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네 생각이야 알지만, 그건 틀린 생각이야. 우리는 인류를 위해 돌아가야만 한다네.” 블레이크는 부드럽게 웃었다. “우리는 그들에게 아주 많은 은혜를 베풀 수 있어. 우리 손으로 그들의 과학을 바꿔놓아야지. 인류의 모습 자체도 우리 손에 의해 바뀔 거야. 우리는 테라를 강한 국가로 새롭게 벼려낼 걸세. 행성 삼두정은 새로운 테라 앞에서, 우리가 건설할 테라 앞에서 무력하기만 할 테지. 우리 세 사람이 종족 전체를 개조해서, 은하계 전역을 다스리는 강대한 종족으로 일어나게 만드는 걸세. 인류는 우리가 마음대로 빚어낼 수 있는 질료일 뿐이니까. 청색과 백색의 깃발이 모든 곳에서 펄럭이게 될 테지. 하찮은 바윗덩이 몇 개가 아니라, 은하계의 모든 행성에서 말이야. 우리는 테라를 강성하게 만들 걸세, 엘러. 테라가 모두를 지배하게 될 거야.”
---「무한자」중에서
사방에서 들려오는 갉작이는 소리가 신경에 거슬렸고, 이유 모를 초조함을 불러일으켰다. 그는 책을 내려놓고 이리저리 걸어 다니기 시작했다. 거대하기는 하지만 고작해야 곤충인데, 저런 것들이 인류를 멸종시킬 수 있단 말인가? 분명 인간이라면 싸울 방법을 찾아낼 것이다. 덫을 놓거나 살충제를 뿌릴 수 있을 것이다.
금속 부스러기 하나가 그의 소맷단에 떨어졌다. 그는 부스러기를 털어냈다. 두 번째 부스러기가 떨어졌고, 이어서 작은 조각이 떨어져 내렸다. 그는 벌떡 일어나며 고개를 들었다.
머리 위 천장에 동그라미가 생겨나고 있었다. 그 오른쪽으로 두 번째 동그라미가, 이어 세 번째 동그라미가 모습을 드러냈다. 사방에, 구체의 모든 벽과 천장에, 원이 만들어지고 있었다.
---「참견꾼」중에서
계획이 문제가 아니었다. 이 상황이 역사의 일부가 된 것은 아닐까?
처음으로 자신들이 저지른 일의 심각성이 그의 마음속을 파고들기 시작했다. 그들의 목표는 스코너먼의 논문을 손에 넣어서 USIC가 인공두뇌를 만들 수 있도록 하는 것이었다. 적절하게 이용하기만 하면, 스코너먼의 발견은 쑥대밭이 되어버린 테라를 재건하는 일에 큰 도움이 될 수 있을 것이다. 작업용 로봇이 떼 지어 몰려다니며 재생과 재건 작업을 수행할 것이다. 기계의 군대가 테라를 다시 생명이 넘치는 땅으로 만들 것이다. 로봇은 인간이 오랜 세월을 노력해야 하는 일을 순식간에 수행할 수 있다. 테라는 다시 태어날 것이다.
그러나 과거로 돌아가서 새로운 요소를 대입해버리면 어떻게 될까? 새로운 과거가 태어난 것일까? 균형이 무너진 것은 아닐까?
---「존의 세계」중에서
시위는 절정에 이르러 있었다. 남자와 여자와 오후 수업을 결석한 학생 들이 격렬하게 흥분한 얼굴로, 일부는 푯말을 들고, 일부는 투박한 무기를 들고 군복을 한두 조각 걸친 채로 행진하고 있었다. 보도로 구경하러 나온 사람들이 계속 합류해서 행렬은 갈수록 커져만 갔다. 푸른 옷을 입은 경관들이 육상 교통을 통제했다. 무심하게 시위 행렬을 지켜보며, 시위를 막아서는 사람이 등장하기만을 기다리고 있는 모습이었다. 물론 그런 사람은 없었다. 그 정도로 멍청한 사람이 있을 리가 없었다.
“정부에서 왜 저걸 막지 않는 거지?” 르마가 물었다. “무장병력 일개 분대만 투입해도 이런 일은 완벽하게 막아낼 수 있을 텐데.”
그의 옆에서 존 V-스티븐스가 차갑게 웃음을 터트렸다. “그 정부에서 이 시위의 자금줄을 대고, 조직해주고, 영상 네트워크에 자유 발언할 시간을 주고, 심지어 불평하는 사람들을 두드려 패기까지 하는 거라네. 저기 서 있는 경찰들 좀 보게. 때릴 사람이 등장하기만을 기다리고 있지 않은가.” ---「참전 용사」중에서
“잘 들으시오, 슬레이드. 우리는 당신을 도울 수 있소. 하지만 우선 당신 쪽에서 노력을 보여야 하오. 창조적인 사람이 아닌 이상, 당신이 생각할 수 있는 최상이자 우리가 도움을 줄 수 있는 일은, 창조적인 사람에게 영감을 제공하는 것이오. 무슨 말인지 알겠소?”
슬레이드는 잠시 머뭇거리다 말했다. “알 것 같습니다, 맨빌 씨. 알겠어요.”
“좋소.” 맨빌은 고개를 끄덕이며 대답했다. “그럼 이제 당신은 모차르트나 베토벤 같은 유명한 음악가나, 알베르트 아인슈타인 같은 과학자, 제이컵 엡스타인 경과 같은 조각가나…… 다른 수많은 작가, 음악가, 시인 들 중 하나에게 영감을 주는 역할을 맡는 거요.”
---「진흙발의 오르페우스」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