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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린을 만나는 법

기린을 만나는 법

파란시선-0014이동
오석균 | 파란 | 2017년 09월 15일   저자/출판사 더보기/감추기
첫번째 리뷰어가 되어주세요 | 판매지수 9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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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품목정보
발행일 2017년 09월 15일
쪽수, 무게, 크기 112쪽 | 180g | 128*208*20mm
ISBN13 9791187756095
ISBN10 118775609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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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소개 (1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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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린을 만나는 법

문득 불어온 바람에 그대 냄새를 맡는 것
골목을 돌아서다가 한없이 긴 목을 발견하는 것

엉거주춤한 다리와 슬픈 눈을 들여다보는 것
한 눈씩 감겨 입 맞춰 보는 것

눈길을 좇아 슬픔의 강을 건너는 것
강물에 젖은 옷을 입어 열병에 걸리는 것

옆에 서서 다리를 대어 보는 것
쉬지 못하는 다리를 거쳐 간 길을 밤새 불러 보는 것

서서 꾸는 꿈을 들여다보는 것
꿈길에 가로등이 되어 있는 것

먹는 입 모양을 따라 해 보는 것
따라 하는 것만으로도 배부르는 것

어제를 비워 나를 향하게 하고
오늘을 채워 그를 바라보는 것

둘만의 언어로 보고 싶다 말하고
말한 만큼 뛰는 심장 소리를 들어 보는 것

둘의 심장을 맞대어 보는 것
그 결에 설풋 잠이 드는 것

그대 주변을 타고 흐르는 강물 소리를 듣는 것
그 강을 타고 돌아오는 것 ***


가을 당신

남들은 치매라 하지만 난 망각이라 한다
밀려오는 어둠에 새까매지는 게 아니고
잊고 싶지 않은 그 무언가를 붙잡기 위해
삶의 일상마저 기억 밖으로 밀어내는
잃고 싶지 않은 것과의 간절한 사투
같은 하루가 또 반복되어도
기다리던 사람은 오지 않고
기다리는 나만 추억 속에 남아
오늘은 어디까지 걸어가 본다
아침을 몇 번 먹었는지 이름이 뭔지
어디 사는지 지금이 몇 시인지
그런 것들이 어찌 바람을 기억하며
별빛 환한 어둠을 보여 줄 수 있을까
목소리를 찾아 나서다 이름을 잃고
땀 젖은 손깍지를 생각하다 길을 잊지만
이승에서 비껴 나가기 전
단 하나 놓치지 말아야 하는 것은
마지막 풀어헤친 가슴의 슬픔
떠나간 발소리 들으려 종일 열어 둔 창으로
가을비 낙엽 대신 들어와 앉고
홀로 입술 깨문 채
가을만이 비에 젖고 있다 ***


가을 씀바귀

말을 잃어버린 어머니는 한 달에 한 번
요양병원 밖에서 계절과 만난다
가는 것은 순서가 없다는데
순서 없이 잃어버리고도 아까워하지 않는다
엊그제는 틀니를 잃어버리고
틀니를 해 주고 죽은 둘째 아들도 잃어버리고
통장 돈푼을 몰래 가져간 큰아들도 잃어버리고
세어 버린 씀바귀만 한 줌 들고 서 있다
공원엔 햇살이 오락가락하고
바람은 구름 뒤에 숨어 흐르는데
잊혀지지 않는 이름 하나 저 풀뿌리로 남아
손잡아 이끄셨나 보다
돌아오는 차 안에서 열어 본 까만 봉다리
시들고 말라 가는 그대의 육체
가을비는 토닥토닥 흘러가는데
이것 좀 무쳐 주고 가지
--- 본문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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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는 비가 오지 않는 나라 온 땅이 투서로 가득하다 기린을 만나러 떠나는 밤 한쪽 팔이 없는 아저씨 손가락에 물을 찍어 거울에 쓴다 자꾸만 내려야 할 곳을 찾는다 아무 역이나 내려 개찰구에 쭈그려 앉아 기다린다 국물이 참 따뜻하다 구부러진 아침 길이 꽃 아래 길게 눕는다 정녕 아프지 않고 괜찮을까 매번 발밑이 없다 그냥 멍하니 울다 잠을 깨곤 한다 아침저녁으로 챙기는 작고 예쁜 알약 스무 개 서서 꾸는 꿈을 들여다보는 것 가끔 새소리를 따라 할 수 있기를 내 얼굴이 맑다며 다가와 도를 말해 주는 사람 하루를 걸으면 이틀을 앓는다 닫힌 문 앞 그대가 운다 오늘 하루 마지막 밥상 정작 물어야 할 것은 잊어버리는 것 애인 같은 마음이었을까 밥솥을 열면 슬픔도 뜸이 들어 있을까 지는 꽃도 그럴까 한밤중에 일어나 서랍을 연다 손이 있다면 참 예쁠 텐데 천 개의 학을 단숨에 그려 보던 밤 가장 멀리 기억하리 물구나무서서 시를 외울 것 덜렁거리던 단추 그림자가 춥다 가난한 마음들 광장에 모여 점점이 앉아 있다 이월 눈은 결코 녹지 않는다 마르기 전에 눈감았으면 날은 이리 좋은데 나비 하나 날아 하늘이네 아주 잠시 머물다 떠나간다 머리나 깎고 가라며 비 지나간 칠월의 어깨를 이끄셨나 보다 겹쳐진 생의 이면들 온종일 일렁인다 처음 만난 여자에게서 나무 냄새가 났다 남자는 나무처럼 늙어 간다 한쪽으로만 익숙하게 흘러가는 바람 늘 한두 개씩 놓고 나간다 무지 아프다 나도 없고 지금도 없겠지만 오늘도 당신이 그립다 네가 봄이다: 나는 다만 시인의 문장들을 옮겨 적을 수밖에 없었다. 오래도록 쓸쓸하고 고요할 생에 감히 경의를 표한다.
채상우(시인)

‘그대’라는 시어가 밟히고, ‘떠나감’이 느껴지고, 이 떠나감이 ‘죽음’과 만나는 것 같다. 그가 혼자서 밥을 먹어야 하는 이유. 비가 오지 않는 나라에서 빗소리를 들어야 하는 이유. 그가 ‘쪼다’ 같은 운명을 어깨에 짊어지고 살아야 하는 이유. 어쩌면 그것은 ‘그대’ 때문인지도 모르겠다. 물론, 이 감정이 동일한 무게로 평생 시인을 짓누르지는 않을 것이다. 몰아치고 있는 관성이 지금 현재 그만큼 지독하다는 것이다. “어떻게 불어도 그대 곁으로 흐르는 바람”처럼 말이다.
오석균 시인의 마지막 시편에서 ‘그대’는 떠난다. 시인은 ‘그대’의 “허한 등판”을 쳐다본다. 생전에 단 한 번도 쓰다듬어 주지 못한 “허한 등판”. “허한 등판”은 “굽고 더 굽어져” 있다. 굽어진 등을 드러내 보이며 그대는 떠난다. 그대가 떠나는 날은 몹시 추웠나 보다. 추위가 ‘그대’의 체온을 잡아먹는다. 홀로 떠나는 그대. 그 등을 오래도록 쳐다보는 나. 오래도록 기억하겠다고 다짐하는 나. 어쩌면 이 시집은 ‘그대’ 때문에 쓰였는지도 모르겠다.
‘그대를’ 핏줄에 새기기 위하여.
문종필(문학평론가, 해설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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