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렇게 엄청난 보물창고들이 왜 아폴론신전 아래 지어졌던 것일까? 그것은 한마디로 미래예측에 대한 보답이었다. 델피의 오라클 덕을 본 60여 개의 도시국가들이 보물창고를 지어 신전에 바쳤던 것이다.
분쟁이 잦고 상거래가 위험했던 이 시기에 정확한 미래예측은 큰돈을 가져다주는 보증수표나 다름없었다. 도시국가들끼리의 충돌이 자주 일어나던 당시에, 델피는 미래를 예측해주는 것만으로 부국을 유지했다. 예측은 정확성이 높았고, 덕택에 거대한 부를 축적할 수 있었다. ---pp.18~-9
미래예측은 유망산업을 예측하는 단계를 넘어 그 자체로 새로운 유망산업이 되고 있다. 경제연구소나 컨설팅회사, 신용평가회사, 국책연구소 같은 기관에 예측용역을 의뢰하는 사례가 늘어나면서 미래예측은 돈과 사람이 몰리는 산업으로 부상하게 되었다. 뿐만 아니라 기존 산업들에서도 예측 부문을 강화하는 추세가 나타나고 있다. 정보기술, 데이터 처리기술, 무선통신기술, 영상기술, 우주산업 등 이 시대를 상징하는 모든 테크놀로지들도 미래예측 부문에 관여하기 시작했다. ---pp.37-38
페르시아의 100만 대군이 그리스를 향해 온다는 소식이 전해지자 아테네 시민들은 극도로 초조해졌다. 위험을 피할 수 없게 된 시민들은 먼저 델피의 아폴론신전에 사절단을 보내 오라클을 듣기로 했다. 그들은 매우 공손한 태도로 피티아에게 오라클을 요청했다. 피티아는 이렇게 오라클을 내렸다.
“너와 너의 아들들에게 절대 무너지지 않을 나무벽을 주리라.” ---p.49
하인리히 슐리만이 누구인가? 바로 그 유명한 ‘트로이 유적’을 발굴한 사람이 아닌가. 그는 호메로스의 서사시 《일리아드》를 읽고 이야기 속에 나오는 오라클에 깊은 영감을 받았다. 트로이 공주 카산드라가 받았다는 오라클은 자국의 왕자 헥토르가 그리스연합군에게 패할 것이라는 내용이었다. 슐리만은 전쟁이 벌어졌던 성곽이 어디엔가 분명 존재할 것이라 믿었다. 이 믿음 하나로 그는 지금의 트로이 유적을 찾아냈고, 일약 세계적인 고고학자가 되었다. ---pp.69-70
슐츠는 당시의 감정을 이렇게 묘사한다.
“나는 오라클을 믿는다. 이를 유대어로는 ‘바스헤르트’라고 하는데, 3,500피트 상공을 날고 있던 그 순간 나는 커피에 강하게 이끌리는 것을 느꼈다. 마치 마술에라도 걸린 듯, 거기에는 내가 사업에서 결코 경험해보지 못한 열정과 진실성이 있었다.”
그는 잘나가는 대기업의 이사직을 미련 없이 던져버리고 자신을 사로잡은 커피점에서 일을 시작했다. ---p.106
비주얼인포시스의 이진표 대표는 모든 사람들이 ‘시간 단축’을 말할 때 홀로 ‘공간 압축’에 골몰했다. 왜 공간에 집중하게 되었는지 그를 만나 물었다. 그의 대답은 간단했다.
“한국은 공간이 좁지 않습니까.”
이 대표는 빌 게이츠를 비롯한 IT업계의 CEO들이 시간에 집착할 때 너도나도 시간으로 경쟁하는 것은 무리라고 판단했다. 그래서 공간을 압축하는 데 인생을 걸기로 했다. 그의 예감은 정확히 들어맞았고, 모든 것을 걸고 개발한 시스템은 현대판 축지법으로 손색없는 작품이 되었다. ---p.156
RAND는 ‘현대판 신탁소’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고대 그리스 델피의 아폴론신전 이후 처음으로 미래예측을 위해 설립된 전문기관이기 때문이다. 1945년 설립된 이래 미래예측에서 획기적인 성과를 올리면서 세계적으로 알려지게 되었다. 가장 대표적인 사례가 인간이 유전자를 해독하여 복제인간을 만들거나 유전적 결함을 해결하게 될 것이라는 예측이었고, 그것은 현실이 되었다. ---pp.195-196
미래를 예측하는 프리드먼의 기본 관점은 ‘현실적인 태도를 유지하되 불가능한 것을 예상하라’는 말로 요약된다. 이는 상식을 거부하고 끊임없이 세상을 거꾸로 보려는 그의 태도와 맥을 같이한다. 그는 역사를 통해 밟아왔던 경로를 이탈하면서 현실이 바뀐다는 사실을 누구보다 깊이 인식하고 있는 사람이다. 그는 앨빈 토플러처럼 팩트 분석에 의존하기보다는 자신이 받은 오라클에 의존하는 경향이 짙은 편이다. ---p.223
신한자동맹의 탄생은 비단 발트해지역만으로 국한되지 않을 것이다. 앞으로 보다 근본적이고 전면적인 방향으로 동맹은 확대될 것이다. 현재 지구촌에 불고 있는 글로벌화와 메갈로폴리스(megalopolis?초거대도시)화가 새로운 한자동맹의 탄생을 견인하고 있다. 전 세계가 실시간으로 연결되고 거대한 도시권역이 세계를 잇는 거점 역할을 수행 중인데, 일례로 홍콩은 국가 지배를 벗어나 상당한 독립성을 유지하면서 아시아 물류의 허브로 기능하고 있다. 이 밖에도 싱가포르, 상하이, 뭄바이, 아부다비, 두바이, 런던 같은 도시들도 국가를 앞지르는 한자도시로 부상할 전망이다. ---pp.244-245
분명한 사실은 한국이 IT가 아닌 ‘MT(Media Technology)’로 과감히 방향을 틀어야 할 시점에 이르렀다는 것이다. 이것이 중국, 일본, 러시아 등 강대국에 둘러싸인 한국이 가야 할 길이다. 우리만의 고유한 문화가 느껴지는 창조적 콘텐츠를 세계 시장으로 수출해 한국이 작지만 독특한 문화를 가진 나라임을 MT를 통해서 세계에 인식시켜 주어야 한다. MT분야는 성장 잠재력이 매우 큰 시장이다. 이 시장이 지금 한국을 기다리고 있다. ---p.264
자국의 주권과 국익만을 앞세우는 구질서(Old Order)의 시대는 지나갔다. 국수주의, 민족주의, 독점주의의 과거 패러다임 또한 차츰 소명을 다해가고 있다. 21세기는 다자주의로 요약되는 신질서(New Order)를 요구한다. 지구촌 공동의 이익을 추구하고, 다양한 시장모델과 정치체제가 공존하는 새로운 세기의 질서를 말이다.
---p.29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