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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간의 목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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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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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행일 2011년 05월 30일
쪽수, 무게, 크기 156쪽 | 198g | 128*208*20mm
ISBN13 9788960211582
ISBN10 896021158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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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보라를 뚫고/여섯 량의 갈기 푸른 말이 달리”면서 이선식의 “삶은 한 발짝씩 죽음 쪽으로” 진화해 왔다. 어느 날 문득 도시 한쪽에 던져진 찢어지고 해체된 자아는 ‘주체’의 꿈에 대한 간절한 갈망과 불가역적 동화의 고투를 남겨놓고 자신의 언어와 삶의 형식을 견디고 있다. 이것이 첫 시집이 보여주는 이선식의 현재적 극지(極地)이다. 하지만 평화로움에 눌려 있는 용수철처럼 더없이 만족스런 일상의 중심으로 솟구치는 것은 사실이 아니다. 어떻게 “적막뿐인 방에서 혼자 슬픔을 견뎠을까?” 빛이 선물한 저 한낮의 개안(開眼)도 언어의 도착도 모두 그림자의 가없는 유희. 나는 시인의 「세상의 징검다리를 건너는 사람들」을 읽으며 위안을 받는다. “햇살이 정수리를 간질여오는 가을날 오후/역삼역 사거리께 언덕배기 길을/옷자락을 줄줄이 잡고 장님 넷이서/서투른 듯 능숙한 솜씨로 허공을 가르듯 걸어간다.” 웃음을 참으며 세상을 건너는 숙업의 바람 속에서 우리는 청맹과니로 휘휘 건너간다. 이번에 오는 봄은 어떨까. 바람 부는 서울의 벼랑, 시인 장님들의 눈 밝은 거리를 예견하지만 부서진 자아의 꿈은 어디 있는지. 지극하기만 하다.
고형렬(시인)
이선식 시인에 대한 초식은 사랑채와 별채 사이에 뜰이 있고 그 뜰에 가지런히 박힌 박석을 초가을 오후에 가만히 바라보는 일이었다. 정갈한 시인을 만나기 힘든 시대이기에 흔치않은 그 심심함을 내심 기대했었다. 그런데 시를 처음 접하면서는 초식에 대한 배반감 같은 것을 느꼈다. 시를 읽는 동안 그의 입속에 있는 말들이 얼마나 오래 입속에 머물렀다 밖으로 나왔는지 그 단내는 내 이를 불편하게 했다. 그러나 결국 ‘화경은 초식을 넘지 못한다’라는 말이 들어맞았다. “매봉역에서 양재역을 지나 강남역까지 목적 없이 걸었다/시계를 빠져나온 시계바늘처럼/그 거리를 시간으로 환산하는 디바이더/두 다리가 시계바늘처럼 째깍째깍 걸어간다”(「시간의 목축」)와 같은 시들을 접하면서 비틀거나 숨기지 않고 사용되는 은유들이 만들어내는 넒은 정갈함이 그것이었다. 느낌은 스미는 것이고, 시도 그런 것이겠지만, 시를 쓴다는 것에 뭔가를 넓혀주는 역할도 있다면 이선식은 정갈함을 한층 넓히는 시인이다.
장대송(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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