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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안한 흔들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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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품목정보
발행일 2011년 03월 15일
쪽수, 무게, 크기 144쪽 | 크기확인중
ISBN13 9788993481877
ISBN10 899348187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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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소개 관련자료 보이기/감추기

저자 : 구재기
충남 서천에서 태어나 1978년『현대시학』으로 등단했다. 시집『가끔은 흔들리며 살고 싶다』, 시선집 『구름은 무게를 버리며 간다』등이 있다. 충남도문화상, 시예술상본상, 충남시협본상, 한남문인상 등을 수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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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작나무 한 그루 되어


나의 알몸이 하얗게
백일하에 드러나기까지에는
나의 장식부터 벗어버려야 했다
봄이 화려함으로 급히 지나가고
여름이 몸부림으로 다할 때까지
얼마나 큰 부끄러움을 가려왔던가
가을에 들어선 이제
산과 들에 열매로 가득할 때까지
얼마나 큰 욕심으로 매달려 왔던가
무성한 장식을 하나둘씩
모두 버리고 나서야 비로소 하늘이 보이고
나의 알몸이 하얗게 드러났다
장식을 홀가분히 버리고 나면
어느덧 하늘을 알 나이에 이르고
자작나무 한 그루가 되어
산녘에 홀로 서 있어도
전혀 슬프거나 외롭지도 아니하나니
고산심곡高山深谷 숲 속이라야
맑디맑은 물 내리흐르는 까닭을 어이 모르겠는가
어두운 밤일수록 더더욱
달 하나, 별무리 내려와 몸을 적시며
밝게 닦아내는 걸 왜 모르겠는가
--- p.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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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재기 시인의 새 시집 『편안한 흔들림』은 시간에 대한 사유로 충만해 있다. 생에 대한 성찰과 깨달음의 한 계기를 마련해주고 있는 그의 이러한 시간에의 미학은 추상의 차원이 아닌 구체적 생활 감각을 우려낸 것이라서 더욱 생생한 실감을 안겨준다.
또한 이번 시집에는 자연 사물에 대해 감정을 투사시킨 시편들이 많은데 그 가운데 ‘물’과 ‘나무들’의 소재에서 생의 기원과 삶의 도리와 법칙을 떠올리는 시적 사유가 특별히 주목을 끈다. 아마도 이것은 시간이 날 때마다 즐겨 읽는다는 『장자』와 『법구경』의 진리가 그의 몸속으로 번져온 탓도 있으리라.
“흙탕물”의 시절을 지나 이순의 나이에 접어든 시인은 이제 “먼 산을/바라보는 시간이 길어지고” “바닥을 보이는/맑아진 웅덩이의 물속에/푸른 하늘이 내려와 앉아계시는” 것을 보기도 한다. 우여곡절과 파란만장을 지나온 그가 마침내 인생에 대해 한 한 소식을 얻게 된 것이다. 「방을 뜨는 노인」처럼 등단 이후 삼십 년을 여일하게 詩를 뜨는, 지혜로운 시인에게 부디 축복 있기를!
이재무(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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