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항상 생각했어. 내가 당신에게 해 준 게 도대체 뭘까. 난 어째서 당신에게 받기만 하는 걸까. 어째서 당신은 나한테 주기만 하는 걸까. 이기적인 날 봐. 해 줄 수 있는 기회가 많았는데 단 한 번도 집중해 본 적이 없었어. 아무리 나 자신을 정당화시켜 봐도 도무지 당신을 행복하게 해 준 게 없어. 그리고 오늘 또 당신이 준 걸 걷어차 버렸어. 잘 봐, 이게 당신이 사랑한다는 이기적인 여자의 모습이야. 난 당신 앞에서 어떤 자격도 없어.”
소름끼칠 정도로 담담하게 흘러나온 말에 태준의 눈가에 경련이 일었다. 뺨에서 그의 손이 미끄러지듯 떨어졌다.
“도대체 또…… 왜 그러는 거야. 또 얼마나 아파야 그만두겠어. 다시 돌아가자는 거니? 겨우 힘겹게 여기까지 왔어. 그런데 또 돌아가자는 거야? 그러지 말자. 그러지 마, 영현아. 차영현!”
애처롭게 그가 부른다. 간절하게 자신을 부른다. 너무나 가슴이 아팠다. 이렇게 가슴이 아픈데 어째서 당신과 나는 이렇게도 힘이 든 걸까.
“난 당신에게 해 준 게 없어. 그 자체가 나한테는 스트레스야. 도저히 생각이 안 나. 내가 당신에게 사랑받을 자격이 있는 건지, 아무리 생각해 봐도 떠올릴 게 없어. 그게 얼마나 고통스러운 건지 당신이 알아?”
“필요 없어. 내가 필요 없다잖아. 너만 있으면 된다고 했잖아! 얼마나 더 말해야 믿어 주겠어. 더 이상 바랄 것도 없어. 떠나지만 않으면 돼. 내 옆에서 숨만 쉬어 주면 된다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