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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양이와 쇼조와 두 여자

고양이와 쇼조와 두 여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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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품목정보
발행일 2017년 09월 07일
쪽수, 무게, 크기 168쪽 | 198g | 130*185*20mm
ISBN13 9788997170395
ISBN10 899717039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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쇼조는 전갱이 한 마리를 젓가락으로 집어 올려 높이 쳐든다. 리리는 뒷다리로 서서 타원형 밥상 가장자리에 앞발을 걸치고 접시 위의 안주를 노려보고 있다. 그 모습이 바의 카운터에 기대어 있는 손님 같기도 하고 노트르담의 괴수 같기도 하다. 마침내 먹이를 들어 올리자 리리는 갑자기 코를 씰룩거리고 마치 사람이 깜짝 놀랐을 때처럼 크고 영리한 눈을 동그랗게 뜨며 아래에서 올려다본다. 그러나 쉽게 내어줄 쇼조가 아니다.…쇼조는 전갱이를 리리 코앞까지 가져갔다가 도로 자신의 입안으로 넣는다. 그리고 생선에 스며든 식초를 쪽쪽 빤 뒤 딱딱한 뼈는 잘게 씹어서 다시 그걸 멀리 가져갔다 가까이 들이댔다 높이 올렸다 내렸다 장난질을 한다. 그에 맞춰 리리는 앞발을 밥상에서 떼더니, 가슴 양 쪽에 유령 손처럼 바짝 붙이고 아장아장 따라간다. 그러다가 생선이 머리 바로 위에서 멈추면 이번에는 그것을 목표로 달려든다. 재빨리 먹이를 낚아채려다가 간발의 차이로 실수 할 때는 다시 뛰어 오르기를 반복한다. 이렇게 해서 겨우 전갱이 한 마리를 얻는 데 5분에서 10분이나 걸린다.
--- p.15~16

이 고양이, 리리는 서양종이라고 했다. 후쿠코가 예전에 손님으로 이 집에 왔을 때 리리를 무릎에 앉힌 적이 있다. 리리의 부드러운 촉감이며 결 고운 털이며 얼굴 생김새며 그 예쁜 모습이 근처에서는 좀처럼 보기 힘든 암고양이의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래서 그때는 정말 귀여워했다. 이런 고양이를 귀찮게 여기는 시나코를 비정상이라고 생각했다. 아무리 남편에게 미움 받는다 해도 어째서 고양이에게까지 그런 마음을 가질 수 있는지 정말 이상하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지금 후쿠코 자신이 후처로 들어와 보니 남편이 시나코 때와 달리 자신을 아껴준다는 걸 알면서도 시나코를 우습게 여길 수 없는 게 묘했다. 왜냐하면 쇼조가 고양이를 좋아하는 게 그냥 좋아하는 정도가 아니라 도가 지나쳤기 때문이다.
--- p.31~33

쇼조는 이제껏 이런 털을 가진 사랑스런 고양이를 키워 본 적이 없었다. 원래 유럽 품종 고양이는 어깨선이 일본 고양이처럼 치켜 올라가 있지 않아 어깨선이 고운 미인처럼 산뜻하고 세련된 느낌이 있다. 일본 품종 고양이는 대개 얼굴이 길쭉하고 눈 밑이 움푹하고 뺨의 뼈가 도드라지는데, 리리의 얼굴은 짧고 꽉 찼으며 대합을 엎어놓은 것처럼 이목구비가 뚜렷하고 무지 크고 맑고 예쁜 금빛 눈, 예민하게 씰룩거리는 코가 붙어있었다. 하지만 쇼조가 이 새끼 고양이에게 끌린 것은 이런 털이나 얼굴 생김새나 몸매 때문이 아니었다. 생긴 것으로만 따지면 더 예쁜 페르시안 고양이와 샴 고양이도 있었지만 리리는 특히 기질이 사랑스러운 고양이였다.
--- p.64

몇 번이고 불러도 그때마다 리리가 대답을 했는데 지금까지 이런 적은 한 번도 없었다. 자기를 귀여워하는 사람과 미워하는 사람을 용케 잘 알아, 쇼조가 부르면 대답했지만 시나코가 부르면 모르는 척 했었다. 그런데 오늘밤은 몇 번이고 귀찮아하지도 않고 대답할 뿐만 아니라 애교가 섞인 듯한 뭐라 말할 수 없는 다정한 소리를 내는 것이었다. 그리고 푸르게 빛나는 눈동자로 몸을 살랑대며 난간아래까지 왔다가 스윽 멀어져 가는 것이었다. 고양이 딴에는 자기가 무뚝뚝하게 굴었던 사람에게 오늘부터 사랑받으려고 지금까지의 무례를 어느 정도 사과하는 마음으로 저렇게 소리를 내는 것이었다. 태도를 싹 바꿔 보호를 받겠으니 제발 알아달라고 안달하는 것이다. 시나코는 처음으로 이 짐승으로부터 이런 다정한 대답을 듣고서 어린애처럼 기뻐서 몇 번이고 불러보았다.…“있잖아, 리리. 이제 아무데도 가지 마” 하고 말하면서 한 번 더 꽉 안아주자 희한하게도 리리는 얌전하게 오래 안겨있었다. 지금 그 말할 수 없이 슬픈 눈빛을 한 늙은 고양이의 마음속이 신기하게도 훤히 들여다보이는 것이었다.
--- p.102~105

유리창 안쪽에는 하얀 커튼이 단정하게 드리워져 있고 위는 어둡고 아래는 밝은 걸 보니 시나코가 전등을 낮게 내리고 야간작업을 하고 있는 것 같다. 쇼조는 문득 등불 밑에서 열심히 바느질을 하는 시나코 옆에서 리리가 얌전하게 등을 동그랗게 말고 태평스레 잠을 즐기는 평화로운 광경을 떠올렸다. 긴긴 가을밤에 깜빡이지도 않는 전등불이 리리와 시나코 둘만을 하나의 원으로 감싸고 있는 것 외에는 천장까지 흐릿한 실내. 밤이 깊어갈수록 고양이의 코고는 소리는 잦아들고 사람은 가만히 바느질에 여념 없는 차분하고 조용한 장면이다. 저 유리창 너머로 그런 세계가 펼쳐지고 있다면, 기적이 일어나서 리리와 시나코가 완전히 사이좋게 지낸다면- 만일 진짜 그런 광경을 보게 된다면 질투하지 않을 수 있을까.
--- p.1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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