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렌 역시, 세계적으로 가장 성공한 디자이너임에도 불구하고, 자신을 그냥 패션 디자이너로 부르는 것을 별로 좋아하지 않았다. 그의 말에 따르면, 그는 단순히 걸치는 옷이 아니라, 꿈을 팔기 때문이다. 랄프 로렌의 일은 패션을 창조하는 것이 아니라 라이프스타일을 만들어내는 것이다. 둘 사이의 차이를 이해하는 건 아주 쉽다. 어떤 사람들은 옷을 입는다. 랄프 로렌에게 옷은 단순히 자신의 신분을 상징하는 것만이 아니라 당신을 그 신분에 닿게 해 줄 수 있는 마법의 도구 같은 것이다. 제대로 된 부츠만 신어도 카우보이가 될 수 있는 것과 같은 이치이다. "저는 꿈을 보여주는 사람입니다. 당신도 그 꿈의 세계에 속하고 싶어 하지요. 그 세계에서는 당신도 그런 종류의 옷을 입는 겁니다. 저는 전체적인 것을 보고 느낍니다. 예를 들어, 그냥 바지만 보는 게 아닙니다. 모든 것이 유기적으로 연결되어 있어요. 따로 떨어져 있는 건 없어요. 제 디자인은 생활 속으로 들어갑니다. 그것이 바로 라이프스타일이지요." ---p. 11
로렌은 평범한 사람처럼 보이려고 하지만 그는 결코 평범한 사람이 아니다. 만약 당신이 그를 좋아하는 편이라면, 로렌은 가장 창의적이며 영향력 있고 열정적인 사업가이다. 만약 당신이 그를 안 좋아한다면, 그는 만사를 자기가 통제하고 제어해야 하는 과대망상증 환자로 보일 수도 있다. 어쨌든 그는 평범하지 않다. 그의 삶도 역시 그러하다. 그는 뉴욕 5번가에 복층 아파트를, 웨스트체스터 외곽에 말 목장을, 대서양을 면하고 있는 몬타우크 포인트 해변에 별장을, 자메이카의 라운드 힐에 고급스러운 집 두 채를, 그리고 콜로라도에 소 목장을 가지고 있다. 그는 한 업계의 수장이 될 수도 있고, 해변을 이리저리 거닐 수도 있으며, 목장주가 될 수도 있다. 아니면 마음을 바꾸어 수백만 달러짜리 폴로 걸프스트림 제트 비행기나 시콜스키 헬리콥터를 탈 수도 있다. 앤티크 수집품이나 사진들, 60년 이상 된 클래식 자동차와 오토바이는 그의 소장품 중 하나일 뿐이다. 랄프 로렌이 모은 차들은 세계 최고의 수집품으로, 그가 수여한 상이 그 사실을 증명한다. ---p. 12
그는 소수의 사람들만을 위한 신분의 상징이었던 것을 대중적인 상품으로 바꾸어 버렸다. 폴로 랄프 로렌의 ‘진정한’ 옷들과 가정용 가구들은 일개 패션이 아닌 보다 더 우월한 무엇인 것만 같은, 고귀한 유산인 듯한 기분이 들게 한다. 그리고 그걸 실제로 반영하고 있다. 그는 명백한 모순인 "가상의 정통성"을 대단한 판매 수단으로 바꾸었고, 그 과정에서 럭셔리의 배타성과 대중적 영리성과의 조화를 천재적으로 이루어냈다. ---p. 18
“모든 상황을 결정짓는 것은 WASP냐 아니냐 하는 것이었어요.” 한 입사지원자는 이렇게 말한다. “난 백인 주류층으로 성장했고, 전에는 그것이 특별하다고 생각하지 않았어요. 그것이 나의 상품 가치를 높일 수 있는 중요한 요소라는 것을 몰랐었죠.” 이전에 랄프의 관심을 받았던 사람들도 모두 같은 말을 한다. 자신들이 어떤 특별한 유형처럼 보였기 때문에 랄프가 자신들을 선택했다는 것이다. 폴로 사무실에 흐르는 앵글로색슨계 여직원들의 계파적 분위기는 버피 버리텔라에 의해 더 조장되었는데, 버피는 사무실에서 근무하는 모든 여성들에게 ‘y'자로 끝나는 별명을 지어주었다. 그래서 위트벡은 제니(Jenny)라는 별명을 갖게 되었다. ---p. 240
그들은 모두 자유분방하게 살았다. “폴로는 질서가 없고 거칠고 양성애적 분위기가 묵시되고 있는 조직으로 직원들끼리 잠자리를 갖는 일도 비일비재합니다.” 폴로의 한 간부는 말한다. 술을 잘 마시지 않는 랄프는 그런 일과는 무관했지만, 디자인팀 여직원들은 회사 남직원들 사이에 인기가 많았다. 거친 영업사원들은 심지어 버피까지 넘봤다. “랄프 로렌 주변에는 늘씬한 몸매의 멋진 여자들이 득실대죠. 사람들은 너나없이 서로 관계를 가집니다.” 한 직원은 말한다. "매년 열리는 크리스마스 파티 때는 누가 누구와 파티장을 떠나느냐가 관심사가 됩니다. …… 직원들 간의 그러한 분위기가 의도적으로 만들어진 것이든 아니든, 직원들 간의 연애 감정은 폴로의 결속력을 강화시키는 데 한몫한 것이 사실이다. “폴로는 단순한 직장이 아니라 우리 삶의 한 부분입니다. 우리는 서로 결속되어 있어요. 돈 때문이 아니라 폴로를 사랑하기 때문에 일을 하는 겁니다. 직원들은 점심을 먹으러 밖으로 나가지 않아요. 아무도 나가고 싶어 하지 않죠. 회사 안에서 먹고, 회사 안에서 숨쉬고, 회사 안에서 잠을 잡니다.” 브랜즈테터는 말한다. ---p. 267
브루스의 등장은 그보다 11년 전에 등장한 폭넓은 타이가 그랬듯이 랄프의 삶에 하나의 분수령이 되는 사건이었다. 80년대 중반까지 그가 찍은 사진들로 이루어진 폴캷 광고는 잡지의 여러 페이지를 연이어 장식했는데 때로는 무려 20페이지짜리 광고도 있었다. 이런 광고는 패션 ‘라이프스타일’을 알리는 이상적인 형태로 사람들에게 인식되었다. "랄프는 잡지사들이 자신이 원하는 대로 기사를 실어주지 않자, 돈을 쏟아 부어 자신이 원하는 광고로 도배를 했습니다. 그런 식으로 소비자들에게 자신을 알린 거죠." 전 임원의 말이다. 그의 광고는 호소력 있는 문구들보다는 환상적인 이미지들로 채워져 있어, 때로 영화와 비교되기도 했다. ---p. 298
크리스틴 홀비는 웨버와의 작업이 어떠한지를 이렇게 전한다. "랄프 걸이 하나 있으면, 그녀의 남자친구, 자매들, 남자형제들, 사돈에 팔촌까지 모두 모이는 식입니다. 수백 명의 남자, 여자, 어린아이, 동물들을 캐스팅합니다. 20여 명의 모델이 주변에 대기하고 해변에서 사진을 찍을 때면 캐비어를 날라다 먹습니다. 그 어떤 클라이언트도 이렇게 돈을 많이 쏟아 붓지 않아요. 그들은 우리를 마치 왕자님이나 공주님처럼 대접합니다. 그래야 부자의 감정을 자아낼 수 있으니까요. 이런 식으로 로망이 연출되는 겁니다." 그들은 바르바도, 하와이, 스코틀랜드로 촬영을 갔고 크리켓 구장을 빌리거나 요트를 빌렸다. "오래된 지프차를 부르고 때로는 사파리풍의 광고를 찍기 위해 LA 동물원에 있는 얼룩말을 하와이로 공수해오기도 했습니다." ---p. 306
랄프의 꿈은 그리고 그 혼자만의 것이 아니었다. 그의 행동, 그의 말이 모두 사람들에게 전염되었다. 사람들은 그의 생각, 그의 비전, 그가 옷입는 스타일 등을 어느 순간 따르게 되었다. 폴로의 전 직원은 그것을 이렇게 말한다. "마치 종교적인 체험이라고나 할까요." 폴로 내부문화는 일종의 ‘컬트’였다는 것이다. "로렌 하우스에 들어서는 순간 모두 경배자가 됩니다. 폴로 문화가 자연스럽게 스며드는 거죠. 랄프의 판타지가 그들에게는 현실이 됩니다. 그밖의 모든 것은 일시적이고 추하게 느껴집니다. 사람들은 모두 랄프가 이룬 것을 이루기 위해 애쓰죠." 그렇게 해서 그들은 ‘폴로로이드’가 되어갔다. 컬트적인 분위기 속에서 그들은 모두 그 일원이 되기를 원했다. 랄프는 그들의 영웅이었고 그들은 신화를 숭배하였다. 그들은 랄프의 군단이였으며 그에게 모든 것을 바쳤다. 폴로는 지상의 낙원이었다. 온갖 아름다운 옷들과 아름다운 여인들로 넘쳐났으며 소비가 미덕인 곳이었다. 벌집같이 분주한 사무실에는 에너지가 넘쳤다. 랄프는 최고로 좋은 것들만으로 주변을 꾸밈으로써 직원들 또한 최고라는 생각을 가지게 했다. 1981년 폴로 판매간부로 들어간 마티 스태프는 이렇게 말한다. "폴로에서 일하는 사람들은 패션계 최고로 잘 나가고 똑똑한 사람들이었습니다. 랄프는 철저하게 자신의 룰을 따랐습니다. 그는 이제까지 내가 본 중에 상인으로서의 본능이 가장 뛰어난 사람입니다. 그 누구도 그를 막지 못합니다. 우리는 사실 선택받은 사람들이었고, 폴로 세일즈맨들은 모두 그들이 원했던 것보다 훨씬 더 많은 돈을 벌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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