칠흑 같은 어둠에 무지는 앞을 분간할 수가 없어 손을 뻗어 더듬거리면서 사람들이 있는 정원으로 가려고 발을 내딛었다. 순간 그녀의 손끝에 단단한 무엇인가가 만져졌다. 혹시 벽인가 싶어 더듬어보았지만 이내 사람이라는 것을 알았다.

「누구…?」

미처 무지의 물음이 입밖으로 나오기도 전에 누군가의 따듯한 손길이 볼에 닿으며 이어 부드러운 입술이 그녀의 입술을 뒤덮었다. 불덩이같이 뜨거운 남자의 혀는 거침없이 무지의 혀를 빨아들였고 성에 차지 않은 듯 입안을 휘저어 놓았다.

이윽고 허우적대는 무지를 남겨두고 남자는 떨어져나갔고 잠시 후, 기가 막힌 타이밍으로 불이 들어왔다. 하지만 응접실에는 그녀 혼자만이 멍청히 서 있을 뿐이었다.

「이게 지금 무슨…?」

무지는 화끈거리는 양 볼을 두 손바닥으로 감싸 쥐고 두 눈을 질끈 감았다. 누가 감히 이런 짓을 그녀에게 했단 말인가? 오늘 파티에 참석한 사람들 모두가 의심되기 시작했다.

이제 와서 밝히는 ‘왕자님의 시녀’ 비하인드스토리!<br/>처음 시놉시스를 잡아 놓았을 때, 지금과는 전혀 다른 이야기였답니다. <br/>왜냐하면 여주인공이 전혀 다른 인물이었거든요. 연재했던 다이어트 사랑법을 보신 분들은 아시겠지만, 그 소설의 여주인공 최달화가 사실은 왕자님 정지성의 진짜상대였답니다.<br/>그런데, 작년 10월 연재에 들어가면서 프롤로그를 쓸 때 전혀 다른 여주인공이 튀어나온 겁니다. 나무지라는 당차고 똑똑하며, 평범한 외모의 여고생에게 진짜 여주인공 최달화는 밀려나가고 결국 정지성은 단무지의 차지가 되고 말았죠. 물론 처음 잡아놓았던 시놉시스는 휴지통으로 직행해 버렸고요. <br/>그렇게 정지성과 나무지라는 커플의 사랑이야기가 갑자기 탄생하게 되었던 겁니다.<br/>덕분에 최달화의 상대로 급조된 남주인공 강사빈에 의해 다이어트 사랑법이 탄생하게 되었지만요. <br/>사실, 향기시리즈 개작을 결심하면서 가장 걱정되었던 주인공들이 바로 정지성과 나무지였습니다. <br/>연재 당시 작가를 마음대로 휘두르면서 정신없이 끌려 다니게 만들었던 두 사람은 저의 걱정대로 개작을 하는 지난 몇 달 동안 무던히도 속을 썩였습니다. <br/>다만, 미처 예상 못했던 것은 여주인공 나무지보다 남주인공 정지성이 저를 더 많이 힘들게 만들 거라는 사실이었죠. 향기시리즈 중 가장 철이 없는 못 말리는 남주인공이었습니다.<br/>하지만! 결국 승자는 저였습니다. 개작을 무사히 완결지었으니까요. <br/>이제 제가 가장 사랑하면서 또한 제게 많은 원망을 받았던 나무지와 정지성의 이야기 〈왕자님의 시녀〉를 독자여러분들에게 선을 보이며, 두 사람의 이야기가 모든 분들에게 밝은 웃음을 드릴 수 있기를 바랍니다.<br/>그리고 마지막으로 힘들었던 시간들을 뒤에서 지켜봐 주셨던 모니터 시삽 로설사랑님과, 부시삽 스카이님께 저의 고마움을 전합니다.<br/><br/>2003년 가을 백설모 올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