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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흙 얼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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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품목정보
발행일 2011년 04월 28일
쪽수, 무게, 크기 104쪽 | 166g | 125*204*20mm
ISBN13 9788927802044
ISBN10 89278020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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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소개 (1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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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음

죽은 자의 육체가 누런 봉투처럼 납작해졌다
육체란 이처럼 자유로울 때가 있어야 하는 법
갑작스런 부음이 내 귀에 혓바닥을 날름거려
죽음과 삶의 경계를 불온하게 속삭인다
각을 뜬다는 말이 짐승에게만 해당되지는 않을 것이다
장의차는 사각형, 금방 죽은 자에게서 떼어낸 깁스한 다리이다
내 몸의 옹이는 모두 닫히지 않는 문짝에 모여 있다
마치 해빙을 되풀이하며 추운 밤과 햇빛의 성질을 모두 간직해야 하는 생선의 육질 같아 자꾸 가렵다
내가 토악질을 한 가로수에서도 가지 부러진 곳을 제쳐두고 많은 옹이가 눈에 뜨인다
다른 나무가 건드린 물집이다
창문을 지나가는 덩굴이 멈칫거리는 건 너무 많은 불빛과 마주쳤던 탓인가

--- p.19


다행이다

다행이지 않은가 모든 삶을 알지 못하는 것이,
시선이 닿지 못하는 첩첩 산 뒤가 후생인 것처럼,
의심투성이 고비 사막에서 티베트까지 울퉁불퉁한 비포장 길이 좌우로 나누는 것도 생이다
먼지로 상징되는 건 전생이고 신기루로 나타나는 건 후생,
다음 생이 후생이기 전, 이미 그 생들은 서로 어루만지고 위로하고 있다란 느낌은 길 없는 사막에선 흔하디흔하다
저 희박한 산소라면 내 몸의 일부는 아가미일 것이고
내 죄마저 헐떡거리는 날숨에 앞자리를 내준다
창탕 고원에 도착했을 때 목숨 같은 초록이 달려와서 펼쳐놓은 이끼류에 나도 엎어졌다

--- p.26


사막에 숨는다면

내 몸에 터 잡은 사막이 느껴지는데
어디건 맘껏 울음 터뜨릴 저수지라도 쌓아볼까
뱃속의 책을 다 끄집어내어 햇빛에 말릴까
나, 없어지면
모래구릉 하나 봉분처럼 솟거나
모래웅덩이 움푹 파일 텐데
필생의 소리 한 번 내고 부서지는 종(鐘)의 울음이 들렸다면
어느덧 나는 모래사막에 숨은 거라
나, 지금 바닥도 없고 위도 없는 중심을 이해하는 중이다
신기루에 경첩 달아 문 열고 싶은 거라
날 삼키고 지평선과 노을마저 합쳐질 때
사막은 제 몸의 물기 다 퍼내고
여윈 몸으로 묵언을 준비하는데
나, 견디지 못하고 철들면서부터 줄달음쳐버렸다.

--- p.20


진흙 얼굴

뎅그렇게 얼굴만 자꾸 진흙으로 빚어내는 조각가에겐 제 목을 잘라 얹어놓은 흰 접시가 있다 술과 고기는 창자를 지날 뿐 몸에는 여전히 부처가 있다라는 건 사막에서 떠도는 이야기이다 조각가의 목은 길어서 칼로 베기가 안성맞춤이지만 너무 자주 접시 위에 얹어졌다 전봇대가 직렬 연결에 열중한다면 조각가는 자신의 얼굴을 비춘 거울을 굽는 데 집중한다 앙다문 입 바로 안쪽의 동굴에 가득 찬 것이 모래라면, 뱉어낼 것이 아니라 모래로 쓰여지는 글자를 찾아야 한다 그러니까 내 얼굴도 흩어지는 모래를 감싸고 여민 흔하디흔한 비닐봉지인 셈이다 금방 터져 내용물이 흘러나올 것을 알고 있는 듯 울츰은 두 손을 끌어당겨 급한 것부터 가린다 피할 수 없는 운명이 새겨지는 점토판, 얼굴

--- p.23


얌드록초 호수

혹 산정에서 수면과 마주친다면 그건 호수의 눈동자이기 전에 먼저 눈물이다
내 하루도 물소리 탓하면서 쓸데없이 귀가 커졌다
수면에 물결이 되풀이로 껌벅거리는 거대한 눈꺼풀을 보았을 때, 호수가 바짝 말라버렸으면 하는 설렘은 또 무얼까
호수 바닥에 선인장 뿌리처럼 촘촘히 박힌 감전된 시신경의 다발이 궁금하다
한때 말라버린 호수와 입을 닫아버린 라마승은 오래 싸웠다고 들었다
얌드록초 호수를 따라간 게 아니라 호수가 나를 데불고 가는 넓이, 더 넓어질 수 있다는 몽리 면적, 푸른 전갈의 앞집게발만큼 달려왔다고 속삭이는 건 이미 호숫가에 제 무덤을 마련한 사람이다

--- p.7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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풍경의 안쪽에서 받아들이고 어루만지는 사태가 일어난다. 송재학의 시는 불을 간직한 얼음에서 풍경의 비밀을 통과해 이윽고 풍경의 내부로 진입해 있다. 나무와 물고기, 그리고 사막이 구성하고 있는 풍경은 시인의 ‘마음의 심전도’이거니와 대상과 소통하고 친화하려는 의도가 치열하고 섬세하고 단정하고 강인하다. 삶의 전 국면에 ‘느린 발자국’을 남기고 싶어 하는 시인의 내재율은 아직 다급하고 들끓을 때가 많지만, 나무와 꽃으로부터 눈(目)을 빌려오고, 입과 귀를 한없이 열어놓는 지경에 도달한 것을 보면, 시인은 지금 시의 새로운 영토를 개간해놓은 것이 분명하다. 전생과 후생을 넘나들고, 중앙아시아와 유럽의 내륙까지 어슬렁거리는 송재학의 시의 ‘빠른 느림’ 혹은 ‘느린 빠름’이 우리 현대시의 지층을 한 겹 새로 만들어내고 있다. 식물성을 지향하는 서정시에도 이렇게 거침없는 상상력과 활발한 묘사가 있는 것이다.
이문재(시인)
구름과 기와 그리고 여우비들이 반짝이는 여행길은 이 시집의 횡단면을 수놓고 있는데 거기에 깨금발이나 명자나무 같은 사물들의 빛도 함께 어른대고 술렁인다. 그러한 행로가 그만 휘어져서 어느덧 사람이 사는 듯 살지 않는 듯 적막한 시간의 퇴적층에 닿게 된다. 인생의 종단명이 그러하다는 것을 보여주려는 것일까? 그 의문의 주변을 맴도는 일은 달다. 이상하게 이 시집을 읽고 나서 사물들을 보면 몇몇은 눈동자가 생긴다.
장석남(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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