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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억의 공간

기억의 공간

: 문화적 기억의 형식과 변천

프리즘총서-006이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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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품목정보
발행일 2011년 04월 25일
쪽수, 무게, 크기 584쪽 | 738g | 153*224*35mm
ISBN13 9788976823601
ISBN10 89768236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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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소개 (3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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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이 지나간 것을 회상하듯 우리에게 보여 주면서, 그저 원상의 희미한 복제를 제시하는 반면, 문자는 미래를 향해 살아 있는 정신을 방사한다. 생명과 진리는 시각 매체에서는 사라져 버리지만, ‘약화된’ 재생산을 매개하는 것이 아니라 그 자체로 ‘재생산의 도구’가 되는 문자에는 보존되어 있다. 그러므로 문자는 비단 옛것을 유지할 뿐만 아니라 새로운 것을 발현하기도 하는 ‘기적 같은’ 능력을 지니고 있다. …… 셰익스피어에게도, 베이컨에게도 문자의 ‘생명력’은 상호작용의 과정에 있다. 즉, 그의 견해로는 보존된 사고는 필연적으로 새로워진 사고를 뜻한다. --- p. 261

문자의 역사를 전부 조망해 본다면 문자는 네 가지 중요한 단계를 거쳐 왔다. 물론 그 단계마다 나중 단계가 앞 단계를 완전히 몰아낸 것은 아니다. 먼저 상형문자 단계에서 자모문자 단계로 넘어왔다. 그다음 단계는 흔적이라는 아날로그 문자 단계였으며, 이 단계에서 다시 한번 디지털 문자 단계로 이어졌다. …… 자모문자에서는 이미 상형문자에 비해 추상도가 급증하였다. 다시 말해, 기호의 수효를 놀랄 정도로 축소함으로써 이 매체로 모든 종류의 자연어를 재현할 수 있으며, 따라서 이전에 존재했던 문자와 언어의 관계를 극복하는 것이 가능하게 되었다. 디지털 문자는 이 추상화 과정을 한 번 더 상승시켰다. 디지털 문자는 구성 요소를 훨씬 더 축소하며 여러 유형의 매체를 코드화할 수 있다. 그러니까 자모문자가 범언어성을 띠고 있다고 한다면, 디지털 문자는 범매체성을 띠고 있다고 할 수 있다. 다시 말해, 디지털 문자는 동일한 코드 체계를 가지고 영상과 소리와 말과 문자를 기록할 수 있는 것이다. --- p. 285

정복, 손실, 망각을 통해 파괴된 연속성은 추후 다시 원상 복구될 수가 없다. 그러나 그것은 회상이라는 매체를 통해 연속성에 접목될 수 있다. …… 여기에 무엇인가 남아 있다. 그러나 이것은 무엇보다도 그 부재를 환기시켜 준다. 여기에 무엇인가가 현존한다. 그러나 그것은 우선 그것이 과거의 것에 불과하다는 것을 말해 준다. …… 오랜 시간 관심을 받지 못한 폐허 더미로 존재하고 동시에 초라하고 눈에 띄지도 않았던 폐허지와 유물들은 새로운 관심의 눈빛이 그것으로 집중될 경우, 어느 순간이든 다시 눈에 띄게 될 가능성을 갖게 된다. --- p. 426

과거를 기억하지 못하고 또한 그 기억 없음을 망각한 문화에서도 예술가들은 강력하게 기억의 문제를 다룬다. 따라서 그들은 상실된 기능을 심미적 시뮬레이션을 통해 보여 주고자 한다. 그래서 우리는 예술이란 문화가 더 이상 기억하지 못하는 것을 기억하게 하는 것이라고 말할 수 있을 것이다.
--- p. 5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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