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와 각료들은 단 하나의 목숨보다 수많은 다수의 목숨이 훨씬 소중하다는 믿음을 확고히 가지고 있습니다. 이 믿음은 우리를 연민이 없는 결정으로 이끄는 것이 아니라, 연민이 필요한 부분, 마땅히 발휘돼
야 하는 바로 그 부분에서 연민을 발휘하도록 해 줍니다.”
방청석 쪽으로 몸을 튼다.
“그 논리를 잠시 더 살펴보겠습니다. 고 잭슨 페이지 씨를 총으로 죽인 혐의로 기소됐던 마사 허니듀 양을 예로 들어 볼게요. 그녀가 사형을 당하면 하나의 목숨이 사라지는 것입니다. 그녀는 열여섯 살입니다. 따라서 수학적으로 말씀드리자면, 《성경》에 나오는 인간의 기대 수명, 즉 70세를 바탕으로 볼 때 54년의 손실이 발생하는 것입니다. 이번에는 그녀가 무죄로 밝혀지고 석방됐지만, 또 다른 살인행각을 저질렀다고 해 봅시다. 이미 서른여섯 살의 남성을 죽였다는 것을 잊어버리면 안 됩니다. 이것으로 이미 34년의 손실을 일으켰습니다. 그녀의 추가 범행으로 또 다른 30년, 40년, 심지어 50년의 손실이 발생할지도 모릅니다. 그로 인해 야기된 고통도 계산에 넣어야 합니다. 수치로 드러나지 않는 피해를 가족이 입게 됩니다. 아내, 어머니, 남편, 아버지, 조부모, 또한 아이들까지. 아이들까지 말씀입니다. 한 개인의 무분별한 행동으로 고아가 되고, 가난하고 불행한 삶 속으로 던져지는 것입니다.”
(중략)
“여러분께서는 사람들에게 호랑이가 이빨은 있지만 아마 물지는 않을 거라 말하며 호랑이를 동물원에서 풀어 주시겠습니까? 그러고 나서 그 호랑이가 여러분의 가족이 다니는 바로 그 거리를 돌아다니도록
하시겠습니까? 독거미를 사육장에서 풀어 주시겠습니까? 물리면 치명상을 입는다는 것을 알면서도 물지 않을 거라고 믿으면서요? 그 독거미가 여러분과 여러분 자녀의 몸으로 기어 올라오는데도요? 아닐 겁니다,
여러분은 그렇게 하지 않으실 겁니다.”
---「데이 2」중에서
더는 당신들을 위한 동물원 속 구경거리가 되지 않겠어. 이제 내 마음대로 한다.
침대 끝에 올라서서 카메라를 똑바로 바라본다.
“악한들이 어리석은 이를 속이려 네가 말한 진실을 곡해하는 것을 들어도 견딜 수 있다면.”
시를 인용한다.
“삶을 바친 것들이 무너지는 것을 보더라도 허리를 숙여 낡은 연장을 들고 다시 쌓아 올릴 수 있다면.”
집중하자, 스스로를 가다듬는다. 힘을 내. 계속해. 떠올려 내, 키플링이야, 알잖아. 외운 적 있어.
“많은 사람과 이야기를 나누면서도 네 미덕을 지킬 수 있다면,
왕과 함께 걸어도 친근한 모습을 잃지 않을 수 있다면,
적이든 사랑하는 친구든 너를 해치지 못하게 할 수 있다면,
모든 이들이 의지하는 존재이되 그들이 의존적이 되지 않도록 할 수 있다면,
자비를 모르는 일 분을 육십 초의 달리기로 채워 나갈 수 있다면,
세상과 세상 모든 것이 네 것이며,
무엇보다 너는 어엿한 한 사람이 되리라, 내 아들아!”
손이 욱신거린다. 이제 하고 싶은 말은 하나뿐이다. 지금껏 그들의 광대로, 꼭두각시로 놀아났지만 이제는 아니다.
“마사, 사랑해.”
---「데이 6」중에서
나는 손에 맥주를 든 젊은 사람들 사이를 밀치며 나아간다.
“나오기만 해 봐, 우리가 죽여 버리자.”
그중 한 명이 말한다.
“그래, 눈에는 눈이지. 그 자식 머리를 쏘는 거야.”
“씨발, 장난하나. 이 나라는 망할 동조자들이 너무 많은 게 문제야. 권력은 자고로 국민들한테 있어야지. 살인자를 죽여라!”
이들이 외치고 또 외친다. 거리가 떠나갈 듯 쩌렁쩌렁하다. 내 귀에 쟁쟁하게 울린다.
이들에게서 벗어나 길을 건너, 훨씬 안전할 것 같은 어느 가족 근처를 걷기 시작한다. 어머니와 아들 둘이다.
“너희들, 우리가 왜 가는 건지 알지?”
어머니의 목소리가 들린다. 아이들이 그녀를 쳐다본다.
“《성경》을 보면 하느님이 ‘눈에는 눈, 이에는 이’를 행하라고 하셨어요. 그런데 이 성스러운 구절을 의심하고 하느님의 말씀을 어기는 결정을 내린 사람들이 있어요…….”
뭐라는 거야?
“하느님은 그가 죽는 걸 바라세요. 우리는 하느님의 뜻이 실현되는 걸 봐야 해요.”
그냥 이 가족한테서 떨어져, 스스로에게 말한다. 사람들 사이를 비집고 밀며 최대한 앞으로 나아간다. 희망하고, 또 희망하며 나아간다. 이 중 누군가는 공정하고 평등한 정의를 믿는 사람이기를, 이왕 신을 믿는다면 사랑하고 이해하며 용서하는 신을 믿는 사람이기를, 신문이 쏟아 내는 쓰레기 같은 말을 한 점 의문 없이 믿지 않는 사람이기를, 남들 따라 맹목적으로 좇지 않는 사람이기를, 그 대신 충분히 생각한 끝에 스스로 판단을 내리고 자신의 의견을 갖고 있는 사람이기를.
---「데이 7」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