클래식 음악은 리듬이 없어서 지루하다고 말하는 사람이 종종 있다. 이 말의 의미는 분명 이런 것이리라. “클래식 음악에는 록이나 팝, 재즈에서 강조하는 비트가 그리 강조되지 않아서 듣다 보면 몸이 굳어지면서 점점 졸음이 몰려온다.” 클래식 음악에는 밴드의 드럼과 같은 존재가 없어서 4박자 중 두 박자째와 네 박자째에 강조되는 비트가 명확하지 않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비트가 없다고 단언할 수 있느냐 하면 그게 또 그렇지가 않다. 연주하면서 그리 강조하지 않을 뿐이다. ---p. 41중에서
스테이지 매니저는 연주회 당일, 대체로 공연 시작 6시간 전에 연주회장에 도착한다. 밤에 열리는 수아레 콘서트나, 낮에 열리는 마티네 콘서트도 이 스케줄은 변함이 없다. 오케스트라 단원과 지휘자가 함께 본공연 직전에 하는 총연습은 적어도 공연 4시간 전에는 시작된다. 이 총연습은 두 시간 동안 진행된다(1분도 초과하지 않는다. 인스펙터라고 불리는 사람이 이 시간을 매우 엄격하게 체크하기 때문이다). 이후 식사 시간이 짧게 1시간 반에서 2시간은 필요하다. ---p. 48중에서
현대에도 피할 수 없는 비슷한 문제가 있다. 촛불만큼은 아니지만, 스테이지의 조명이나 객석의 열기로 악기의 음정이 변한다. (……) 그래서 처음에 튜닝을 해놓았다고 해서 그것이 마지막까지 같은 음정을 유지한다는 보장이 없다. 어쨌든 본격적으로 연주에 들어가기 전의 튜닝 작업은 연주자들에게도 확인 작업으로서 중요한 과정이며, 무엇보다 청중은 이 튜닝 순간을 즐길 수 있다. 이때의 혼돈된 울림이야말로 다른 음악회에는 없는, 오직 오케스트라 연주회에서만 볼 수 있는 독특한 순간이다. ---p. 61중에서
지휘자는 실로 신비한 존재로, 스테이지에 오른 인물 가운데 유일하게 음을 내지 않는 존재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사람의 리드로 모든 음악이 진행된다. 그리고 스테이지에서 유일하게 청중에게 등을 보이는(스테이지 뒤편에 객석이 있는 콘서트홀도 있으므로 모든 경우가 그런 것은 아니지만) 사람이기도 하다. 음악 공연에서든, 무용 공연에서든, 연극 공연에서든 청중에게 공연 처음부터 마지막까지 등을 보이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그런 인물이 무대의 모든 것을 이끄는 것이다. 신비롭다는 말 외에 어떤 표현이 가능하겠는가? ---p. 64중에서
제1바이올린, 제2바이올린, 비올라, 첼로, 더블베이스, 플루트, 오보에, 클라리넷, 파곳, 호른, 트럼펫, 트롬본, 팀파니 & 퍼커션, 하프 등. 그리고 여기에 튜바나 다른 특종 악기 등이 더해지는 경우도 있는데, 대체로 오케스트라 무대에 오르는 악기는 이와 같은 악기들이다. “어? 의외로 악기 수가 적네?”라고 생각할지, “와, 그렇게나 악기가 많아?”라고 생각할지는 사람에 따라 다르다. 그런데 온 세계에 존재하는 몇백, 몇천 가지의 악기 종류에 비하면, 이 정도의 악기를 가지고 그렇게 다양한 음악을 연주할 수 있다는 사실이 감탄스러울 정도로 그 악기 수와 종류는 적은 편이다. ---p. 75중에서
다른 연주자들이 모두 의자에 앉아서 연주할 때 타악기 연주자는 악기를 빈번하게 바꾸며 번갈아 연주하기 때문에 그의 분주한 모습을 보는 재미도 쏠쏠하다. 특히 팀파니 연주자의 움직임은 때로 지휘자보다 화려한 동작을 보여 오케스트라 전체를 장악하는 듯한 인상을 주기도 한다. ---p. 88중에서
그 결과, 연주 중에 힘이 넘쳐 바이올린 현이 끊어지는 경우도 있다(그리 흔한 일은 아니지만, 여러분이 그런 장면을 목격할 가능성은 분명 있다). 그럼 어떤 일이 벌어질까? 거기서 연주를 중단한다? 현을 교체한다? (……) 실제로 이러한 장면을 목격하게 되면 오히려 관객들이 동요하여 잠시 웅성웅성거릴 수도 있다. “어? 어떻게 해? 연주는 계속하는 거야? 중단되는 거야?” 이와 같은 해프닝은 오케스트라 연주회뿐 아니라 어떤 음악회나 무대 퍼포먼스에서든 일어날 수 있다. 어쩌면 이런 장면을 목격하게 되었다면 그 자체에 감사해야 할지도 모른다(평생 한 번 목격할까 말까 한 그런 일이므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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