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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난한 사람들 - 발췌

가난한 사람들 - 발췌

[ 천줄읽기, 양장 ] 지식을만드는지식 고전선집-691이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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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시아소설 top100 4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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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품목정보
발행일 2011년 03월 28일
판형 양장?
쪽수, 무게, 크기 208쪽 | 148*210*20mm
ISBN13 9788964067451
ISBN10 89640674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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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사랑하는 바렌카, 바로 이런 이유에서 구두는 명예와 체면을 유지하기 위해 내게 꼭 필요하단 말입니다. 구멍이 숭숭 뚫린 구두를 신고 다닌다는 것은 곧 이런 것들을 다 상실하는 것이나 마찬가지입니다.

*가난한 사람들이란 원래가 변덕스런 법입니다. 그것은 자연이 그렇게 정해 놓은 것입니다. 가난뱅이란 뒤틀린 성미를 갖고 있습니다. 가난뱅이는 하느님이 창조하신 이 세상을 삐딱한 시선으로 바라보고, 지나가는 사람들을 일일이 곁눈질합니다. 그뿐 아니라, 자기 주위를 겁먹은 눈으로 둘러보면서 남들이 하는 말 한마디 한마디에 지나치게 신경을 씁니다. 말하자면 혹시 저 사람들이 내 얘기를 하는 건 아닐까? 하고 다니는 형색이 너무 형편없다고 하는 것은 아닐까? 내가 어떤 생각을 갖고 어떻게 느끼는지 살피는 게 아닐까? 또 예를 들어 이쪽에서 보면 꼴이 어떻고 저쪽에서 보면 꼴이 어떤지 쑥덕거리고 있는 게 아닐까? 가난한 사람들은 이런 것들에 시시콜콜 신경을 쓰게 됩니다. 바렌카, 가난뱅이는 넝마 조각보다 못한 존재고, 어느 누구한테서도 존경을 받을 수 없는 존재라는 것은 누구나 다 아는 사실입니다.

*사랑하는 임이여, 나는 당신에게 어떤 은혜를 입었는지 잘 알고 있습니다! 당신을 알게 되면서부터 나는 비로소 나 자신을 한층 더 잘 알게 되었고, 그래서인지 당신을 사랑하게 되었습니다. 나의 천사여, 당신을 알기 전까지 나는 실로 고독한 인간이었고, 이 세상에서 삶을 산 것이 아니라 마치 잠을 자고 있었다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나의 적들인 그 간악한 놈들은 내 외모조차도 추악하다고 놀려 대며, 나를 멸시했습니다. 그래서 어느새 나도 스스로를 멸시하게 되었습니다. 그놈들이 나를 머저리라고 불러 대니, 나도 스스로를 정말로 머저리라고 여기게 되었습니다. 그런데 당신이 내 앞에 나타나 어둡던 나의 전 생애를 환하게 비추어 주었습니다. 그래서 나의 가슴도 영혼도 갑자기 빛나게 되었고, 나는 마음의 평화를 얻게 되었고, 내가 다른 사람들보다 못한 인간이 아니라는 것을 깨닫게 되었습니다.

*바렌카, 정말이지 나를 죽도록 괴롭히는 것이 뭔지 아십니까? 그것은 돈이 아닙니다. 나를 못살게 괴롭히는 것은, 사람들이 나를 보고 수군거리고 비웃고, 악의에 찬 농담을 내보이는 것입니다. 그게 나를 죽도록 괴롭히는 것입니다.
--- 본문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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