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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 발행일 | 2011년 03월 30일 |
|---|---|
| 쪽수, 무게, 크기 | 328쪽 | 579g | 148*210*30mm |
| ISBN13 | 9788950928773 |
| ISBN10 | 8950928779 |
음악, 삶의 소리를 듣다
문화의 바다로-4이동
김종철 저
|
21세기북스
|
2011년 03월 30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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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중음악 분야에서 청년문화는 1968년에 싹트기 시작했다. 서울 다동의 한 음악감상실에서 트윈폴리오(송창식과 윤형주)가 번안가요인 「하얀 손수건」을 부른 것을 시작으로 이듬해 9월에는 한대수가 남산드라마센터에서「물 좀 주소」와「고무신」등을 부르며 ‘한국적 모던포크’의 시대를 열었다. 그때까지 미국의 포크음악들을 그대로 부르거나 번안해서 노래하던 우리나라 대중음악계에 최초로 싱어 송 라이터(singer-songwriter, 가수 겸 작곡가)가 등장한 것이다. 한대수 혼자 기타 한 대를 달랑 들고 무대에 서서 징과 톱 소리를 배경음악으로 벌인 그 ‘괴이한 연주’는 한국대중음악사의 주요한 사건으로 기록되었다. ‘물 좀 주소 물 좀 주소 목 마르요 물 좀 주소’로 시작되는 노래는 1961년의 5·16 쿠데타 이래 억눌려 살아온 젊은이들의 심정을 대변하는 듯 들렸을 것이다. --pp. 94~95 중에서
6월 3일 아침 학교에 갔다가 교문 앞에서 총을 든 군인들에게 밀려 난 나는 갈 곳이 없었다. 나도 친구들도 대체로 가정교사를 해서 등록금을 버는 처지라 저녁 이후 말고는 시간이 남아돌았다. 우리는 얼핏 생각나는 르네상스 음악실로 갔다. 그날부터 학교 문이 다시 열린 9월 어느 날까지 사나흘이 멀다 하고 아침부터 ‘르네상스’에 앉아 열 시간을 넘게 보낸 적도 있었다. 담배를 피우지 않는 내가 그 연기구덩이에 서 그렇게 오래 버틸 수 있었다는 사실이 신기할 뿐이다.
그 음악실에는 요즘 같은 DJ가 없었다. 한 중에서 넓은 벽면 앞에 흑판 을 세워두고 들려주는 곡이 바뀔 때마다 40대 중반의 금테 안경을 쓴 남자가 분필로 거기에 작곡자와 곡 이름을 적곤 했다. 음악실에 들어 간 사람들이 신청곡을 써서 카운터에 내면 ‘걸어 다니는 그 DJ’가 적절히 선곡을 해서 들려주었다. 그는 순전히 로마자로 흑판을 메웠다. --pp. 143~144 중에서
2000년 봄에 나는 언론사 업무 때문에 체코의 수도 프라하에 이틀 동안 머물렀다. 해가 막 떠오르는 아침에 숙소를 나서서 운동을 할 겸 거리를 달려가는데 눈앞에 넓은 강이 나타났다. 그렇게도 이름을 많이 들어온 몰다우(체코어로는 블타바) 강이었다. 나는 이루 형언할 수 없는 감정에 사로잡혔다. 스메타나의「나의 조국」중 ‘블타바 강’이 떠올랐기 때문이다. 젊은 시절부터 그 음악을 들을 때마다 왜 그렇게 온몸에 뜨거운 피가 요동치다가 다시 잔잔하고 평안한 기운이 감돌았던지!
강을 따라 한참을 달려가니 카를 4세 다리가 나왔다. 식민지 체코를 다스린 군주 중 가장 유명하고 유능하다고 알려진 바로 그 인물을 기념하는 고색창연한 다리였다. 서기 906년 헝가리의 마자르족이 지금의 체코 땅에 있던 모라비아 왕국을 침략해서 슬로바키아 지역을 점령한 이래 그곳은 체코와 분리된 채 헝가리의 지배를 받았다. 1307년 체코 땅에 룩셈부르크 왕조가 세워지고 제2대 왕이 된 사람이 바로 카를 4세였다. 카를 4세는 1346년에 오스트리아-헝가리 연합 제국의 황제로 선출되어 보헤미아(현재의 체코)를 정치·문화적으로 크게 번창시켰다. 바로 그 황제의 다리 아래를 블타바 강물이 도도히 흐르고 있었다. --pp. 197~198 중에서
록음악처럼 전 세계에 넓고 깊게 퍼져나간 장르는 역사적으로 드물었다. 기독교의 찬송가가 예외적 사례라고나 할까? 록은 지난 반세기 동안 북아메리카와 유럽은 물론이고 아시아와 오세아니아, 그리고 중남미와 아프리카에까지, 정도의 차이는 있지만 정치·사회·문화적으로 큰 영향을 미쳤다. 특히 중국 같은 사회주의 국가에서도 조선족 출신의 최건이 록음악을 통해 체제를 비판하는 이례적인 현상이 벌어지기도 했다.
1960년대의 반反문화와 체제에 대한 저항운동에서 록음악은 중요한 기능을 수행했다. 미국이‘추악한 전쟁’이라는 베트남전에 젊은이들을 몰아넣던 시기에 밥 딜런과 존 바에즈를 비롯한 록음악인들은 그 전쟁의 비인도적인 본질을 고발하는 데 앞장섰다. 그리고 흑인운동 지도자들인 말컴 엑스와 마틴 루터 킹이 암살당하는 등 미국에 폭력이 난무하자 젊은이들이 체제를 비판하는 무기의 하나로 삼은 것도 록이었다.
록음악은 특히 미국에서 흑인 문화에 대한 백인들의 태도를 크게 변화시켰다는 평가를 받았다. 그러나 이와 동시에 백인 록음악인들이 흑인 문화를 상업적으로 이용하면서 이득을 얻는다는 비판도 나왔다. 록이 세계의 많은 청중에게 이질적인 문화의 전통을 전파하던 기간에 록은 ‘문화 제국주의’의 한 형태라는 공격을 받기도 했다.
6월 3일 아침 학교에 갔다가 교문 앞에서 총을 든 군인들에게 밀려 난 나는 갈 곳이 없었다. 나도 친구들도 대체로 가정교사를 해서 등록금을 버는 처지라 저녁 이후 말고는 시간이 남아돌았다. 우리는 얼핏 생각나는 르네상스 음악실로 갔다. 그날부터 학교 문이 다시 열린 9월 어느 날까지 사나흘이 멀다 하고 아침부터 ‘르네상스’에 앉아 열 시간을 넘게 보낸 적도 있었다. 담배를 피우지 않는 내가 그 연기구덩이에 서 그렇게 오래 버틸 수 있었다는 사실이 신기할 뿐이다.
그 음악실에는 요즘 같은 DJ가 없었다. 한 중에서 넓은 벽면 앞에 흑판 을 세워두고 들려주는 곡이 바뀔 때마다 40대 중반의 금테 안경을 쓴 남자가 분필로 거기에 작곡자와 곡 이름을 적곤 했다. 음악실에 들어 간 사람들이 신청곡을 써서 카운터에 내면 ‘걸어 다니는 그 DJ’가 적절히 선곡을 해서 들려주었다. 그는 순전히 로마자로 흑판을 메웠다. --pp. 143~144 중에서
2000년 봄에 나는 언론사 업무 때문에 체코의 수도 프라하에 이틀 동안 머물렀다. 해가 막 떠오르는 아침에 숙소를 나서서 운동을 할 겸 거리를 달려가는데 눈앞에 넓은 강이 나타났다. 그렇게도 이름을 많이 들어온 몰다우(체코어로는 블타바) 강이었다. 나는 이루 형언할 수 없는 감정에 사로잡혔다. 스메타나의「나의 조국」중 ‘블타바 강’이 떠올랐기 때문이다. 젊은 시절부터 그 음악을 들을 때마다 왜 그렇게 온몸에 뜨거운 피가 요동치다가 다시 잔잔하고 평안한 기운이 감돌았던지!
강을 따라 한참을 달려가니 카를 4세 다리가 나왔다. 식민지 체코를 다스린 군주 중 가장 유명하고 유능하다고 알려진 바로 그 인물을 기념하는 고색창연한 다리였다. 서기 906년 헝가리의 마자르족이 지금의 체코 땅에 있던 모라비아 왕국을 침략해서 슬로바키아 지역을 점령한 이래 그곳은 체코와 분리된 채 헝가리의 지배를 받았다. 1307년 체코 땅에 룩셈부르크 왕조가 세워지고 제2대 왕이 된 사람이 바로 카를 4세였다. 카를 4세는 1346년에 오스트리아-헝가리 연합 제국의 황제로 선출되어 보헤미아(현재의 체코)를 정치·문화적으로 크게 번창시켰다. 바로 그 황제의 다리 아래를 블타바 강물이 도도히 흐르고 있었다. --pp. 197~198 중에서
록음악처럼 전 세계에 넓고 깊게 퍼져나간 장르는 역사적으로 드물었다. 기독교의 찬송가가 예외적 사례라고나 할까? 록은 지난 반세기 동안 북아메리카와 유럽은 물론이고 아시아와 오세아니아, 그리고 중남미와 아프리카에까지, 정도의 차이는 있지만 정치·사회·문화적으로 큰 영향을 미쳤다. 특히 중국 같은 사회주의 국가에서도 조선족 출신의 최건이 록음악을 통해 체제를 비판하는 이례적인 현상이 벌어지기도 했다.
1960년대의 반反문화와 체제에 대한 저항운동에서 록음악은 중요한 기능을 수행했다. 미국이‘추악한 전쟁’이라는 베트남전에 젊은이들을 몰아넣던 시기에 밥 딜런과 존 바에즈를 비롯한 록음악인들은 그 전쟁의 비인도적인 본질을 고발하는 데 앞장섰다. 그리고 흑인운동 지도자들인 말컴 엑스와 마틴 루터 킹이 암살당하는 등 미국에 폭력이 난무하자 젊은이들이 체제를 비판하는 무기의 하나로 삼은 것도 록이었다.
록음악은 특히 미국에서 흑인 문화에 대한 백인들의 태도를 크게 변화시켰다는 평가를 받았다. 그러나 이와 동시에 백인 록음악인들이 흑인 문화를 상업적으로 이용하면서 이득을 얻는다는 비판도 나왔다. 록이 세계의 많은 청중에게 이질적인 문화의 전통을 전파하던 기간에 록은 ‘문화 제국주의’의 한 형태라는 공격을 받기도 했다.
--pp. 298~299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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