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 막 고등학교에 입학한 승원은 골목길에서 종종 보곤 하던 군수집 딸 초영에게 마음을 빼앗긴다. 그녀의 마음을 그에게로 쏠리게 하고 싶지만 방법은 오리무중. 시와 소설을 쓰며 그녀와 함께하고 싶었던 승원이지만 초영의 오빠 이주성도, 친구인 문영철도 그에게 그 꿈을 포기하라고 말한다. 승원의 감각이 예민하지 않고 작가적 자질도 타고나지 못했다는 것이다. 하지만 그의 어머니는 그가 힘들어할 때마다 크고 탐스러운 유자를 보았던 태몽을 이야기하며 그를 격려한다. 승원은 교련시간을 피하기 위해 든 악대부에서 클라리넷을 불게 된다. 그런 승원을 못마땅해하는 엄한 아버지와 보듬어주는 자애로운 어머니. 점점 엇나가던 형은 아버지에 대한 불만과 동생에 대한 열등감으로 학교에 자퇴서를 내고 하사관학교에 들어가버린다.
한편 초영이 동생 주인을 통해 승원에게 책을 빌려주며 둘의 사이가 진전되기 시작한다. 하지만 그녀는 미래가 불투명해 보이는 그에게 실망하고 곧 연락을 끊는다. 이후 서라벌예대를 졸업하고, 군대를 갔다 와서 자신만 바라보는 한 여자와 결혼도 하게 된 승원은 국민학교 교사가 되어 평범한 나날들을 보낸다. 그해 늦은 여름의 어느 날 초영의 동생인 주인이 찾아와 초영의 소식을 전하고, 그는 문득 삭발을 하고 한 자 한 자 써내려간다. 마침내 승원은 단편소설 「목선」으로 신춘문예에 당선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