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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 외교관 부인이 만난 명성황후·영국 선원 앨런의 청일전쟁 비망록

미 외교관 부인이 만난 명성황후·영국 선원 앨런의 청일전쟁 비망록

[ 양장 ] 그들이 본 우리 Korea Heritage Books-020이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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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품목정보
발행일 2011년 06월 03일
쪽수, 무게, 크기 234쪽 | 401g | 153*224*20mm
ISBN13 9788952215802
ISBN10 895221580X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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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소개 관련자료 보이기/감추기

저자 : 메리 비올라 팅글리 로렌스 Mary Viola Tingley Lawrence
미국 상원의원 제임스 헨리 로렌스의 부인으로 캘리포니아 주의 「새크라멘토 유니언(Sacramento Union)」 「오버랜드 먼슬리(Overland Monthly)」 등에서 칼럼니스트로 일했다. 캘리포니아 출신 여성 인사들의 전기물 출판에 깊숙이 관여하였고, 캘리포니아 문인들의 시선집인 『아웃크로핑(Outcropping)』(1865)을 편집, 출간하였다.
저자 : 제임스 앨런 James Allan
영국 랭커셔 출신의 모험가로, 책에 소개된 내용 이외에는 알려진 바가 없다. 랭커셔에서 상인의 아들로 태어나 당시 8만 파운드에 달하는 유산을 물려받았으나 유럽의 도박장에서 재산을 탕진한 뒤 선원이 되었다. 무역선의 선원으로 전 세계를 돌아다니던 그는 1895년 청일전쟁을 눈으로 직접 목격하고 돌아와 그 체험을 책으로 썼다. 이 책에 남긴 포트 아서(뤼순항) 학살에 대한 그의 기록은 중요한 역사적 가치를 지닌 것으로 평가받는다.
역자 : 손나경
경북대학교 영어영문학과에서 박사학위를 받고, 영국 버밍엄 대학교 영어영문학과(번역학 전공)에서 석사과정을 마쳤다. 대구한의대 객원교수를 역임하였고, 현재 대구 계명대학교 교양교육대학 초빙전임교수로 재직 중이다.
역자 : 김대륜
서울대학교 서양사학과를 졸업하고 영국 옥스퍼드 대학교에서 근대사를 주제로 박사학위를 받았다. 육군사관학교 및 한국외국어대학교 강사를 거쳐 한국과학기술원(KAIST) 인문사회과학부 초빙교수를 역임하였다. 주요 연구 분야는 영국사이고, 논문으로 「전후 영국 노동당 정부의 경제정책 1945~1951」이 있으며, 이매뉴얼 월러스틴의 『근대세계체제 1』을 공역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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왕은 왕족의 색깔인 붉은색 비단으로 만든, 두루마기라는 값비싼 코트를 입고 있었다. 왕후마마는 길게 굽이치는 푸른색 비단치마와 정교하게 수놓인 재킷인 노란 비단 저고리를 입고 호박과 진주로 만든 단추로 앞을 여몄다. 그녀의 갈까마귀 같은 검은 머리카락은 눈길을 끄는 얼굴로부터 반듯하게 뒤로 넘겨져 목 뒤쪽에 바퀴모양으로 단단히 감겨 있었다. 이 바퀴모양의 머리는 정교한 금세사가 입혀진 보석으로 장식되어 있었다. 놀랍다고 할 수는 없지만 동양적인 매력이 물씬 풍기는 복장은 전체적으로 조화로웠으며 완벽한 취향을 보여주는 것이었다. 왕족의 신분을 표시하는 우아한 보석으로 치장한 장식물이 그녀의 잘생긴 머리 위에 얹혀 있었다. 그녀의 옆구리에는 길고 화려한 금술이 달리고 금세공이 된 보석으로 만든 장신구가 여러 개 매달려 있었다.--- p.47

이 즐거워하는 손님에게 이곳저곳의 독특한 유흥거리가 안내되었다. 탑에 앉아 있는 악공들에게서는 음악이 흘러나왔다. 호숫가 한쪽에서는 커다란 연꽃 봉오리가 벌어지더니 벌거벗은 아이가 나타났고, 뒤이어 그 아이는 기다리고 있던 엄마의 벌린 팔 안으로 넘겨졌다. 호수에 떠 있는 돛단배에는 갑판 위에서 춤을 추고 있는 꽃 같은 소녀들을 가득 태우고 있었는데, 그들은 율동과 아름다운 자태로 역사적인 이야기를 표현하고 있었다. 그리고 상상력을 선명하게 자극하여 통역관 없이도 다 알아들을 수 있는 여러 편의 훌륭한 단막극도 상연되었다. 웃기게 생긴 키 작은 곡예사들은 물구나무를 서거나 나뭇가지에 매달리기도 했다. 막간에는 호수 한가운데에 있는 섬의 등나무 차양 아래에 설치된 다실에서 동양식 음료수가 제공되었다. 그 호수에는 붉게 칠한 돌다리가 놓여 있었고, 물속에는 연꽃이 가득 피어 있었다. 낭만적인 장관과 휘황찬란한 아름다움을 갖춘 그날의 연회는 이 고요한 아침의 나라에서 배설된 어떤 연회도 따라올 수 없는 그런 것이었다.--- p.55

서거 후 이 위대한 극동의 왕후에게 ‘황후’라는 칭호가 수여되었다. 황후가 서거한 지 2년이 지났다. 하지만 국민은 그녀를 잊지 않았다. 안타깝게도 조선 국민들이 한국의 자주권이 짓밟히고 있으나 아무것도 할 수 없음을 무기력하게 깨달았을 그때, 왕후에게 지속적인 적대감을 품었던 사람들조차 그러한 재앙을 피하기 위해 너무나도 용감하게 투쟁했던 그 강한 성격의 왕후를 기억하며 추모하게 되었다. 그리고 지금 그 사람들은 국장(國葬)으로 왕후에게 감사를 표할 기회를 가지게 되었다. 장례식은 야심 많은 이웃 나라 일본에 불운하게 합병되고 있었던 한 나라가 애처롭게 보내는 감사 표시였다. 전 서울 시민들이 왕후를 추모했다. 조선인에게 있어서 그날은 참으로 슬픈 날이었다. 조국에게 왕후는 생명이자 정신이었기에 그들에게 그날은 사랑하는 조국을 장례 치르는 날이었다.--- p.93

물론 이 때문에 우리가 배들을 더 잘 식별할 수 있게 되었고, 존 차이나맨(John Chinaman: 중국인을 비하하는 표현)이 패하고 있다는 분명한 징후들을 보게 되었다. 우리가 상황을 파악하게 되면서 보니 일본군 전함들은 함께 모여 협력하면서 움직이고 있었는데, 적 주위를 돌면서 끊임없이 연속 포격을 퍼부으며 화력과 기동 속도에서 적을 능가하고 있었다. 중국의 몇몇 전함들은 무력해 보였고, 적처럼 협력하는 모습도 보여주지 못했다. --- p.139

한쪽은 커다란 나무 카운터로 나뉘어 있었고, 그 위에는 일정한 간격으로 칸막이가 있었는데, 테이블을 마주하고 사람들이 대화할 수 있도록 만들어놓은 것 같았다. 거기는 아마 은행이나 환전소였을 것이다. 내가 그곳을 묘사하는 것은 그곳 자체가 아니라 그 안에 있던 것들을 설명하기 위해서다. 바닥에는 그곳에 숨었다가 가차 없이 처형당한 도망자들의 시체가 남자, 여자, 아이 구별 없이 섞여 가득했다. 시체들의 목은 잘려 있었고, 카운터 위의 나무 칸막이에 길게 늘어선 창(槍) 끝에는 피투성이가 된 머리들이 꽂혀 있었다. 그 일그러진 얼굴들, 색깔 있는 등불의 희미한 빛 사이로 이를 드러내고 웃는 것 같은 납빛 얼굴들을 보고 충과 관리는 무서워 소리쳤다. 머리를 똑바로 세워놔서 그 끔찍한 표정이 유령이나 허깨비처럼 보여서 나도 피가 얼어붙는 것 같았다. 몇 개월쯤 된 아기가 그 작은 몸에 날카로운 쇳조각이 박힌 채 카운터 아래쪽에 꽂혀 있었다. 점점 진해지는 피와 절단된 시체들의 장기들이 2~3인치의 깊이로 바닥에 깔려 있었다. 몇몇 시체들은 머리뿐만 아니라 팔과 다리가 잘려 여기저기에 던져져 있었다. 이 공포의 방보다 산 사람의 눈에 더 끔찍하고 역겨운 장면은 없을 것이다.
--- pp.199~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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