙니다. --- '백 마디 말보다 한 줄의 짧은 편지' 중에서
생각 없이 펼쳐든 둘째 아이의 일기. 그런데 그 안엔 그가 보지 못한 세상이 있었습니다. 오늘 날짜 일기에 “아빠와 단둘이 놀이 공원에 갔다. 내 인생 최고의 날이다”라고 적혀 있었습니다. 순간 허 과장은 가슴이 먹먹해지고 눈물이 왈칵 솟는 걸 느낍니다. 자신이 가장 허무하게 보냈다고 생각한 하루가 가장 소중한 보물인 아이에게 최고의 날이었던 것입니다. --- '나의 헛된 하루가 누군가에겐 가장 소중한 하루' 중에서
돈과 권력이 모든 걸 해 줄 것 같은 생각을 합니다. 그런데 정작 주어지면 그것의 허무함과 함께 역시 행복은 작은 곳에 있다는 걸 알게 됩니다. 80평 넘는 고급 아파트에 살아도 잘 때 필요한 공간은 두 평이 채 안 됩니다. 작은 곳의 행복을 놓치지 않아야 그 잠자리가 편합니다. 넓은 아파트도, 값비싼 침대도 이를 대신할 수 없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