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 정신이 구축한 최고의 창조물, 수학으로 세상을 상상하라!
이 책은 물리적 세계를 이해하려는 인류의 오랜 탐색을 다루고 있다. 이 책에서 특히 중심을 차지하고 있는 것은 제임스 클럭 맥스웰(James Clerk Maxwell)의 업적이다. 그의 전자기이론(전파의 존재를 예언한 이론)이 현대물리학의 패러다임을 만들어냈으니까 말이다. 그는 언어와 현실 사이의 애매한 관계를 의도적으로 끌어안은 최초의 물리학자였다. 매우 현실적인 의미에서 언어가 곧 현실임을 받아들인 최초의 물리학자였다는 뜻이다. 그는 수학이라는 언어의 구조에 숨은 물리적 구조가 반영되어 있는 듯 보인다는 사실을 증명했으며, 따라서 원자의 중심부, 전파, 블랙홀처럼 눈에 보이지 않는 영역(그는 ‘눈에 띄지 않게 숨어 있는 이 어둑한 구역에서 생각이 사실과 결합한다’고 표현했다)에서 우리가 물리적 현실을 직접적으로 인식하는 데 가장 가까이 다가갈 수 있는 방법은 그 현실을 수학적으로 상상하는 것이라는 사실을 보여주었다. ― 「프롤로그」 중에서
뉴턴은 어디에나 존재하지만 원리가 거의 알려져 있지 않은 이 힘의 효과를 정확히 묘사한 수학적 법칙, 즉 방정식을 만들어낼 수 있었다. 예를 들어, 허공을 향해 공을 특정한 속도로 던지려 할 때 우리는 뉴턴의 방정식에 의해 그 공이 어느 높이까지 올라갈지, 그 공이 땅으로 다시 떨어지는 데 시간이 얼마나 걸릴지 미리 알 수 있다. 하지만 뉴턴의 이론에서 무엇보다 놀라운 것은 현대 천문학의 기초가 된 훌륭하고 급진적인 가설을 증명하는 데 수학을 사용했다는 점이다. 여기서 급진적인 가설이란, 중력이 사람들의 생각처럼 지구에만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어디에나 존재하는 보편적인 힘이며, 태양의 중력이 행성들을 궤도에 붙들어두고 있다고 가정하면 고대인들이 풀지 못했던 수수께끼, 즉 하늘에서 행성들이 움직이는 이유를 설명할 수 있다는 가설을 말한다. ― 「2. 전자기의 놀라운 가능성」 중에서
맥스웰도 나중에 자기 제자들에게 말했지만, 물리학은 감정이나 영혼처럼 삶의 ‘상위’를 차지하는 측면들에 대해서는 결코 아무 것도 가르쳐주지 않는다. 물리학은 자연세계의 기본적인 구조, 즉 자연이 구성되어 있는 방식과 지금처럼 작동하는 이유를 다루는 학문이다. (예를 들어, 행성들이 움직이는 이유, 전자기 유도가 일어나는 경위와 이유 같은 것.) 물리학자들은 지구의 본질(지질학)이나 지구를 구성하는 요소(화학)처럼 전문화된 분야나 생명 그 자체(생물학)보다는 물질, 중력, 전자기 등 물리적 세계의 기본적인 구성요소들을 연구한다.
물리학은 ‘단순’하거나 ‘기본적인’ 학문으로 간주된다. 물리학의 연구주제인 물리적 현상만을 생각하면 그렇다는 말이다. 하지만 역시 맥스웰의 말처럼, 이 단순성이야말로 물리학이 지닌 예언력의 열쇠이다. 이 단순성 덕분에 “상위의 것들과 관련된 것들[학문들]보다 더 이해하기 쉽고 더 완벽히 표현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 ‘완벽한 표현’을 가능하게 해주는 언어는 당연히 수학이다. ― 「3. 단순성, 물리학이 지닌 예언력의 열쇠」 중에서
뉴턴의 이론은 거의 순전히 추측이었다. 뉴턴이 우주 어디서나 중력이 모든 물질의 속성이라는 혁명적인 예언을 했을 때에는 아직 달에 갔다 온 사람도 없고, 우주선도 발사된 적이 없었다. 그는 지구의 중력이 달까지 영향을 미쳐 달을 궤도에 붙들어둘 수 있을 만큼 강하고, 태양의 중력 또한 지구에 영향을 미칠 뿐만 아니라 지구를 비롯한 여러 행성들을 붙들어두고 있다는 추측도 내놓았다. 케플러, 디, 후크 등 여러 학자들도 모호하게나마 비슷한 생각을 했으나, 뉴턴이 자신의 추측을 제대로 된 이론으로 발전시킬 수 있었던 것은, 자신이 말한 ‘방사 에너지’ 즉 자신이 보편적인 힘이라고 가정한 중력을 정확히 정의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뉴턴의 제2법칙은 일반적인 힘을 정의한 법칙이지만, 뉴턴은 F=m×9.8이라는 공식이 적용되는 지구 표면 근처뿐만이 아니라 우주 어디서나 적용될 수 있는 ‘중력’의 구체적인 정의를 찾아 나섰다.
---「5. 뉴턴, 수학으로 세상을 상상하다」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