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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퉁이 돌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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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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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품목정보
발행일 2011년 03월 09일
쪽수, 무게, 크기 120쪽 | 크기확인중
ISBN13 9788993481853
ISBN10 89934818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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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 정재영
치학박사. 서울대학교 치과대학, 총신대학교 신학대학원, 중앙대학교 예술대학원을 졸업했다. 시집『땅에 뜬 달』『옹이 속의 나무테』『濃霧』『유리숲을 걷다』『꿈꾸는 물의 날』『어둔 밤에야 너의 소리를 듣는다』『벽과 꽃』, 저서 『현대시의 시법과 창작실제』『문학으로 보는 성경』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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까마귀와 달


외짝 노란 달에서 흐르는
빛 알갱이를 찍던 까마귀

칠흑 구름 천으로 가린
밤의 발톱으로
어둠의 고기살점을 찢어
나무 가지 둥지에 담는다

는개가락이
아래로 흐르는 계곡
긴 부리 새는
자기의 심장을 파먹는다

달무리 보다 더 큰 두려움이
밤도둑처럼 두리번거리고
저승길 가던 가을바람의 커다란 눈은
시선이 정지되었다

날지 못하는
검은 새 한 마리
가슴 달그림자에 갇히다
--- p.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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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재영 시인의 제9시집 『모퉁이 돌면』을 통독하면서 시인의 진정한 은사는 ‘자연’이라는 사실을 발견했다. 서울에서도 가장 번잡한 종로 네거리의 병원에서 진료에 바쁜 그가, 강남의 빌딩 숲 주거단지에서 도시인의 생활을 꾸려가는 그가, 어떻게 대자연이 인간에게 들려주는 정감 어린 시세계 속에 항상 침잠할 수 있는지 경이롭기만 하다. 그에게 있어 혼잡한 종로 네거리는 야생화와 잡초, 관목 덤불로 가득 찬 동산으로, 강남의 아파트 단지는 울울창창한 삼림으로 여겨지고 있다. 이 의도적인 인식의 착종錯綜이 도시에서 전원을 느끼고 도회지에서 자연과 조응하게 만든다.
시인이 타인을 대하는 진중한 태도 역시 자연에서 연원한다. 나를 대할 때는 물론이고 나이 어린 동창에게도 반듯한 인사와 언사를 건네는 행동은 자연을 대하는 그의 경건한 태도의 연장이다. 시인의 몸에 배인 정중함은 그를 대하는 사람을 어색하게 만드는 측면도 있다. 그러나 시속時俗을 초월한 그의 점잖음은 세월의 흐름처럼 한결같이 자연스럽다. 그 자연스러움은 그의 육친이자 스승이고 벗인 ‘자연’으로부터 유래한다.

원숙한 인식을 이미 정립하고 있는 정재영 시인에게 나는 ‘은사’라는 명칭을 자연에게 그리고 자신에게 돌릴 것을 권유한다. 마음의 귀를 열고 있고, 육체적 조건이나 상황을 갱신하는 젊음의 정신을 지닌 시인의 경지가 그의 내면이 자신의 은사임을 천명한다. 삶의 뒤안길 ‘모퉁이를 돌면’서, 시인 자신이 스스로에게 은사임과 그보다 더 높은 경지의 은사는 ‘자연’임을 확인하는 것은 즐겁고 뜻 깊은 일이다. (해설에서 발췌)

전영태(중앙대 교수,문학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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