확장메뉴
주요메뉴


닫기
사이즈 비교
소득공제
삼악도

삼악도

: 김종일 장편소설

[ 양장 ]
리뷰 총점8.5 리뷰 12건 | 판매지수 12
정가
12,000
판매가
10,800 (10% 할인)

품목정보

품목정보
발행일 2011년 07월 01일
쪽수, 무게, 크기 420쪽 | 486g | 148*210*30mm
ISBN13 9788994210971
ISBN10 8994210970

책소개 책소개 보이기/감추기

목차 목차 보이기/감추기

제1장 아귀도
변명
궁지
계약
입구
폐교
개시
침입
시선
도살
환영
나락
본색

제2장 축생도
족쇄
영감
사자
절망
탈주
빙의

제3장 지옥도
근원
징후
태동
난산
고리

작가의 말

저자 소개 (1명)

줄거리 줄거리 보이기/감추기

장르 문학상을 수상한 후 잘 다니던 학원 강사도 그만두고 화려한 등단을 꿈꾸는 나, 오현정. 그러나 출간된 첫 책은 누구의 관심도 받지 못한 채 먼지만 쌓이고, 그마저도 간윤에서 청소년 유해도서라는 딱지가 붙으며 회생할 기회마저 잃는다. 월세 30만원조차 마련할 방도가 없어 대출 스팸 문자까지 매달릴 정도로 나락으로 떨어진 나. 그런 내게 구원처럼 한 통의 이메일이 온다. 충무로에서 주목받는 신인감독 박광도의 입봉작 각색을 맡아 달라는 영화사의 제안이었다. 영화사는 나름 몇 편의 유명한 공포영화를 제작한 믿을 만한 곳. 그러나 감독이 영 미덥지 않다. 하지만 어쩌랴, 돈 1000만 원에 영혼을 파는 심정으로 계약할 수밖에 없었다. 상황이 너무 절박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그건 노예 계약이나 다름 없었다. 감독은 나에게 삼악도라는 섬으로 들어가 함께 각색 작업을 하자고 요구해 왔다. 위약금을 물기 싫으면 그의 말을 따를 수밖에 없는 상황. 함께 따라나선 여자 스태프만을 믿고 삼악도로 향한다. 그러나 그것이 내 인생에 가장 큰 실수가 되리라고는 생각지 못했다

출판사 리뷰 출판사 리뷰 보이기/감추기

『몸』, 『손톱』으로 한국 공포 소설의 대표 주자로 자리매김한 김종일 작가의 신작 장편소설이 출간되었다. 생활고 때문에 돈에 팔리듯 영화 각색 작업에 참여하게 된 여류 소설가가 겪는 섬뜩한 사건을 담고 있다. 김종일 작가는 이전 작품들부터 디테일한 묘사와 흡인력 있는 전개로 독자들의 꾸준한 사랑을 받아온 작가이다. 2008년 『손톱』 이후, 3년만에 선보인 장편소설 『삼악도』는 스티븐 킹의 『미저리』를 연상케 하는 서스펜스를 갖추면서도 폐쇄된 섬마을을 배경으로 한국적 공포에 충실하다. 또한 예술 창작인들이 겪는 고통과 사회적 문제점들을 샅샅이 들춰내어 한국 사회의 척박한 현실을 꼬집는다. 김종일 작가는 최근 네이버 오늘의 문학을 통해 소개된 작품들이 15만 조회수가 넘으며 독자들의 큰 사랑을 받아왔고, 『몸』, 『손톱』, 미 출간작인 『악령』, 단편 「놋쇠황소」가 잇따라 영화 판권이 계약되며 충무로에서도 주목받고 있다.

자전적 이야기가 녹아든 진정한 공포

『삼악도』의 초반부, 주인공은 잘 나가던 학원 강사였지만 장르 문학상에서 수상을 하며 학원 강사일을 그만두고 화려한 등단을 꿈꾼다. 그러나 출간된 책은 초판조차 나가지 않은 채 먼지만 쌓인 데다가, 간행물윤리위원회로부터 '청소년 유해 간행물'이라는 딱지까지 붙는 바람에 서점 매대에서조차 자취를 감춘다. 김종일 작가 본인이 학원 강사였고, 대표적인 장르 문학상이던 제3회 황금 드래곤 문학상에서 대상을 수상했다는 점과 의욕적으로 도전했던 「한국 공포 문학 단편선」 1권이 '청소년 유해 간행물'로 지정되었던 점이 내용과 일치한다. 또한 소설 속 화자를 빌어 '이 바닥에선 소설을 써서 먹고살기란, 폐지를 모아 먹고사는 일만큼이나 녹록지 않은 일이다.', '까놓고 말해서 글을 쓰는 게 아니라 글을 싸는 거야, 싸지른 거', '조앤 K. 롤링ㆍ 톨킨ㆍ 스티븐 킹ㆍ 그 작가들이 한국서 태어났어 봐, 지금처럼 대문호가 됐을 거 같아ㆍ' 등의 얘기를 뱉어내며 한국 장르 문학의 암울한 현실을 토로한다. 결국 이런 비참한 현실 때문에 끔찍한 선택을 하고마는 주인공을 통해 한국에서 장르 문학, 그것도 공포 소설을 쓴다는 것이 얼마나 어렵고 또한 극한에 이르게 만드는지를 작가 자신의 경험을 살려 실감나게 묘사한다.

"이 바닥에서 소설을 써서 먹고살기란, 폐지를 모아 먹고사는 일만큼이나 녹록지 않은 일이었다. 신작을 냈다 하면 베스트셀러 반열에 오르고 인세가 통장으로 쏟아져 들어오는 유명 작가가 아닌 바에야 소설을 써서 남들처럼 먹고살려면 적어도 한 달에 장편 한 편을 가락국수 면발처럼 뽑아내야만 했다."

> 흔치 않은 한국의 공포 소설 시장에 선보인 역작

최근 몇 년 사이 장르문학에 대한 대중들의 관심이 부쩍 높아졌다. 그러나 추리, SF, 판타지 등에 비해 공포 소설은 아직까지 외면받고 있는 게 현실이다. 한해 출간 부수는 국내 장르문학에서 '공포 장르'가 갖는 위치를 가늠해 볼 수 있는데, 실제로 올해 상반기까지 국내에 출간된 장르문학을 보면 추리, 미스터리 소설은 100여 권, 판타지 소설은 무려 수백여 권, SF 소설은 30여 권인데 반해, 공포소설은 국내 작품과 외국 작품을 합쳐 10권, 그것도 시리즈나 복간 등을 제외하면 5종에 불과하다. 그러나 이 정도로 열악한 상황에서도 매드클럽을 중심으로 몇몇 작가들의 꾸준한 작품 발표는 한국 공포 문학에 밑거름이 되어왔다. 김종일 작가는 특유의 진득한 묘사와 뛰어난 흡인력으로 잘 다듬어진 이번 야심작으로 한국 공포 문학의 대중화라는 출사표를 던진다.

회원리뷰 (12건) 리뷰 총점8.5

혜택 및 유의사항?
삼악도 내용 평점4점   편집/디자인 평점4점 YES마니아 : 골드 스타블로거 : 골드스타 꿈*******자 | 2014.11.14 | 추천6 | 댓글8 리뷰제목
세상을 살다보면 내 의도와 상관없이 이런 저런 유혹에 시달린다. 처음엔 내 의도와 상관없을지 몰라도 만약 내가 어떤 절박한 상황에 처해있다면... 그 유혹에 냉정할 수 있을까? 빚에 쪼들리는 사람에게는 돈의 유혹이, 얼굴에 스트레스를 받는 사람에게는 위험한 성형의 유혹이, 인생이 재미없는 사람에게는 마약의 유혹이... 어떤 모습으로 손짓을 할지는 아무도 모르니까.  ;
리뷰제목

세상을 살다보면 내 의도와 상관없이 이런 저런 유혹에 시달린다. 처음엔 내 의도와 상관없을지 몰라도 만약 내가 어떤 절박한 상황에 처해있다면... 그 유혹에 냉정할 수 있을까? 빚에 쪼들리는 사람에게는 돈의 유혹이, 얼굴에 스트레스를 받는 사람에게는 위험한 성형의 유혹이, 인생이 재미없는 사람에게는 마약의 유혹이... 어떤 모습으로 손짓을 할지는 아무도 모르니까.

 

장르 문학상을 화려하게 수상한 주인공 오현정. 그녀는 문학상 수상 후 잘 다니던 학원 강사를 때려치우고 글쓰기에 매진한다. 그러나 문학상을 받은 첫 책은 관심도 받지 못한 채 먼지만 쌓여가고 차기작도 내지 못하고 있다. 월세 30만원조차 낼 수 없는 상태가 되자 대출 스팸 메일에 매달리기도 한다. 그러던 어느 날 구원처럼 한 통의 이메일이 온다. 충무로에서 주목 받는 신인 감독 박광도. 박광도의 입봉작 각색을 맡아 달라는 영화사의 제안. 영화사는 나름 공포 영화로 이름을 날린 곳. 하지만 박광도라는 감독이 영 그렇다. 하지만 이것저것을 따질 수 있는 상황은 아닌지라 돈 1000만 원에 영혼을 파는 심정으로 계약을 하게 된다. 그러나 계약은 좀 색다르고 노예 계약과 다르지 않다. 감독은 삼악도라는 섬에 들어가 함께 각색 작업을 해야 한다고 말한다. 위약금을 물 수 없는 상황이므로 작가 오현정은 삼악도로 간다. 여자 스태프와 함께. 하지만 그곳에서 기다리는 것은 소름끼치는 상황들이고, 섬에서 빠져나갈 수조차 없게 되는데....

 

공포, 스릴러, 추리 소설을 좋아한다. 그래서 읽기 시작한 것은 외국 소설들. 나와 맞는 소설이 있는가 하면 정서상 맞지 않는 소설도 있었다. 잔인한 것은 물론이거니와 이해할 수 없는 설정까지. 그래서 찾기 시작한 것은 우리나라 작가가 쓴 장르 소설이었다. 그렇게 만나게 된 김종일 작가의 책들. 손톱, 몸 그리고 삼악도까지. 우리나라 작가여서 좋은 것은 책에 나오는 인물과 상황을 이해하기 쉽다는 것. 한해 출간되는 책이 어마어마하다고 한다. 하지만 그 중에서 베스트셀러가 되는 책은 많지 않고 인기 작가가 되는 것도 쉽지 않다고 한다. 특히나 책을 써서 밥벌이를 하는 사람은 손에 꼽을 정도라고 하니... 내가 가진 직업을 팽개치고 글 만 쓸 수 있는 사람은 얼마나 될까?

 

그래서 사람들은 스토리와 이슈를 만드는 모양이다. 내가 쓴 책의 살인 방법이 현실에서 나타나거나, 똑같은 방식으로 사건이 연이어 일어나는 것. 그럼 사람들은 호기심에 책을 읽을 수 있으므로. 세기에 남는 영화를 만들고 싶었던 감독 박광도는 삼악도에 들어와 돌변한다. 최고의 글을 쓰기 위해 책보다 더 무서운 일들이 벌어지고, 오현정 작가는 자신이 희생자가 될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섬을 탈출하고 싶다. 하지만 그것도 쉽지 않고, 자신 이외에 4명의 여 작가가 이곳에서 죽어갔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만약 오현정 자신이 돈과 작품에 급박한 마음이 없었다면 이런 계약을 했을까 

 

인간의 욕망은 그래서 참 무섭다. 사람들 입에 회자되는 영화를 만들고 싶은 사람과, 유명해지고 싶은 작가의 욕망. 그 둘이 합쳐져 서로에게 도움이 되었다면 좋았을 텐데 각자 다른 욕망은 서로에게 칼을 겨눈다. 그리고 이어지는 잔인한 모습들. 이런 일은 책에서만 있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현실에서 이런 일이 생긴다면 이 얼마나 무서운 일일까? 채워지지 않는 인간의 욕심과 욕망이 사람을 잔인하게 하고 괴물로 변하게 하는 것을 알면서도 멈출 때를 알지 못하는 것. 그게 인간이 가진 잔인함이란 생각이 들었다.

6명이 이 리뷰를 추천합니다. 공감 6 댓글 8
삼악도 내용 평점3점   편집/디자인 평점3점 아*작 | 2011.07.21 | 추천4 | 댓글2 리뷰제목
       1.        영화 악마를 보았다, 를 봤을 때만 해도 오, 잔인하구나 정도로 생각했는데 황해에서마저 연달아 잔인한 장면을 의도적으로 노출시키는 것을 보고는 응? 이제 우리나라 영화 관객은 고어물을 원하는 건가?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더 자극적이고 더 잔인해야 먹힌다고 생각했던 걸;
리뷰제목

       1.

       영화 악마를 보았다, 를 봤을 때만 해도 오, 잔인하구나 정도로 생각했는데 황해에서마저 연달아 잔인한 장면을 의도적으로 노출시키는 것을 보고는 응? 이제 우리나라 영화 관객은 고어물을 원하는 건가?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더 자극적이고 더 잔인해야 먹힌다고 생각했던 걸까요? 제 취향은 확실히 아니었습니다. 그러나 요즘 사람들이 그런 걸 원하는지는 새삼 궁금했어요.

       요즘 사람들은 멍청하기 때문에 돌려 보여주면 몰라. 그냥 대놓고 질러야 시원하다며 좋아한다고. 뭐 그런 건가? 스마트 폰과 네비게이션과 단순한 리듬이나 끝없이 반복하는 훅 송 같은 걸로 사람들을 점점 멍청하게 만드는 게 지구 지도자들의 바람이라면 어느 정도 성공적으로 이루어지고 있는 것 같습니다. 저 또한 멍 때리고 훅 송을 듣고 있으면 정말 멍청해지고 있는 것 같으니까요. 그리하여 잔인한 것도 직구로 던져 버려야 은연중에 그들의 뇌리에 박혀서 이제 어지간한 사건 사고로는 놀라지도 않고, 아, 걔가 1조를 해 먹었데? 그러고는 금방 잊어버리는 사회풍토가 이루어지지요. 그러면서 자신도 모르게 점점 더 허무주의에 빠지고 그래야 윗분들이 더 많은 걸 해먹을 수 있을 뿐더러 혹시라도 개기면 그냥 몽둥이 한번 번쩍 들면 개꼬리 감추듯 숨을테니 점점 더 자극적인 걸로 뇌를 마비시켜 버리라구! 생각 자체를 귀찮게 만들어 버리란 말야! 

 

       2.

       그녀의 벌어진 입에도 가윗날을 뻗었다. 그리고는 입가부터 가위질을 했다. 주희의 입이 입가부터 귀밑머리 즈음까지 찢겨 나갔다. 초승달 모양으로 살점이 잘린 자리에서 선혈이 베어 나왔다. 이내 핏방울이 책상 위에 장대비처럼 쏟아졌다.

       이를 앙다물고 두개골을 들어 마구잡이로 내리 찍기 시작했다. 한 번, 두 번, 세 번....... 그의 코뼈가 내려앉고 이가 부러졌다. 얼굴이 뭉개지고 턱이 빠졌다. 그래도 광란의 두개골 세례를 멈추지 않았다. 끝내 손에 든 두개골이 산산조각 날때까지 휘두르고도 모라자 허공에 헛손질을 했다. 정신이 들고보니 내 밑에 깔린 감독은 이목구비가 뭉개진 몰골로 움찔움찔 경련하는 중이었다.

 

       이 작품 후반부에 등장하는 한 장면의 묘사입니다. 마음에 드십니까? 마음에 드시는 분은 이 작품에 호감을 가지셔도 좋고, 그렇지 않은 분은 리뷰만 읽고 끝내시고요. 이 책을 소개하는 데 있어서는 어느 정도 필요한 장면일 거 같아 독수리라 평소 안 하는 발췌까지 해 보았습니다. 백문이 불여일견이니까요. 

 

       3.

       저는 어떤 경우냐 하면 잔인하다고 무조건 인상을 찌푸리는 타입은 아닙니다. 제가 좋아하는 타입에 대해서는 좀 이성의 선이 무뎌지지만, 좋아하지 않는 타입에 대해서는 오히려 보다 냉정하게 판단하려고 생각합니다. 세상 일이 싫다고 무조건 밀어내면 남아나는 게 없을 뿐더러, 좋아하는 것만 남아도 금방 식상하거나 그 가치를 잃게 될 게 뻔하기 때문에 싫어도 긍정적으로 바라 볼 필요가 있다고 저는 좀 생각하는 편입니다. 해서 되도록 관대한 입장에서 바라보려고 노력합니다. 처음 인상이 싫다고 느껴질수록 그때문에 편견을 갖지 않기 위해 조금 더 관대해진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말이죠.

       조금 다른 얘기이지만, 이웃들로부터 아주 자주 받는 질문 중에 하나가 별 하나 별 둘 짜리 책들은 왜 읽느냐는 것입니다. 좋은 책만 읽기에도 시간이 부족하지 않냐고. 일정 부분 맞는 얘기입니다. 그러나 제 성격에는 해당되는 얘기가 아니라지요. 첫째, 저는 별 하나 별 둘이 존재하기에 별 다섯도 의미가 있다고 생각하는 편이고요, 둘째, 좋든 나쁘든 제가 읽고 나서야 비로소 그 판단이 결정나는 문제라고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세상이 정해놓은 기준이나, 사람들이 모여 웅성거리는 기준을 저는 그리 신뢰하지 않아요. 아무리 잘나 봐야 니나 내나 별 차이 없다고 생각하는 편인지라 세상 기준과 사람들의 의견은 그저, 그 최선이 참고일 뿐, 결국은 직접 겪어보지 않고서는 모른다는 게 저의 삶의 철학 중의 하나인데 책도 당연히 그런 범주에 해당합니다. 나쁜 책을 알아야 좋은 책이 왜 좋은지를 보다 명확히 인식할 수 있다는 게 제 생각이어서 저는 오히려, 별 하나, 별 둘을 읽는 시간을 아깝다고 생각지 않습니다. 그들이 결국 거름이라고 생각해요. 

 

       4.

       얘기가 좀 딴대로 샜는데 돌아와 이어보자면 이렇습니다. 제가 싫어하는 건 무성의입니다. 잔인하고 야하고 천박스럽고의 문제가 아닙니다. 이것은 작품의 완성도와 아주 밀접하게 관련이 있는데요, 디테일이 살아 완성도가 높은 작품에서의 자극적인 장면은 그야말로 작품 가운데 임팩트로 작용할 수 있습니다. 인상이 찌푸려지는 건 똑같은 장면을 삼류가 연출했을 때의 상황입니다. 넌 쓰레기야, 라고 제가 말한다면 작가는 그럴 수 있습니다. 야, 네가 일류라고 하는 그것과 내 껀 똑같은 연출이자 묘사인데 왜 나만 폄하하지?

       충분히 그렇게 생각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그들이 모르는 건 명작과 졸작의 차이가 아주 작은 차이라는 것이지요. 그들이 보지 못하는 것 또한 그 작은 차이이고요. 보이는 것 말고 보이지 않는 걸 잘 표현해야 한다는 사실을 그들은 이해하지 못하는 겁니다. 그러므로 장면의 99%를 차지하는 표면적인 자극이 흥행의 요소라거나, 혹은 찬사의 원동력이라고 그들은 믿고 그것을 따라하는 걸 테지요. 그러니 그들의 손에선 좋은 작품이 나올 수가 없는 겁니다. 

       명작을 탄생시키는 손은 엄청나게 꼼꼼해야만 가능하리라는 게 저의 생각입니다. 그게 아니면 천재. 세상에 존재하는 모든 명작은 그 둘 중, 단 한 경우를 제외하곤 예외는 없다고 저는 생각해요. 대충대충 그건 중요한 장면이 아니니까 대충 넘어갑시다, 그런 성격을 가진 창작자의 손에서 배출된 작품 중에 명작은 없다고 생각합니다. 결벽증에 가까울 정도로 미친듯이 노력하는 사람이거나, 타고난 천재이거나, 단 한 경우의 예외-평범한 사람에게도 가끔 한 번씩 온다는 뮤즈가 빙의 되었다거나. 명작은 그들의 손에서만 배출되지요. 

 

       5.

       이 소설은 그러니까 매니아 소설인 것 같습니다. 공포 소설인데요, 이런 류를 좋아하시는 분들에게나 재미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드네요. 저는 별로였습니다. 앞서 말씀드린 것처럼 잔인하기 때문에 그렇게 생각하는 것은 아닙니다. 전체적인 완성도가 현저히 떨어집니다. 일단 스토리 자체가 여타 대단히 많은 창작물들의 짜깁기라고 생각될 만큼 상상력이 부족했습니다. 거의 모든 장면이 어디선가 한 번은 본듯한 느낌이어서 당연히 지루할 수밖에 없었고요, 더 최악은 그 어디선가 본 듯한 느낌 때문에 그 다음이 연상되는 데 그것마저도 똑같이 맞아 떨어지는 상황이었습니다. 개인의 오롯한 창작물이라고 느껴지지 않을 만큼 심각한 상태였습니다. 공포를 주제로 한 소설이 지루했으니 사실 그것으로 얘기는 끝난 셈이지요. 이유가 뭐가 됐든.

 

       6.

       그런데 그럼에도 이 소설이 여느 삼류 장르물과 조금 달랐던 건 안정적인 문장력 때문이었습니다. 많이 훈련되어 호흡과 리듬이 통제되어 있어서 가독성 하나만은 아주 좋았거든요. 그마나 이 작품이 읽기 지겨울 정도는 아니었다, 라는 선을 지켜주었던 게 문장 때문이었으니까요. 작가 분께서도 그 문장 리듬을 적이 중시하는 분이신 듯 노력한 흔적이 곳곳에 있었는데, 그러나 매우 안좋은 습관도 있으시더군요. 아무 의미도 없이 '예의' 라는 단어를 그야말로 시도때도 없이 사용하셨던데 그 수가 너무 많았습니다. 운율을 위해 불필요하게 너무 사용되어 나쁜 습관이라 생각될 정도로 말이죠. 

       우리나라 장르 소설들의 대부분이 문장의 기본도 안 된 삼류가 너무 많아서 그저 안정적이고 가독성 좋은 문장이라는 사실만으로 다행이다, 라고 생각하게 되는 건 한편으론 슬픈 일이지만, 어쨌거나 그게 현실인 만큼 장르 작가도 문장이 뭔지 좀 고민하며 글을 써야한다고 생각합니다. 안 그럼 영화를 보지 뭐하러 소설을 읽냐. 소설이 영화가 되주길 바라면 그냥 시나리오를 쓰시든가. 양다리 걸치고 뭐하나라도 걸려라, 해서는 천 년이 지나도 안 걸릴 것입니다. 

 

       7.

       디테일에 대해 한 말씀만 올리고 리뷰 끝낼랍니다. 한 50페이지 멋지게 긴장감을 몰고 가다가 말이죠, 대사 하나로 홀랑 다 말아먹는 경우가 완성도 낮은 작품들의 흔한 특징입니다. 그만큼 장면 장면의 문장, 대사 하나 하나가 대단히 중요한데 그게 소위 포인트 지점에서 진상을 부리면 그전에 잘 만든 부분이 한 방에 다 날아가는 거지요.

       이 작품에 그런 곳이 의외로 많았습니다. 죽어가는 상황에서 이적의 다행이야, 를 부르는 어처구니 없는 상황을 예로 들자면 글쎄요, 웃으라고 그렇게 장면을 설정했는지는 모르겠는데 일단 웃겼어도 그전의 모든 분위기는 이미 다 말아먹었고, 웃기지도 않았으니 어처구니가 없게 되는 것이지요. 천년을 고민하고 백년동안 작품을 만들었어도 그런 뭥미? 같은 장면 하나 때문에 쪽박을 차기도 하는 거니까요.



4명이 이 리뷰를 추천합니다. 공감 4 댓글 2
인간 욕망의 강렬한 은유 - 『삼악도』/ 김종일 내용 평점5점   편집/디자인 평점5점 | 2011.07.25 | 추천1 | 댓글0 리뷰제목
인간 욕망의 강렬한 은유 - 『삼악도』/ 김종일  우리나라의 현실에서, 전업 작가로서 생활한다는 건 무척이나 어려운 일이다. 아니, 사실상 불가능한 일이다. 극히 소수의 유명 작가들 몇 명을 제외하면, 작가라는 직업은 결코 돈과 인연이 있는 직업이 아니다. 외국에서도 전업 작가로서의 생활이 쉬운 건 아니지만, 우리나라가 유독 이러한 현상이 심한 원인에는 국민들;
리뷰제목


인간 욕망의 강렬한 은유 - 『삼악도』/ 김종일


 우리나라의 현실에서, 전업 작가로서 생활한다는 건 무척이나 어려운 일이다. 아니, 사실상 불가능한 일이다. 극히 소수의 유명 작가들 몇 명을 제외하면, 작가라는 직업은 결코 돈과 인연이 있는 직업이 아니다. 외국에서도 전업 작가로서의 생활이 쉬운 건 아니지만, 우리나라가 유독 이러한 현상이 심한 원인에는 국민들의 독서량이 관계되어 있다. 일 년에 책을 한 권도 읽지 않는 사람들이 적지 않은데다, 그나마 책을 읽는 사람들도 대부분 학습과 실용서적에 몰려있다. 소설 따위를 읽는 걸 시간낭비라고 생각하는 이상한 가치관도 팽배해 있다. 쉽게 말해, 소설가에게 매우 열악한 환경의 국가가 대한민국이다. 『삼악도』는 이러한 우리나라의 현실을 매우 강렬한 은유를 통하여 형상화한 인상적인 공포소설이다.

 『삼악도』는 공포소설가를 주인공으로 하는 작품이다. 사실 공포소설은 열악한 한국문학의 현실에서도 가장 어두운 상황에 놓여있는 장르이다. 소위 순문학은 물론이고, 판타지나 미스터리, SF 등에 비해서도 훨씬 침체되어 있다. 이는 공포소설을 바라보는 일반의 인식에 드러난다. 작가는 물론이고 독자들마저 변태나 이상한 사람으로 취급받기 일쑤다. 공포문학을 그저 일회성의 저급 오락거리로 치부하거나, 혐오스러운 읽을거리로 잘못 인식해온 결과이다. 세계 문학사에서 공포문학이 얼마나 중요한 위치를 차지하고, 대문호들의 작품 중에 공포문학의 비중이 결코 적지 않다는 사실은 인정받지 못하고 있다. 『삼악도』의 주인공으로 등장하는 오현정도 비슷한 상황에 처해있다. 어쩌다 공포소설 한편으로 문학상을 수상하고 책까지 출간하지만, 전업 작가로 나선 순간부터 일상은 붕괴되어 버린다. 늘어가는 빚으로 인해 실의의 나날이 이어지는 가운데, 영화 시나리오 각색 의뢰가 들어온다. 주인공은 이를 받아들이고 감독 일행과 외딴섬으로 각색 작업을 하러 떠나지만, 그곳에는 현실의 지옥이 기다리고 있었다. 이러한 줄거리 구조 속에서 『삼악도』는 이제까지의 김종일 공포소설의 역량이 최대한으로 발휘되었다. 작품 속에서 묘사되는 주인공의 모습은 작가 자신의 현실적 어둠을 극단적으로 형상화시켜 투영시켰다는 느낌을 준다.

 김종일 작가는 『몸』과 『손톱』등의 작품을 통하여, 이미 역량을 인정받은 작가이다. 그의 작품들은 우선 재미있다. 어설프게 독자들을 가르치려들거나, 문학성 따위에 목을 매지 않는다. 게다가 공포소설이라는 장르를 독자들에게 완전하게 전달한다. 다른 장르를 끌어들여 독자들의 시선을 붙들어두려는 조잡한 시도를 하지 않고, 공포라는 테마를 일관되게 이끌어나간다. 또한, 한국적 정서에 걸맞은 설정과 전개로 독자들의 몰입을 가속화시킨다. 영미권이나 일본 등의 공포문학과는 다른 한국적인 정서의 공포를 이미 자유롭게 구사하는 단계에 이르렀다. 『삼악도』에서도 국내외 여러 소설이나 영화 등을 인용하고 있지만, 이를 단순히 인용하는 정도에서 그치지 않고, 작품의 상황에 맞추어 적절히 변형시켜 배치하는 여유를 보여준다.

 물론, 아쉬운 점이 없지는 않다. 『삼악도』가 매우 흥미로운 내용과 전개를 보여주는 작품이기는 하지만, 뭔가 좀 더 펼쳐내지 못한 내용이 있었다는 느낌을 주기도 한다. 게다가 다소 서둘러 결말을 내렸다는 인상도 짙다. 그렇지만, 이러한 부분들이 작품 자체에 주는 영향이 크지는 않다. 이로 인한 아쉬움도 향후 출간되는 작품들을 통하여 충분히 보충이 가능하리라는 생각이다.

 『삼악도』가 작가로서의 좌절과 욕망을 은유적으로 묘사한 작품이기는 하지만, 전체적인 맥락에서 볼 때, 성공을 향한 인간의 근본적인 탐욕을 형상화한 작품이라는 사실은 분명하다. 성공을 위한 인간의 욕망은 도전과 발전을 낳기도 하지만, 그 이면에는 추악한 탐욕과 악의마저 숨어있다. 김종일 작가는 『삼악도』를 통하여, 한국공포문학의 현주소와 희망을 동시에 표현하였다. 이후 발간될 작가의 작품들과 더불어, 더욱 수준 높은 한국공포문학의 작가들이 등장하기를 기대해본다.


1명이 이 리뷰를 추천합니다. 공감 1 댓글 0

한줄평 (1건) 한줄평 총점 10.0

혜택 및 유의사항 ?
평점5점
개인적으로 좋아하는 잔인함
1명이 이 한줄평을 추천합니다. 공감 1
꽁*이 | 2017.05.08
  •  쿠폰은 결제 시 적용해 주세요.
1   10,800
뒤로 앞으로 맨위로 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