순간 남자의 어깨 근육이 움직이며 남자가 재현을 돌아봤다. 짧은 곱슬머리, 반듯한 이마 아래로 숱 많은 눈썹이 부드러운 쌍꺼풀 없이 큼직한 눈 위로 부드럽게 휘어져 있었다.
‘유진하….’ 재현의 머릿속으로 한 검사에게 받은 ‘일신회’ 두목, 유진하의 신상기록이 스쳐지나갔다.
“어쩔 생각이지?”
“정말…. 야나기와 닮았군.”
물살을 가르며 다가선 진하가 그의 눈썹을 부드럽게 쓰다듬자 재현은 그대로 굳어 버렸다. 지나치게 가까이 다가선 진하의 입김이 재현의 입술에 닿아 온몸에 소름이 돋았다.
“비켜.”
재현의 가라앉은 목소리에 한숨을 내뱉으며 진하가 물러나 앉자 욕실로 잔잔한 음악소리가 들려왔다. 파란색 유리문이 열리며 검정색 목욕가운을 걸친 민주가 들어섰다.
‘뭐하자는 거야.’
아무렇지도 않게 가운을 푸르고 알몸으로 욕조에 들어서는 민주의 모습에 재현이 고개를 돌리며 얼굴을 붉혔다. 호리호리하게 단단한 근육을 감싸고 붉은 새가 등에서 어깨를 향해 날개를 편 채 탄탄한 엉덩이 아래 허벅지까지 꼬리깃을 내리고 있었다. 일본이 아닌 한국에서 그것도 여자의 등에 새겨진 문신은 재현의 고개를 돌릴 만큼 혐오감을 불러 일으켰다. 게다가 붉은 새라니, 불길하기 짝이 없었다.
“당신…. 누구야?”
“강민주. 하일그룹 강재영의 외동딸.”
눈을 감아버린 재현은 그녀의 이름을 되뇌며 한 검사에게 받아들었던 서류들을 기억하려고 노력했으나 그녀에 관한 기록은 생각나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