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일한국의 미래상에 대해서는 국민 다수가 깊은 우려를 가지고 있다. 특히 ‘빈부격차’, ‘물가’, ‘실업문제’의 경제관련 항목은 물론, ‘지역격차’, ‘법치문제’, ‘주택문제’ ‘가치관 혼란’ 등의 사회문제에 대해서도 상당히 염려하고 있다. 미래 통일한국이 연상시키는 이미지를 묻는 질문에 대해 2010년의 경우 ‘국제적 위상 향상’이라는 대답이 39.2%, ‘부강한 나라’가 15.3%였으나 이에 못지않게 30.7%가 ‘정치사회적 혼란’을, 14.7%가 ‘경제적 침체’를 연상했다. 거의 절반이 부정적 이미지를 연상하고 있는데 이는 그만큼 통일 후 미래에 기대를 가지고 있지 않다는 의미이다. 따라서 지금 우리 사회가 안고 있는 여러 경제적?사회적 문제의 완화와 북한의 개혁?개방이 이루어지지 않는 한 통일한국에 대한 부정적 연상은 쉽게 없어지지 않을 것으로 관측된다.
한편 북한에 대한 우호적 이미지는 김대중 정부와 노무현 정부 때 각각 증가했으나 이명박 정부에 들어와 크게 감소했다. 2009년의 경우 북한이 ‘협력대상’이라는 인식은 2005년에 비해 절반 가까이 낮아졌고 2010년의 경우 북한을 ‘적대대상’이라고 인식하는 비율이 다른 연도에 비해 크게 증가되어 약 35%를 기록했다. 전반적으로 북한에 대한 인식이 지원이나 협력 대상보다는 경계, 적대적인 대상으로 변화한 것인데 이런 북한에 대한 부정적 인식도 남북관계가 개선되지 않을 경우 바뀌지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 pp.59-60
분단체제라는 구조적 측면 이외에 정권교체와 통일정책 분야의 의미 있는 변화들도 국민적 합의 형성에 영향을 미치는 요인들이라 할 수 있다. 10년 만의 실질적 정권교체로 이명박 정부의 철학을 구현하기 위한 정책적 시도가 구정권의 관성과 여러 면에서 긴장관계를 형성, 제반 영역에서 정책노선 갈등이 표면화되고 이슈를 중심으로 보혁 진영 간 갈등이 재연되는 경향을 보이고 있다. 특히 지난 10년간 대북정책은 여야 간의 의견차가 가장 큰 영역이었다는 점에서 정권교체로 인한 일정한 변화들이 나타나고 있다. 현 정부는 한미동맹 강화라는 큰 틀 속에서 대북정책을 조율해 남북문제의 국제적 측면에 주목하는 한편, 기존의 북한이 주도하는 ‘갑을형’ 남북관계, ‘잘못된 행동에 대한 보상 관행’을 시정하려 해왔다는 점에서 과거 정권과 일정한 차별성을 나타내고 있다. 이 과정에서 구정권의 정책적 관성과 현 정권의 새로운 지향성 간의 차이로 인해 다양한 갈등 요소들이 부각되어 왔다고 할 수 있다.
--- p.73
통일대비 국내역량 평가란 “통일에 대비한 국내적 역량이 어느 정도 갖춰져 있는가를 다양한 지표를 바탕으로 평가”하고자 하는 것이다. 미래의 어느 시점에 남북한이 합의통일을 이룩한다고 가정할 때, 그에 대한 준비가 국내적 수준에서 어느 정도 이루어져 있는가를 현재적 관점에서 점검하고자 하는 것이다. 이를 통해 더 필요한 점이 있다면 강화하고 부족한 점이 있다면 보완해, 통일에 대한 사전 준비를 원활히 해 나간다는 것이 통일대비 국내역량을 평가하는 목적이다.
--- p.85
공산 독재정권과 체제 하에서 수십 년을 신체적으로, 직업적으로, 정신적으로 강탈당한 이들이 입은 피해에 대해 인권?민주주의?법치?자유?시장경제 등을 토대로 한 통일 국가의 이름으로 적절한 보상이 이루어져야 한다. 과거 청산을 하면서 피해자에게 물질적으로 보상하고 박탈당하고 제한된 권리를 복권시키고 조직적이고 체계적으로 유린된 명예를 회복시켜 주지 않은 국가가 없다. 통일독일도 피해자에 대해 생활보장법과 명예 회복법을 제정하여 실행하고 있다. 특히 피해자 연금은 많은 사람들에게 큰 위로가 되고 있다. 이런 점들은 통일한국에서 북한 주민들이 당연히 누릴 수 있는 혜택이며 특권이다. 통일한국도 관련법을 제정하여 북한의 피해자 주민에게 구두선이 아닌 실제적인 도움을 주게 될 것이다.
--- p.248
통일을 준비하는 차원에서 추진되어야 하는 인적 기반 확충 가운데 가장 취약한 부분은 정부의 행정인력 양성이다. 통일과정의 성격상, 정부가 적절한 수요를 예측하고 주도적으로 추진해야 하는데도 불구하고, 장기적인 수요에 대비해야 하며 불확실한 상황에 대비하는 사업이라는 특성으로 인해 정부의 관심이 매우 부족했던 것으로 평가된다. 다만, 1990년대 초반 북한체제가 심각한 위기를 맞은 것으로 평가되었을 때부터 소규모로 ‘통일대비요원’을 비공식적으로 양성하고 있기는 하다. 그러나 이 역시 체계적인 훈련과 교육프로그램에 의한 것은 아니다.
--- p.104
독일통일의 사례에서 보듯이, 통일을 성공적으로 성취하기 위해서는 통일 전후 과정에서 국제사회의 지지와 지원이 절대적으로 필요하다. 특히 강대국들로 둘러싸인 한반도의 경우에는 훁변 4강이 적어도 대놓고 반대하지 않아야만 통일과정을 원만하게 이끌어나갈 수 있을 것이다. 주변국의 입장에서 볼 때 통일한국이 핵무기를 보유하는 것이야말로 한반도 통일이 가져올 최악의 시나리오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따라서 북한의 핵보유는 국제사회와 주변 국가들이 한반도 통일에 적극적으로 반대할 수 있는 더할 나위 없이 좋은 명분과 구실이라는 점을 명심해야 한다. 결론적으로 북한의 핵개발이야말로 가장 반통일적이고 반민족적인 행동이라고 할 수 있는 것이다. 이런 점을 감안할 때, 한국이 북한 핵에 대응해서 자체 핵무기를 개발하는 대신 한?미 동맹과 미국의 핵우산에 의존하는 비핵정책을 견지하는 것은 매우 사려가 깊고 현실적인 선택이라고 할 수 있다.
--- p.152쪽
현재 북한은 이데올로기 약화, 엘리트 응집력 약화, 반사회주의 의식의 확산, 사회적 통제력의 이완, 생활수준의 지속적 추락, 계획경제의 시장경제에 의한 침식, 대외경제망의 약화, 북한문제에 대한 국제사회의 압박, 대외정보 유입으로 인한 북한체제 자긍심 저하 등 총체적 위기에 봉착하고 있다. 그러나 지도부와 지식인 및 주민 다수가 어떠한 정신적 동기나 가치를 굳건히 지향할 때에는 경제적 난관에도 불구하고 그 체제는 내부로부터 붕괴되지는 않는다. 북한체제 역시 북한지도부의 과거 정통성 및 업적이 부분적으로만 침식되고, 지도부의 강력한 사회통제 및 교육으로 인해 북한 주민들의 가치지향이 완전히 바뀌지 않았으며 더욱이 ‘피포위의식’의 강화로 인한 민족주의 이데올로기가 건재하기 때문에 붕괴만은 피하고 있다. 다시 말하면, 경제?대외 분야에서 체제불안정화 요인이 강하지만 정치?사회?이념 분야에서 체제안정화 요인이 강해 단기간에 급변사태 가능성은 낮다.
--- pp.312-313
북한의 경제활동에서 시장거래가 차지하는 비중, 즉 시장화 수준은 점차 높아지고 있다. 1998년도를 기준으로 한 북한의 시장경제 부문 추정에 관한 연구를 보면, 북한의 시장경제 규모는 1998년도 북한 명목 GNI의 27.1%에 해당하는 것으로 평가됐다. 이 연구는 농림어업, 경공업, 서비스업 중에 음식?숙박업에서 시장이용 비중이 60%에 이르며, 군수경제가 북한경제 전체의 50% 정도라고 볼 경우 군수경제를 제외한 나머지 일반 경제활동 전체를 놓고 볼 때 북한의 시장경제 부문이 50% 이상을 차지한다는 것을 의미한다고 해석하였다. 이는 1987년 베트남의 시장부문 비중 28.6%에 근접하는 수치로서 이미 1990년대 말에 북한 경제의 사적 부문이 상당히 높은 수준이었음을 보여준다. 20여년이 경과하면서 북한의 시장은 비약적으로 발전하였다. 북한 주민들 한가구당 1명 정도는 장사를 하고 있으며, 주민들의 80~90%가 시장에서 생필품을 구입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따라서 시장화 수준을 재평가한다면 훨씬 높은 수준으로 나타날 것이다.
북한 주민들은 시장거래에 참여하여 생계를 유지하거나 시장에서 생필품을 구입하는 등 이제 시장은 생존을 위한 필수적인 공간으로 자리 잡았다. 국가로부터 충분한 물자를 지원 받는 고위 간부층과 사상?통제업무를 담당하는 간부들은 시장에 대해 적대적일 수 있다. 그러나 중·하층 간부들은 시장에서 이권을 확보하며 공생하기 때문에 공식적 태도와는 달리 시장에 우호적일 수밖에 없다. 특히 이제 시장의존 세대들이 북한 사회의 주류를 형성하고 있다는 점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 pp.373-37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