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는 싸우고 있었다. 내가 그 나이 때 그랬던 것처럼. 하지만 나와 달리 브렌트는 자기 자신과 싸우고 있는 게 아니었다. 그것이 첫걸음이다. 그것이 가장 중요하다. 브렌트를 보면서 그 사실을 깨달았다. 나는 원초적인 고함지르기에 동참했다. 브렌트처럼 입을 한껏 벌렸다. 브렌트처럼 고개를 뒤로 젖히고 목청껏 소리를 질렀다.
"엿 먹어라!" 브렌트는 바람에 대고 외쳤다.
"그래." 나도 브렌트를 따라 소리쳤다. "엿 먹어라!" -본문 92쪽 열두 살 브렌트의 '게임'
"나는 내 비전을 충실히 간직할 거야. 증기 롤러처럼 우리를 깔아뭉개려는 것들이 아주 많지. 그러니 자기 모습을 고스란히 지키는 게 가장 힘든 일이야. 그렇잖아, 머릿속이 미쳐 돌아가면 자신을 사랑하는 게 가장 힘든 일이 되어 버려." 켄트는 한 차례 웃음을 터뜨린 뒤 말을 이었다. "나는 내일 죽을지도 모르지. 기껏 한 일이라고는 빌어먹을 『요 마마』 책을 쓴 것뿐이라고 신을 저주하면서 누워 있을지도 몰라. 하지만 내가 위대한 예술가가 되지 못했다는 사실을 유머 감각을 갖고 바라보면서 죽을 수는 있어. 해 놓은 일이라고는 '요 마마' 유머 몇 개 쓴 것뿐이라는 게 우스개의 끝을 장식하기에 딱 알맞다고 재미있어하면서 말이야."
켄트는 바보와 현자 사이, 명성과 소외 사이에 그어진 선 위에 서 있다. 주춤거리지도 않고 달리지도 않는다. 그는 그 선 위에 서서 미소를 짓는다. --- p.129, 「켄트-천재 혹은 미치광이 혹은 둘 다」 중에서
쿠키는 부자 동네인 케네벙크와 케네벙크포트 사이에 낀 가난한 어촌 마을 케이프포퍼스에 살았다. 그는 부두에서 일해 생계를 유지하는 구식 메인 사람이었다. 쿠키를 아는 사람들은 그에게 발달장애가 있다고 여겼지만 쿠키 자신은 전혀 그런 생각을 하지 않았다. 그 사람에 관해 이야기하면서 미리엄의 목소리가 변하던 것이 생각난다. "쿠키는 키가 180센티미터가 훨씬 넘는데요, 드레스에 하이힐, 가짜 유방, 금발 가발 차림으로 동네를 돌아다녀요." 미리엄에 따르면 쿠키는 메인의 풍경을 주로 그리는 화가이기도 했다.
나는 마을 사람들과 미리엄 자신은 쿠키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느냐고 물어보았다. 정신병자? 복장도착자? 정신지체? 미리엄은 당신 미쳤냐는 눈길로 나를 쳐다보았다. "우린 그냥 쿠키라고 생각해요." --- pp.209-210, 「쿠키 그리고 도미니크」 중에서
한참 게임을 하는 도중 그녀는 카드를 내려놓고 안경을 고쳐 쓰면서 말했다. "난 이게 정말 좋아. 이렇게 여기 함께 있는 게 정말 좋아요."
그것이 케이티였다. 그녀의 존재는 전선과 같아서 에너지를 옮기고, 흐름을 바꾸고, 우리 모두를 하나로 연결했다. 불교도들이 다른 사람들과 얽혀 있을 때에야 비로소 자아가 본질적으로 온전해진다고 믿는 것처럼. 크레이지 에이트 게임이 언제 끝났는지는 모른다. 내가 아는 것은 케이티가 있었기 때문에 아무도 자리를 떠나지 않았고, 아무도 이기지 않았고, 아무도 지지 않았고, 아무도 그런 문제에 신경 쓰지 않았다는 것이다. 우리는 그 게임을 시작하기 전에 비해 더 우리 자신다워져 있었다. --- p.285, 「케이티의 평범한 삶」 중에서
나는 괴짜들로 구성된 우리 일행을 둘러보았다. 갑자기 만사가 괜찮다는 생각이 들었다. 어렸을 때 느꼈던 불안감, 시냅스와 뇌 조직에 계속 남아 있던 그 불안감이 사라졌다. 여기서는 내가 괴짜가 아니다. 사랑하는 이 사람들과 함께라면. 여전히 내가 어떤 사람인지는 알 수 없지만 더 이상 분투하는 사람은 아니다. 내가 어떤 사람이든, 혹은 어떤 사람이 되든, 더 이상 나는 괴물이 아니다.
걸음을 멈추고 하늘을 올려다보았다. 수천 년 만에 화성이 지구에 가장 가까이 다가온 밤이었다. 소리 내어 웃고 있는 베키가 아름다웠다. 이런 순간은 다시 오지 않을 것이다. 나는 일행에게 말했다. "추워. 돌아가는 게 좋겠어. 안녕, 벨트리."
우리가 캠프를 향해 두 발짝 옮겼을 때 벨트리가 눈앞에 나타났다. --- p.318, 「괴짜들의 축제 '버닝맨' 」 중에서
내 젊음을 던져 넣은 이번 여행의 끝에는 정상을 쫓아다닐 때보다 더 단단하고 고유한 자아 정체성이 있었다. 나는 이제 분투하는 사람이 아니다. 한때는 그랬는지 모르지만 지금은 아니다. 지난 3개월 동안, 그리고 삶의 대부분 동안 나는 무언가를 탐색해 왔다.
수영장 물속에 서서, 나는 밥 헨리를 초등학교 앞에 버릴 수는 없다고 결심했다. 밥 헨리는 나와 함께 있어야 한다. 그 경험들이 나였고, 특수교육이 나였다. 아마도 그것들은 내게서 가장 좋은 부분이리라. 브렌트와 켄트, 애슐리, 쿠키, 케이티, 제프 같은 사람들이 없다면 이 세상은 얼마나 칙칙할 것인가?
전에도 그랬고, 지금도 그렇고, 앞으로도 영영 나는 숏버스를 타는 사람일 것이다.
--- pp.396-397, 「집으로 돌아오다」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