Jill Alexander Essbaum 시인이자 소설가인 질 알렉산더 에스바움은 1971년 미국 텍사스주 베이시티에서 태어났다. 『천국』(2000), 『매춘부』(2007), 『네크로폴리스』(2008), 『파괴』(2009) 등의 시집을 출간하면서 줄곧 시인으로 활동했다. 그녀의 시는 어둡고 에로틱한 이미지와 언어유희가 특징인데 이러한 특징은 첫 소설 『하우스프라우』(2015)에도 잘 드러나 있다. 『하우스프라우』의 제목은 독일어로 [가정주부] 혹은 [기혼 여성]을 의미한다. 이 책의 주인공은 스위스에 사는 미국인 여자다. 이는 정신분석학을 연구하는 남편과 함께 스위스에서 잠시 거주했던 작가의 경험에서 비롯되었다. 작가는 지극히 수동적이고 우울하지만, 한편으로는 매력적인 주인공 안나를 창조해 냈다. 그녀가 받는 독일어 수업과 정신분석 상담, 그리고 불륜이 교차되며 이야기가 진행된다. 절묘하게 선택한 영어와 독일어 단어들이 곳곳에서 그 효과를 극대화한다. 이 소설은 파격적인 성행위 묘사로 출간 즉시 화제가 되었지만 단순히 불륜이라는 소재와 선정성 때문만은 아니었고, 섬세한 내면 묘사가 뒷받침되었기에 전 세계 언론의 호평을 받았다. 주인공의 이름과 소재의 유사성으로 [현대판 안나 카레니나]라는 평가를 받기도 했으며 15개국에서 번역 출간되었다. 질 알렉산더 에스바움은 한 작가의 데뷔작에 수여하는 베이크리스상을 수상한 바 있으며 미국 국립예술기금의 펠로십에 두 차례 선정되었다. 캘리포니아 대학교에서 시 창작을 강의했으며, 현재 텍사스주 오스틴에 거주하며 작품 활동을 하고 있다.
질 알렉산더 에스바움(Jill Alexander Essbaum)
시인이자 소설가인 질 알렉산더 에스바움은 1971년 미국 텍사스주 베이시티에서 태어났다. 『천국』(2000), 『매춘부』(2007), 『네크로폴리스』(2008), 『파괴』(2009) 등의 시집을 출간하면서 줄곧 시인으로 활동했다. 그녀의 시는 어둡고 에로틱한 이미지와 언어유희가 특징인데 이러한 특징은 첫 소설 『하우스프라우』(2015)에도 잘 드러나 있다. 『하우스프라우』의 제목은 독일어로 [가정주부] 혹은 [기혼 여성]을 의미한다. 이 책의 주인공은 스위스에 사는 미국인 여자다. 이는 정신분석학을 연구하는 남편과 함께 스위스에서 잠시 거주했던 작가의 경험에서 비롯되었다. 작가는 지극히 수동적이고 우울하지만, 한편으로는 매력적인 주인공 안나를 창조해 냈다. 그녀가 받는 독일어 수업과 정신분석 상담, 그리고 불륜이 교차되며 이야기가 진행된다. 절묘하게 선택한 영어와 독일어 단어들이 곳곳에서 그 효과를 극대화한다. 이 소설은 파격적인 성행위 묘사로 출간 즉시 화제가 되었지만 단순히 불륜이라는 소재와 선정성 때문만은 아니었고, 섬세한 내면 묘사가 뒷받침되었기에 전 세계 언론의 호평을 받았다. 주인공의 이름과 소재의 유사성으로 [현대판 안나 카레니나]라는 평가를 받기도 했으며 15개국에서 번역 출간되었다. 질 알렉산더 에스바움은 한 작가의 데뷔작에 수여하는 베이크리스상을 수상한 바 있으며 미국 국립예술기금의 펠로십에 두 차례 선정되었다. 캘리포니아 대학교에서 시 창작을 강의했으며, 현재 텍사스주 오스틴에 거주하며 작품 활동을 하고 있다.
안나의 수동성은 이점이 있었다. 그건 유용했다. 로젠베크의 집 안에 상대적인 평화를 주었다. 자기 대신 브루노가 결정을 내리게 놓아둠으로써, 자신은 책임을 면할 수 있었다. 그녀는 생각할 필요가 없었다. 그저 따르기만 했다. 다른 사람이 모는 버스를 탔다. 그리고 브루노는 그 버스를 운전하는 걸 좋아했다. 명령 또 명령. 규율 또 규율. 바람이 불면, 쓸려간다. 그건 안나의 자연적 성향이었다. 그리고 테니스를 치거나 폭스트롯을 추듯이, 혹은 외국어를 말하듯이 연습을 하면 훨씬 쉬워졌다. --- p.33
안나는 섹스를 좋아하면서도 좋아하지 않았다. 필요하면서도 필요하지 않았다. 섹스와 그녀의 관계는 그녀의 수동성과 다른 데로 관심을 돌리고 싶다는 난공불락의 욕망에서 우러난 난해한 동반자 관계였다. 그리고 원해진다는 것에 대한 욕망. 그녀는 누군가에게 원해지고 싶었다. --- p.62
안나는 열차를 타고 가는 내내 자아를 찾았다가, 자아로 부글거렸다가, 침묵에 빠져드는 주기를 반복했다. 그 은유가 똑똑히 들어와 박혔다. 승객passenger. 수동적passive. 나는 내 삶을 직접 이끄는 기술자가 아니지. 선로 위에서든 아니든. 나는 그렇게 훈련받았어. 안나는 이 적절하기 그지없는 언어유희에 미소를 띨 수밖에 없었다. --- p.92
안나는 반항했다. 「안 돼요, 카를, 안 돼요.」 카를은 안나의 귀에 [돼요]라고 작게 소곤거렸다. [돼요]만으로 충분했다. 안나의 수동적 자아가 굴복했다. 나는 이 남자가 섹스하게 놔두겠지. 도둑에게 벌린 지갑을 건네는 것이나 마찬가지였다. --- p.140~141
안나는 다음 며칠 동안은 수업이 끝나면 집으로 곧장 돌아와야겠다고 마음속으로 다짐하며 아기용 울타리 속으로 손을 뻗어 딸을 안아 올렸다. 폴리 진은 울기 시작했다. 「쉿.」 안나는 말했다. 「나는 안을 사람이 필요해.」 그녀는 흔들의자에 앉아 작은 강보에 싼 폴리를 가슴에 꼭 끌어안았다. 피로와 동정, 어쩌면 권태, 그리고 이 세 가지 모두 때문에 그녀도 울음을 터뜨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