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망각과 기억 사이

망각과 기억 사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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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품목정보
발행일 2017년 09월 14일
쪽수, 무게, 크기 252쪽 | 302g | 136*195*20mm
ISBN13 9788993632682
ISBN10 899363268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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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소개 (1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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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랑스 음식에는 삶은 개구리 요리란 게 있는데 개구리를 산 채로 냄비에 넣고 조리한다고 한다. 이때 물이 너무 뜨거우면 개구리가 펄쩍 튀어나오기 때문에 맨 처음 냄비 속에는 개구리가 가장 좋아하는 온도의 물을 부어 둔다. 그러면 개구리는 따뜻한 물이 아주 기분 좋은 듯 가만히 엎드려 있는데, 이때부터 매우 약한 불로 물을 데우기 시작한다. 아주 느린 속도로 서서히 가열하기 때문에 개구리는 자기가 삶아지고 있다는 것도 모른 채 기분 좋게 잠을 자면서 죽어 가게 된다. 안일한 삶에 무의식중에 익숙해져서 변화하는 현실을 인식하지 못하고 나태하게 안주하다가 파국을 맞는 인간의 경우를 빗댄 것으로, 일명 ‘비전상실증후군’이라고도 한다. ---「안주 속의 미망」중에서

그 시의 중간 단락에서 무서운 태풍이 불어닥친 어느 늦여름 밤 허술한 집에 물이 마루 위까지 들어차는 위험한 사태에 처했을 때 아들은 믿지도 않던 하느님께 기도를 한다. 감사하다고. 제발 어머니가 도움을 청하러 간 사람들이 오지 않게 해달라고. 결국 그를 업고 안전한 곳으로 옮겨줄 이웃을 어머니가 데리고 오자 아들은 하느님을 원망한다. 자기 기도를 들어주지 않았다고. 하지만 시인은 진실을 간파하고 있었기에 시의 결미를 이렇게 갈무리한다. “그러나 아들은 몰랐네. 그가 기도를 했던 시간에 그의 어매도 기도를 했다는 것을” ---「그 어머니의 은방울꽃 사랑」중에서

왜 나는 조그만 일에만 분개하는가. 김수영 시인은 「어느 날 고궁을 나오면서」란 시에서 독재권력의 비리를 상징하는 ‘왕궁의 음탕’ 대신 설렁탕에 기름 덩어리만 나왔다고 분개하는 자신을 그렇게 반성했다. 정말이지, 요즘은 나도 사소한 것들에 분노하느라 날마다 새롭게 매스컴 화면과 지상을 가득 메우는 세상의 ‘큰일난’ 것들에 대해서는 오히려 무감하다. 아니, 무감하고 싶어 한다. 늑대가 온다고 거짓 신고를 거듭한 양치기 소년 때문에 양들을 구하러 가지 않은 마을 사람들처럼, 나도 세상의 온갖 거짓말에 면역이 생겨 실제로 위기 상황이 닥쳐도 실감을 잘 못하게 된 게 아닌가 싶다. ---「나는 왜 사소한 것에 분노하는가」중에서

황하는 물 10에 모래 6이라는 세상에서 가장 무거운 물이 되어 이 진섬협곡의 좁디좁은 물길을 견디며 흐르고 또 흐른다. 나처럼 협곡에 갇혔을 때 어둠 속에서 비르적거리며 생의 지리멸렬을 한탄하며 주저앉았다면 그 뒤에 올 장엄한 폭포의 영광을 결코 보지 못했으리라.
---「겨울 황하에 서서」중에서

나는 이 메시지를 읽으며 가슴이 서늘해졌어. 내 자식이 다 커버렸구나! 내 품안에 더 둘 수가 없는 거구나! 하지만 나는 예의 ‘엄마 잔소리’로 응대했지. “너무 일희일비하지는 말아……. 그러면 롱런하기 힘들어. ---「아프리카에 간 딸에게」중에서

망각이란 게 하고 싶다고 되는 게 아니란 걸 모르지 않았지만 잊고 싶어도 잊을 수 없음의 멍에가 얼마나 무거운 것인지 새삼 알아가는 요즈음이다. 어떤 상황이나 존재를 잊을 수 없다는 것은 그것을 정신적으로 떠날 수 없다는 얘기가 아니겠는가. 그것과의 심리적 분리가 이루어지지 않는다는 뜻도 될 것이다. 문득, 한동안 잊고 지낸 시 하나가 떠올랐다. “모든 이별을 앞지르라, 마치 그것이 방금 지나간 겨울처럼 이미 당신 뒤에 있기라도 한 듯이. 겨울 중에는 너무 끝없는 겨울도 있어 오직 겨울을 초월함으로써만 당신 가슴은 살아남을 수 있으리니.
---「아픈 봄날, 릴케의 속삭임」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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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천평 추천평 보이기/감추기

망각과 기억 사이에서 인간은 방황합니다. 어쩌면 망각과 기억은 우리 삶을 지탱해 주는 두 극점인지도 모르겠습니다. 잊어버려야 할 아픔과 상처들을 끝내 지니고 살아가는 사람들과 잊어버리지 말아야 할 과거와 기억을 애써 지우려는 세상을 향한 메시지가 여기에 있습니다. 망각의 어둠 속에서 빛을 잃을 뻔한 이야기들이 작가의 조근조근한 목소리로 다시 살아나 우리 곁으로 돌아옵니다. 어린 시절 선물로 받던 종합선물세트 같은 책입니다.
_ 성 베네딕도회 왜관 수도원 박현동 아빠스

인간의 가치란 그가 품고 있는 이상에 따라 결정된다. 구자명 작가의 글에는 강력한 ‘시선’이 있다. 그 시선은 눈이 되었다 귀가 되었다 입이 되었다가 가슴이 되기도 한다. 그 변화는 스스로 이 사회로부터 끌어당긴 힘에 의해 존재한다. 누군가가 말해야 하고 지적해야 하는 분명한 ‘소리’를 그는 글로 풀어낸다. _ 시인 신달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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