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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할 땐 사랑이 보이지 않았네 세트

사랑할 땐 사랑이 보이지 않았네 세트

[ 전2권 ]
한차현 | 도모 | 2017년 10월 11일   저자/출판사 더보기/감추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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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품목정보
발행일 2017년 10월 11일
쪽수, 무게, 크기 816쪽 | 136*205*60mm
ISBN13 9788997995356
ISBN10 89979953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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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소개 (1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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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게 뭐람. 어째서 이런 일이 내게. 엄청나게 예쁘거나 귀엽다고는 말하기 힘든 얼굴. 그럼에도 세상에 ‘그런 사람’이 존재한다는 사실이, 존재했으며 존재하고 있으며 앞으로도 몇 십 년 이상 존재하리라는 사실이 지극히도 감동적이었어요. 맙소사, 도대체 이게 뭐냐고.

“아, 다행이네. 그래요 또 봐요.”
“언제요.”
“……음?”
“언제 또 보냐고요.”
--- p.8

90학번 1학년. 열아홉 살.
무엇을 하였느냐 무엇을 바라느냐. 세상모르는 내게도 90년대는 80년대와 달랐습니다. 무엇을 하건 어정쩡하고 무엇을 꿈꾸건 너절했으니 그것이 90년대. 80년대가 격렬했다면 90년대는 야비했습니다. 80년대가 야생마 같았다면 90년대는 뒷골목의 고양이 같았습니다.
세상은 변했지만 변한 게 없었어요. 앞과 뒤가 달랐지만 안과 밖은 여전하니 다만 너절하고 너
절 했어요. 학교 또한 그러했죠. 수업보다 많은 게 집회요 강의보다 몇 배는 친숙한 확성기 구 호. 대학은 휴업을 선언하고 총학생회는 휴업 거부투쟁을 선언하고. 나로 말할 것 같으면 자의 반 타의 반 ‘가투’에 참가한 게 대략 여덟 번? 선두의 선배들이 화염병을 던지고 보도블록 조각
을 던지고 철봉을 휘두를 때, 뒤에서 우왕좌왕 숨이 컥 막히는 지랄탄에 눈물 콧물 쏟아내던 게 전부였지요.
--- p.28

“그런데 골목길 거기까지 가서, 막상 너랑 헤어지려는데, 또 뽀뽀하고 싶잖아. 그래서 했어. 하고 싶어서 했다고. 계속말해?”
“……알아서 해.”
“그거 말고 다른 이유를 대라고 한다면, 난 정말 할 말 없다. 그보다 확실한 이유가 어디 있어. 뽀뽀하기 싫어서 뽀뽀한 것도 아닌데. 좋아서 한 뽀뽀를, 그게 왜 좋은지, 세상에 누가 어떻게 설명할 수 있겠어.”
“잘났어 정말. 하고 싶으면 하는 거야? 너 좋으면 막 해도 되는 거야”
“막 한 적 없어.”
“애걔.”
“내가 막 뽀뽀했어? 싫다고 하는데 강제로 붙들고?”
--- p.104

인터넷커녕 PC통신도 없던 시절. 핸드폰커녕 삐삐도 없던 시절. 신용카드커녕 교통카드도 없던 시절. 있다가 없어진 게 아니니 불편하지 않고 장차 그런 세상이 올지 몰랐으니 불만스럽지 않던 시절. 인터넷 검색 사이트도 스마트폰 앱도 없지만 만나서 함께 헤매 다니는 곳은 어디건 서울 뒷골목의 숨은 맛집이요, 주말 저녁의 데이트 추천 명소였어요. 단축키 1번으로 연결되는 핸드폰은 없지만 약속 시간 지나도 좀처럼 오지 않는 이를 영문 모른 채 한 시간씩 기다려줄 여유가 있었어요. 도통 나타날 기미가 보이지 않아 정 사정이 궁금하면,
거리마다 길게 줄 서 있는 공중전화를 기다렸다가 전화를 걸었어요. 상대방의 집에, 그리고 자기 집에.
--- p.124

사랑이란 원래 이러한가.
한때는 세상 무엇과도 같지 않던 무엇이 어느 순간부터는 세상 무엇과도 다르지 않은 무엇으로 변해가는, 요컨대 사랑이란 그러한 과정들의 총합인가.
--- p.164

“만남을 앞두고도 별다른 기대감이 생기지 않는 사이. 둘이 있으면서도 설레는 순간을 찾기 힘든 사이. 옷을 벗고 함께 누워도 가슴 두근거리는 느낌이 없는 사이. 밥 먹고 술 마실 때나 기분 좋아지는 사이. 그러면서 의무처럼 습관처럼 관성처럼 만나는 사이. 그러다가 툭하면 쓸데없는 말다툼이나 벌이고 마는 사이.”
--- p.396

“다들 그렇잖아. 다들 그렇게 살아가잖아. 좋을 때도 있고 싫을 때도 있고. 불타오를 때도 있고 식을 때도 있고. 다 그런 거잖아. 매일 매순간 설레고 떨리고 가슴 두근두근 심실
보조장치 이식받은 사람처럼 살 수는 없는 거잖아.”
--- p.39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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