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트업 ‘슬로그업’을 시작하던 2014년 초엔 우린 정말 아무것도 가진 게 없었다. 채용 공고를 올려도 그 누구도 연락해오지 않았다. 교수들에게 소개를 부탁하는 이메일도 50통 넘게 돌려봤지만, 몇몇 분들이 ‘보기 좋다’, ‘잘해봐라’, ‘한번 찾아보겠다’ 같은 답장을 주었을 뿐 진짜 소개까지 이어지진 않았다. 지금 생각해보면 그건 사실 당연한 일이었다. 내세울 제품 하나 없고, 이 판에서 흔하디흔한 대기업, 명문대 출신도 아닌 우리를 누가 덜컥 믿고 함께하자고 말하겠는가.
“평범한 공고로는 안 되겠어요. 좀 특이하게 해보죠.” 우리는 누구의 눈에라도 띌 수밖에 없는 독특한 채용 공고를 내보기로 했다. 어떻게 하면 사람들의 시선을 붙잡을 수 있을까, 또 시선 끌기에 성공한 뒤엔 어떻게 진심을 전달할 수 있을까, 그날 온종일 컨셉을 고민했다. 그러다 인터넷에서 《슬램덩크》 사진을 보고 딱 느낌이 왔다. 만화 《슬램덩크》에서 강백호, 서태웅 등 주인공들이 속한 농구팀 ‘북산’은 평범한 사람들, 아니 어쩌면 평균 이하의 인생들이 모여 근성 하나로 전설을 만들어낸 팀이다. 끈끈한 근성, 불꽃같은 열정. 바로 우리가 원하는 스타트업의 모습이었다.
_16-17쪽, [북산 같은 스타트업에서 강백호 같은 개발자 찾습니다] 중에서
보통 스타트업에서 연봉은 지분률과 반비례한다. 앞서 말했듯 미래를 보고 현재를 투자하는 일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많은 스타트업은 대표나 창업자들은 연봉이 그렇게 높지 않다. 심지어 어떤 투자사(Venture Capital)는 투자 조항에 “이사들 월급은 100만 원으로 한다”라는 항목이 있는 경우도 있다. 배부르면 나태해지니까 ‘헝그리 정신’을 자극하려는 것이다. 페이팔의 공동창업자이자 페이스북의 투자자인 피터 틸(Peter Thiel)은 “대표의 연봉이 낮을수록 성공할 확률이 높다”며 “투자할 때 대표의 연봉이 낮은지를 본다”고 말하기도 했다. 스타트업 할 거면 연봉에 대한 기대는 버리는 게 정신 건강에 좋다는 소리다.
_39-40쪽, [창업자들의 지분과 연봉 정하기] 중에서
처음엔 제품만 완성하면 당장 투자자가 나타날 것처럼 생각될 수 있다. 그게 나쁘다는 건 아니다. 오히려 그 정도 자신감은 있는 사람이 창업을 해야 맞다. 다만 최악의 시나리오를 고려하는 일은 누구에게나 필요하다. 투자받을 확률보다 못 받을 확률이 훨씬 높은데도 투자금으로 사업을 유지겠다는 계획을 세우는 건 현명한 전략이 아니다. 또 투자는 결코 능사가 아니다. 투자금은 지분을 팔아서 빌리는 남의 돈이다. 안 받을 수 있으면 안 받는 게 더 좋다. 생존을 위해서라면 투자를 받기도 힘들고, 만약 사업이 잘되고 있어도 계산을 잘 해보고 받아야 하는 돈이다. 초기 단계에서는 투자라는 건 없다고 생각하자. 만약 출시 후 제품이 인기를 끌어서 이미 잘 되고 있는 사업을 더 급격히 성장시킬 수 있는 길이 보이면 그때부터 투자에 대해 알아봐도 늦지 않다.
_48쪽, [스타트업이 자금 계획을 세울 때 고려해야 할 점] 중에서
사업계획서라 하면 뭔가 대단히 어려운 서류일 거라는 생각에 막막해하기가 쉽다. 그러나 사업계획서 쓰기는 알고 보면 생각보다 단순한 일이다. 사업계획서를 쓰는 과정은 ‘20장짜리 잡지 한 권’을 만드는 일과 비슷하다. 미용실에서건 은행에서건 누구나 잡지 한 권을 읽어본 경험은 있을 것이다. 그 잡지처럼 만들면 된다. ‘내 사업 아이템을 주제로 20장짜리 잡지 한 권을 만들겠다’는 생각으로 접근하면 일단 막연함을 덜 수 있다.
한 권의 잡지를 만드는 데 있어 가장 중요한 3가지 요소는 ‘레이아웃, 콘텐츠, 사진’이다. 사업계획서도 마찬가지다. 읽기 편한 레이아웃을 짠 뒤, 내 사업 아이템이라는 콘텐츠를 정리해, 적재적소에 이미지를 배치하면 완성된다. 더불어 ‘20장 잡지’로서의 접근은 전체적인 통일성과 완결성을 만들어준다. 내 사업 아이템을 설명하는 이 잡지에서 논리적 흐름은 어때야 하는지, 전체를 봤을 때 어느 정도 시점에서 어떤 내용이 들어가야 좋을지 생각하다 보면 짜임새 있게 서류의 구도가 잡힌다.
_51-52쪽, [사업계획서는 잡지 한 권이다] 중에서
외주업체를 찾는다는 말은 제품 개발에 대한 실무 지식이 없거나 충분하지 못하다는 사실을 의미한다. 그래서 아이디어만 있을 뿐, 그걸 구현하는 일에 연관된 실무를 충분히 고려하지 못할 수밖에 없다. 이렇게 구상된 아이디어는 냉정하게 말하면 아직 실체화 단계 전에 있는 미숙한 아이디어다.
많은 문제가 이 ‘부실한 기획’ 때문에 생긴다. 디테일을 잡아주지 못했기에 의뢰자와 개발사가 생각하는 최종 결과물의 형태가 다르게 나오거나, 혹은 제품을 만드는 과정에서 프로젝트가 중단되는 난감한 일도 벌어진다. 특히 애당초 기획 단계에서 짚고 넘어갔어야 할 구조적인 문제를 고려하지 못한 채 개발을 하다가 중간에 문제가 불거질 때 그렇다. 이런 최악의 결과를 피하기 위해서는 다음과 같은 두 가지를 고려하자. 첫째는 앞서 말했듯이 ‘내 머릿속의 아이디어는 완벽하지 않다’는 사실을 인정하고 시작하는 것이다. 둘째는 ‘내가 생각하는 이상적인 형태의 제품을 출시하려면 지금 예상하는 것보다 더 많은 예산과 시간이 필요할 것’이라는 사실을 미리 염두에 두는 일이다.
_88쪽, [외주 업체는 어떻게 선정해야 할까?] 중에서
일반 회사라면 회계부서나 전담 직원이 따로 있겠지만, 초기 스타트업이 그런 사치를 부릴 여유는 없다. 팀원중 누군가가 맡아서 해야 한다. 회사 재무 상태가 드러나는 일이기에 보통 창업자들 중 한 명이 하는 경우가 일반적이다. 이 말은 개발자나 마케터도 세무에 관한 내용을 공부해야 한다는 의미가 된다. 기장료를 내고 회계사무실에 위탁한다 해도 언제 어떤 서류를 준비해서 전달해야 할지, 평소에 회사를 운영하며 어떤 내용을 증빙해야 할지 등 뭐가 뭔지는 알아야 하기 때문이다. 용어들이 낯설어서 그렇지 다행히 초기 스타트업이 알아야 할 세무 지식은 그리 복잡하지 않다.
_120쪽, [스타트업에 꼭 필요한 세무 상식] 중에서
초기 스타트업은 일반적으로 마케팅 비용도 크지 않기에 고정비의 대부분이 인건비와 사무 공간에 사용되는 비용인 경우가 많다. 이런 시기에는 일반 사무실을 구하는 것보다 창업보육센터(Business Incubator: BI) 및 엑셀러레이터에 입주하는 것을 고려해볼 만하다. 임대료가 저렴하거나 심지어 무료인 곳도 많고, 그밖에도 각종 지원 혜택이 있어 고정비를 절감할 수 있기 때문이다. 시설 수준이나 분위기 역시 일반 사무실에 비해 떨어지지 않는다.
슬로그업도 2014년 4월부터 2016년 10월까지 숙명여자대학교 창업보육센터에 입주해서 일했다. 작은 사무실 총 3개를 사용했는데, 임대료는 3개 호실을 합해 보증금 720만 원에 월 90만 원 수준으로 아주 저렴했다. 10평 남짓한 호실 하나만 이용하던 시기의 월 임대료는 겨우 40만 원이었다.
_129-130쪽, [창업보육센터 입주로 초기 고정비를 줄이자]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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