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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아빠다

나는 아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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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품목정보
발행일 2011년 04월 07일
쪽수, 무게, 크기 252쪽 | 406g | 146*206*20mm
ISBN13 9788996616702
ISBN10 89966167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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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소개 관련자료 보이기/감추기

저자 : 윤현호
상명대학교 영화학과에서 연출을 전공했고, 오랫동안 영화 시나리오 작가로 일했으며 앞으로도 더 좋은 영화 시나리오를 위해 노력할 계획이다. ‘용서와 복수의 갈림길에 선 사람은 과연 어떤 결정을 내려야 하는가?’라는 질문에 대한 답을 찾기 위해 쓴 시나리오 「파괴된 남자」는 ‘필름2.0 시나리오 공모전’에서 우수상을 수상하고, 한국영화시나리오마켓에서 추천작으로 선정되면서 그 작품성을 인정받았다. 이 「파괴된 남자」는 이번에 개봉하는 「나는 아빠다」로 제목이 바뀌어 세상에 나오게 되었다. 그리고 대형 영화제작사와 함께 세상을 뒤흔들고 사람들의 기억 속에 영원히 남을 또 다른 영화 시나리오를 집필 중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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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만은 소매에 숨겼던 머리핀을 꺼내 수갑의 열쇠 구멍을 쑤시기 시작했다. 형사들이 그를 힐끔 돌아보았다. 흠칫 놀란 상만은 움직임을 멈췄다. 조마조마해서 심장이 터질 것 같았다. 진땀이 흘렀다. 상만은 감시가 잦아들 때까지 기다렸다가 다시 머리핀을 돌렸다.
이상했다. 지금쯤이면 손끝에 감촉이 와야 하는데, 이리저리 머리핀을 돌려봐도 반응이 없었다. 뭔가 잘못됐다.
“나상만 씨?”
천수와 상만의 얼굴이 마주쳤다. 툭하고, 상만의 손에서 머리핀이 떨어졌다. 소스라치게 놀란 천수가 상만을 바라보았다. 상만 역시 낭패 어린 얼굴로 천수를 바라보았다. 그러나 이미 상만의 수갑은 풀려 있었다. 그의 마술이 성공했다.
상만은 재빨리 천수의 허리춤에서 권총을 뽑아들었다. 그러곤 천수의 관자놀이에 총구를 겨누었다.
“전부 손들어!”
상만이 소리를 지르자 기겁한 형사들이 머리로 양손을 올렸다.
“이런다고 달라질 건 없어. 형량만 늘어날 뿐이야. 얼른 총 버려!”
김 형사가 말했다.
“그래요. 말로 해요, 나상만 씨.”
천수도 거들었다.
“말로 되는 거면, 여기까지 오지도 않았습니다.”
상만은 입술을 악물었다. 그는 덫에 걸린 야생동물처럼 공포에 질려 거칠게 숨을 몰아쉬었다. 총을 쥔 그의 손이 덜덜 떨렸다. 상만이 난동을 피운 이유는 단 하나였다.
“한종식 형사 좀 불러주시겠습니까?”

*

민지가 상만에게 다가왔다.
“오지 마!”
상만이 소리쳤다.
“우리 엄마도 내가 너무 오랫동안 아파서 아저씨처럼 죽었어요.”
“뭐?”
“총으로… 총으로 죽었어요.”
순간, 상만은 총을 맞은 듯이 가슴이 먹먹해졌다. 그의 가슴이 찢어질 듯 요동쳤다.
“아저씨도 집에 아픈 애 있어요?”
“아, 아니… 그런 거 아니야.”
“근데 왜 총을 들고 있어요?”
“이건 그냥….”
민지가 상만에게 다가왔다. 그러고는 가녀린 손을 뻗어 총을 들고 있는 상만의 손을 아래로 끌어내렸다. 상만은 눈앞에서 벌어지는 광경이 믿기지 않았다. 민지가 말했다.
“그럼 죽지 마요. 나도 엄마한테 미안하단 말이에요.”
어느새 민지는 눈물이 그렁그렁하고 있었다. 상만은 민지의 눈물을 닦았다.
“울지 마라. 아저씨 안 죽어.”
“나도 미안하단 말이에요.”
“그래, 아저씨가 잘못했다. 울지 마.”
상만은 민지를 안았다. 민지는 계속해서 울었다.
“나도 미안하단 말야.”
그동안 민지의 작은 품에서 억누르고 참아왔던 울음이 폭발한 것 같았다. 민지는 엉엉 울었다. 민지는 엄마한테 미안하다고 말하고 싶었다. 하지만 이미 죽어버린 엄마에겐 그 말을 전할 수 없었다. 그래서 미안했다.

*

미경은 마음을 다잡고 힘겹게 입을 열었다.
“나상만 씨입니다.”
“네? 뭐라고요? 누구?”
종식은 너무 놀라서 자신의 귀를 의심했다. 뜬금없었다. 나상만이라니.
“나상만 씨 부인께서 이 병원에 계세요. 그분이 민지한테 심장을 줄 수 있어요.”
“….”
“저도 민지 아버님과 나상만 씨 얘기 알고 있습니다. 전에 인터넷에서 보고 알았어요. 그래서 민지 아버님이 설득해보겠다고 할 때 극구 말렸던 겁니다.”
“지금 와서 그 얘기를 나한테 하는 이유가 뭡니까? 나더러 그 사람을 설득하라고?”
“방법이 없어요. 제가 몇 번이고 간곡하게 말씀드리고, 설득했는데 소용없었어요. 우리한테 이제 일주일밖에 안 남았잖아요. 어쩌면 저보단 민지 아버님이 직접 그분을 찾아뵙고 얘기를 하는 게 더 빠를 수 있어요.”
종식은 주먹으로 벽을 찍었다. 인생이 꼬이고 있었다.
“그게 지금 말이 된다고 생각해요? 그 사람이 날 용서할 거 같아?”
“그분도 민지 사정을 아세요. 어머니가 먼저 가신 것 때문에 가슴 아파하고 계세요. 민지 아버님은 모르시는데, 두 분이 비슷한 게 많아요. 통할 게 있을 거라고요. 민지 아버님이 일부러 그분한테 상처준 건 아니잖아요. 그 점을 얘기하세요. 같은 딸을 둔 아버지로서, 그분한테 진심으로 다가서면 어쩌면 아무 인연이 없는 사이보다 더 쉽게 가까워질 수 있어요.”
“미경 씨는 몰라요. 내가 그 사람한테 무슨 짓을 했는지.”
“한 번이라도 얘기를 해보세요. 그분만 설득하면 민지가 살 수 있어요. 민지를 위해서 하는 일인데, 못할 게 뭐가 있어요?”
종식은 고개를 흔들었다. 불가능했다. 미경은 불가능한 얘기를 하고 있었다.
--- 본문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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