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수많은 집을 건축하고 리모델링해오며 집과 인생에 관해 많은 깨달음을 얻어왔다. 집은 단순히 문과 벽으로 이루어진 건물이나 부동산 투기의 대상, 또는 행정상의 주소지가 아니다. 소중한 과거와 당장의 현실, 아직 이루지 못한 꿈이 뒤섞인 복합적인 공간, 즉 ‘마음이 사는 곳’이다. 집을 잘 살펴보면, 그 집에 사는 사람이 어떤 삶을 살아가고 무엇을 추구하는지 알 수 있다.
사람들이 집을 리모델링하는 동기는 집이 자신을 제대로 반영하지 않기 때문인 경우가 많다. 그러므로 공간을 넓히는 것보다 ‘자신을 잘 나타내줄 수 있는 편안하고 아늑한 공간’으로 리모델링하는 것이 중요하다.
인생 리모델링도 마찬가지다. 많은 사람들이 일과 의무로 꽉꽉 차 있는 규모가 큰 삶을 살아가고 있다. 하지만 정말 행복한 삶을 살기 위해서는 자신의 내면에 귀를 기울여서 자신의 원하는 것을 이루게 해주는 삶으로 리모델링해야 한다. 그것이 작더라도 나다운 삶, 즉 ‘그리 크지 않은 삶’이다. --- p.6, 머리말 중에서
처음 집을 살 때의 일이다. 작은 원룸아파트에 살다가 이사를 하고 보니 집이 너무 크게 느껴졌다. 11평의 공간에 놓여 있던 것들을 33평의 공간에 흩어놓으니까 집이 텅 빈 것 같았고 황량하기까지 했다. 그래서 좀 더 집다운 느낌이 나도록 뭔가를 좀 들여놓아야겠다 싶었다. 그래서 물건을 사들이기 시작했다. 가장 먼저 구입한 것은 스테레오 장치를 놓을 장식장이었다. 다음은 소파 세트, 그 다음은 커피 테이블. 이런 것들은 전부 유용하게 쓰였다. 하지만 적은 물건만 갖고 살 때보다 정말 더 행복해졌는지에 대해 의문이 들기 시작했다. 또 내가 무언가를 창조하고 있긴 한가 하는 생각도 들었다. 삶의 질이 높아지는 것이 아니라 단순히 짐만 늘어나는 것 같았다. (중략) 지금 와서 보면 내가 얼마나 다른 사람들의 기대수준에 맞춰 살려고 했는지가 분명히 보인다. --- pp.38-39, 「2장 집의 크기에 대한 고찰」 중에서
벽이나 천장에 달아놓은 창문이나 채광창을 통해 들어오는 빛을 어떻게 활용하느냐에 따라 집안 분위기가 달라진다. 먼저, 빛을 실내 표면에 반사시켜 실내를 자연조명으로 은은하게 감싸는 방법이 있다. 이렇게 하면 실내분위기가 더 밝아 보일 뿐 아니라 들어오는 빛을 더 잘 이용할 수 있다. 한편, 창문을 벽 한가운데에 내거나 채광창을 천장 한가운데에 내면, 선명한 빛줄기가 들어오긴 하지만 반사가 잘 되지 않아 실내가 오히려 어두워 보인다. 또 빛과 어둠의 대조가 너무 뚜렷하면 전체적으로 밝아 보이지 않는다. --- p.92, 「5장 표면에 반사되는 빛 활용하기」
집을 리모델링할 때 굉장히 중요한데도 흔히 간과되는 것 중 하나는 이미 있는 것을 업그레이드하는 일이다. 사실 새로운 조명 몇 개, 간단한 예술품, 부분적인 페인트칠로도 충분히 집안 분위기가 달라질 수 있으며, 머릿속에 그리던 집에 훨씬 가까워질 수 있다. 큰 변화를 주기 위해 반드시 큰 투자가 필요한 것은 아니다.
삶에서도 마찬가지다. 변화를 위해 구조공사가 필요한 경우도 분명히 있지만, 약간의 페인트칠로도 일상의 경험이 엄청나게 달라질 수 있다. 여기에서 관건은 이미 갖고 있는 것을 약간의 변화로 업그레이드하는 것이다. 이때 얻는 기쁨은 주로 ‘무엇을’ 바꾸느냐보다는 ‘어떻게’ 바꾸느냐에서 비롯된다. 새로 한 페인트칠처럼 새로운 관점이 즐겁고 편안한 삶으로 만들어준다는 사실을 발견하는 것은 계시와도 같은 일이다. --- p.119, 「6장 복도 끝에 낸 밝은 창」 중에서
리모델링한 집에 입주할 때는 변화된 부분을 최대한 활용하기 위해 새로운 행동패턴을 수립할 필요가 있다. 예컨대 거실에 창틀 의자를 만들었다면 매일 아침 그곳에 앉아 차나 커피를 한잔하면서 몇 분이라도 창밖을 내다보라. 그러면 예전처럼 서두를 것 없이 하루를 차분하게 시작할 수 있다. 이런 창틀 의자는 새로운 행동패턴이 가능하도록 도와줄 뿐 아니라 하루하루를 새롭게 시작할 수 있도록 도와준다. 하지만 여러분이 창틀 의자를 이용할 때라야만 효과가 있다.
--- p.183, 「9장 패턴 활용하기」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