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1인자의 그릇은 못 되고 1인자의 좋은 참모가 되고 싶다’ 라고 생각하는 사람도 있겠지만, 좋은 2인자가 되는 것이 상황에 따라서는 1인자, 즉 리더가 되는 일보다 더 어려울 수도 있다. 2인자로 대성한 사람은 어떤 면에서는 1인자보다 뛰어난 능력을 갖춘 경우가 많다. 사람들을 끄는 매력이 있는 1인자는 어딘가 한 군데쯤은 결점이 있기 마련이다. 자신이자신이 모든 것을 완벽하게 처리하기보다 결점이 많아 주위 사람들로 하여금‘이 사람을 내가 도와줘야겠어’라고 생각하게 만드는 것이 1인자의 특징이다.---pp.7-8
마오쩌둥은 심각한 나르시시스트로 매우 냉정한 성격, 즉 냉정성 인격장애를 가지고 있었다. 대약진 정책도 엄청난 희생이 따랐지만 별다른 죄책감이 없었고 건국의 동지를 내치면서 권력을 유지하려 했다. 자신에게 온 힘을 다한 저우언라이에게도 감사의 마음을 표시하지 않았고, 저우언라이가 암에 걸려 입원했을 때도 치료를 방해했다는 소문이 있을 정도였다.이러한 경우에는 2인자를 노리면 위험하다. 2인자를 노리지 말고 서열 3, 4위를 유지하며 천재의 이상을 현실화하는 데 실무 능력을 발휘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저우언라이는 이러한 방법을 선택했다. 1인자와 어느 정도 거리를 두고 모시는 방법도 경우에 따라서는 필요하다.---pp.34-35
때로는 2인자 때문에 1인자가 무너지기도 한다. 2인자가 1인자가 되려고 반란을 일으켜서가 아니라 2인자의 존재가 1인자에게 해가 되기 때문이다. 여기에는 두 가지 패턴이 있다. 1인자와 2인자의 노선이 달라 대립하고 서로의 발목을 잡아 공멸하는 경우와 1인자에 대한 충성심이 너무 강해 1인자와 주위 사람들 사이에 벽을 쌓는 경우다. 2인자는 1인자를 보호하고 자신이 악역을 맡는다는 생각으로 그렇게 처신하지만, 1인자의 평판마저 나빠지는 사태가 발생한다. 최악에는 이로 말미암아 조직의 붕괴마저 초래한다. 나는 이러한 상황을 ‘이시다 미쓰나리 증후군’이라 부르고 싶다.---p.61
히데요시의 매력은 사람과 교류하기를 좋아하는 인간관계에 있다. 히데요시는 유능한 인물을 자신의 주변에 두고 장점을 끌어내는 능력이 있었다. 오다 노부나가는 참모가 필요 없는 고독한 영웅이었지만, 히데요시는 자신의 능력과 학식의 한계를 깨닫고 다케나카 한베(竹中半兵衛), 구로다 간베(黑田官兵衛)같이 유능한 군사(軍師)를 곁에 두었으며 그들은 빼어난 활약을 보였다.---p.66
일반적으로 2인자라 하면 천재적인 재능을 가진 리더를 뒤에서 떠받치는 실무형 참모의 이미지가 강하다. 실제로도 천재형의 1인자와 수재형의 2인자 조합이 많다. 하지만, 훌륭한 지성의 실무형 2인자만 있는 것은 아니다. 때로는 2인자가 천재형인 때도 있다. 2인자가 천재적인 능력을 갖추고 주위 사람들이 천재형 2인자를 보좌하는 불가사의한 예도 있다. 2인자의 천재성을 1인자가 인정하고, 1인자를 포함해 주위에 서‘이 사람이 하자고 하면 해야 한다’라고 판단해 지원을 아끼지 않는 상황을 말한다. 이런 전형적인 예가 아키야마 사네유키(秋山之)다. 아키야마는 러일전쟁 당시 동해해전을 이끌었던 연합함대의 참모였다. 당시 그는 참모장도 아니었고 일개 참모에 불과했지만 2인자 대접을 받았다.---p.81
도파민 과다증후군의 뇌를 가진 사람은 천재가 많다. 보통 사람이 생각하지 못하는 사실이나 사물을 찾아내고 연결고리를 발견해내는 능력이 특출하다. 최고경영자가 도파민 과다증후군이면 대인관계와 일상생활이 서투르고 현실을 무시하고 너무 앞서나가 파산할 수 있지만, 간혹창의적인 발명가나 경영자로 성공하는 사람도 있다. 이러한 사람들은 특정 시대나 사람, 환경의 도움을 받아 성공한다. 토머스 에디슨이나 그레이엄 벨, 일본에는 도요다 사키치(豊田佐吉, 발명가, 도요타 그룹 창업자)가 이에 해당한다. 발명가이자 경영자로 성공하려면 현실적인 사람이 옆에 있어야 한다. 혼다 소이치로 같은 천재도 현실적인 경영 능력을 갖춘 사람이 있어야만 했다. 혼다 소이치로에게 필요한 현실주의자는 후지사와 다케오였다. ---pp.108-109
마쓰시타 고노스케는 분열기질이며 종국에는 자신을 다소 신비화하는 사람이었다. 마쓰시타 고노스케는 자신의 이상을 사업에 국한하지 않았다. PHP를 시작했고 사회, 국정에 영향을 미치는 마쓰시타 정경숙(松下政經塾)을 만들었다. 사업을 망치지 않으려면 현실적이며 창업자의 이상을 확실히 이해하는 2인자의 존재가 필요하다. 마쓰시타전기에서는 다카하시가 그 역할을 했다. 마쓰시타 고노스케의 이념과 아이디어를 실천하려면 실무 책임자인 다카하시는 없어서는 안 될 존재였다.---pp.129-130
도요다 사키치와 도요다 기이치로는 도파민 과다형으로 분열기질이었고, 이시다는 현실주의자였다. 이러한 조합은 1인자와 2인자의 가장 이상적인 타입이다. 발명가는 분열기질이 많지만, 현실주의자는 순환기질이 많다. 순환기질의 특징은 동조성(同調性) 성격으로 자신을 상황에 맞추어 가는 사람이다. 이시다는 순환기질 중에서도 조성을 띠는 순환기질이다. 활달하고 들떠 있는 성격을 말한다. 이러한 사람은 남들과 가끔 충돌하지만 실수가 적다. 인정이 많은 것도 순환기질의 특징이다.---p.163
이케다와 오히라는 둘 다 순환기질이다. 두 사람 모두 저돌적인 순환기질인 경우, 충돌이 불가피하다. 하지만, 오히라는 전형적인 전울기질로 우울한 친화형이다. 꼼꼼하고 규범을 준수한다. 열심히 일하며 어떤 일이든지 확실히 매듭짓고 배려하는 타입이다. 우울한 친화형이지만 우울증은 아니다. 사회경제생산성본부의 정신건강 연구소 데이터를 조사해 분석한 결과에 따르면 전울기질과 우울증과의 현저한 상관관계는 없다. 다만, 전울기질인 사람들 중, 너무 성실하고 열심히 일한 끝에 중년에 들어서면서 허무감이 찾아와 우울증에 걸리는 사례가 많았다. 이런 유형의 우울증에 걸린 중년의 샐러리맨을 진찰해보면, 대부분 성실하고 꼼꼼한 성격이다. 오히라는 정확히 이런 타입이다.---pp.172-173
자기비판을 하지 않고 자기반성을 하지 않는 것이 나르시시스트의 특징이다. 나카소네도 자기반성을 하거나 자학적인 이야기를 한 적이 없다. 이는 고이즈미 전 총리도 마찬가지다. 정치인과 일부 재벌 총수의 경우 자기비판이나 반성을 전혀 입에 담지 않는다. 자기애가 강한 사람은 스스로 자신을 지지한다. 자기애는 1인자 자질의 일부다. 물론, 자기반성을 일절 하지 않는 것이 1인자의 자격이라는 의미는 아니다.---p.185
유능하고 냉철한 참모가 옆에 있어야 어느 정도 제동을 걸 수 있다. 정치의 세계에서만이 아니고 기업에서도 냉철하게 업무를 분석해 사장에게 도움을 주는 참모의 역할이 중요하다. 1인자의 성격에 따라 다르지만, 1인자의 폭주를 적당히 제지하여 조직을 지킬 수 있는 능력은 좋은 참모의 조건이다.---p.196
독창성을 살려 1인자가 될 수 있지만, 회사를 발전시키려면 나름의 사명감과 이상을 갖고 부하 직원, 거래처, 사회에 대한 노블레스 오블리주를 실천하며 자신을 보좌할 유능한 2인자가 필요하다. 1인자가 창의적이고 2인자가 현실적인 실무 능력이 뛰어나도 노블레스 오블리주 개념이 없으면 성공은 없다. 1인자를 목표로 삼은 사람이 엄청난 리스크와 싸우려면 유능한 2인자나 참모가 반드시 필요하다.
---p.21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