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사회 전체가 괜찮은 일자리를 향해서만 달려갈 때 생기는 악순환, 개미지옥에서부터 벗어나야 한다. 우리의 교육 시스템은 진정한 창업가가 배출되지 못하는 왜곡된 구조다. 대기업들이 일자리를 만들어 주지 못하는 상황에서, 창업가를 양성하지 못하면 일자리가 늘어날 여지가 없다. 그러면 취업의 좁은 문을 통과하기 위한 개미지옥은 더 악화된다. 이런 악순환의 고리를 깨뜨려야 한다. --- p.63, 「Chapter 2 두 번째 개미지옥:청년실업」 중에서
그 동네에 살던 사람이 다들 부자가 되어서 자연스럽게 빈민촌이 사라졌다면 그나마 다행이다. 그러나 그 뉴타운의 입주자들은 그 지역에 살던 사람들이 아니다. 원래의 입주자들은 모두 어디론가 떠나고, 다른 사람들이 그 안을 채우고 있다. 예컨대 길음 2지구의 경우 개발이 완료된 시점의 원주민 재정착률이 10.3퍼센트에 불과하다. 원래 살던 사람들이 떠날 수밖에 없다면 도대체 뉴타운을 개발하는 목적이 무엇인가? 또 그 뉴타운이 살기 좋은 곳이 될 수 있을까? --- p.63. 「Chapter 2 두 번째 개미지옥:청년실업」 중에서
40~50대는 수명 연장의 꿈을 왜 불안감으로 받아들여야만 하는 것일까? 그들 모두가 노후 대비가 안 돼서일까? 꼭 그런 것만은 아니다. 나름대로 국민연금이나, 사적연금도 조금씩 가입해 두었다. 퇴직금도 얼마간 받을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모든 사람들이 알게 모르게 불안감을 느끼는 것은 만에 하나 불행한 사태가 생긴다고 해도 정부가 지켜준다는 믿음이 없기 때문이다. 이런 나라에서 90세까지 사는 것은 노년의 행복이 아니다. 60세까지 열심히 배우고 일한 사람이면 나머지 30년 인생은 즐기면서 마무리할 권리가 있는데 우리 모두는 노년에 대한 불안감으로 떨고 있다. ‘90세까지 살면 어떻게 하지’라는 불안감 말이다. --- p.96, 「Chapter 4 네 번째 개미지옥:불안한 노년」 중에서
우리 경제가 세계경제에 맞물려 돌아갈수록 부익부 빈익빈 현상은 가속화될 수밖에 없다. 중국, 인도와 경쟁하는 저임금 노동집약적 산업에서는 저임금 일자리밖에는 만들어내지 못한다. 또한 그들을 상대로 하는 서비스업에서도 저임금 일자리만 양산하고 있다. 우리 경제는 성장하고, 또 그만큼 일자리의 수는 늘어나는데, 괜찮은 일자리는 줄어만 가고 저임금에 허덕이는 ‘워킹 푸어’들만 양산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우리나라의 워킹 푸어가 정상적인 삶을 영위하고 윤택한 생활을 향유하도록 하려면 선심성 공약만으로는 안 된다. 시장이나 둘러보는 서민 행보만으로는 될 일이 아니다. 비록 쥐꼬리만한 월급에 의지해서 어렵게 살아가더라도, 작은 부에 대한 희망의 끈은 놓치지 않고 내일을 만들어 갈 수 있도록 여건을 조성해 줘야 한다. --- p.119, 「Chapter 5 대한민국의 워킹 푸어」 중에서
우리나라에는 부자는 있으나 제대로 된 상류층 또는 지도층이 없다. 돈을 많이 번다고 해서, 가진 것이 많다고 해서 상류층이나 지도층이 되는 건 아니다. 잘살기를 바라는 것은 우리 모두의 희망 사항이지만, 잘산다는 것이 가진 것이 많다는 의미로 해석되어서는 곤란하다. 마음을 나누고 배려하며 더불어 사는 것이 진정으로 잘사는 것이 아닐까? 많은 사람의 희생을 바탕으로 소수만이 부자가 되는 것은 잘 사는 길이 아니다. 탈법적이고 불법적인 온갖 수단과 방법을 동원해서 부를 축적하고 또 그것의 대물림이 일반화된 것도 좋은 사회는 아니다.
우리나라 시장경제의 결함은 불공평한 부와 소득 분배 문제에서 찾을 수 있다. 이 책의 저자가 서울 곳곳을 돌아다니며 목격한 것처럼 관심과 배려에서 소외된 이웃, 보호받지 못하는 경제적 약자들은 제대로 된 사회안전망도 없이 거리로 내몰리고 있다. 이제는 고성장만을 외칠 것이 아니라 성장의 그늘에 가린 빈곤계층을 돌아보며 우리 사회의 양극화와 분배 문제의 해법을 다 함께 고민해 봐야 할 때다. 변형윤 (서울대 명예 교수)
“비정규직 노동자에겐 임금을 두 배로 주어야 한다.” 이계안 전(前) 의원 아니 전(前) 현대자동차 사장의 말이다. 비정규직을 채용하려면 임금을 두 배로 줄 각오를 하란 말이다. 비정규직 없는 세상을 바라는 나로서는 100점은 아니지만 97점은 된다. 노사 간에 대화와 타협을 할 줄 아는 몇 안 되는 소중한 사람이 바로 이계안이다. 진정성이 있단 말이다. 늘 깨어 있으며 끊임없이 변화를 추구하는 이계안을 관통하는 한마디는 ‘따뜻한 시선’과 ‘당당한 자신감’이다. 따뜻하기에 당당한 것이다. 노동자들에게 “아 이런 사장도 있었구나”라고 읽혀지기를 바란다. 세상을 흑백으로 양단하지 않고 상대의 진정성을 제대로 알 때 아름답지 않겠는가. 문성현 (전 민주노동당 대표)
한국의 지배층, 그 주류의 ‘도그마주의’가 도를 넘고 있다. 그러나 그들의 도그마, 얼마든지 용인해 줄 수 있다. 다만 그들이 이 땅에서 누리고 있는 것들에 대해서 적절한 비용을 지불하란 말이다! 아무것도 지불하지 않는 한국의 지배층, 그 속에서 처음으로 적정한 비용을 지불하자고 제안한 첫 번째 한국인이 바로 이계안이다. 개돼지가 사는 사회에서도 ‘자기 새끼만’을 위하지는 않는다. 2010년, 새롭게 맞는 10년이 그런 개돼지들의 사회가 되어서는 안 되지 않겠는가. 우석훈 (연세대학교 문화인류학과 강사, 『88만원 세대』 저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