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부 도입
01 한국어교육학의 기초
언어 교육은 다른 언어를 통해 생각을 나눌 수 있게 되는 통로를 만드는 일이다.
◆ 들어가기
? 한국어교육학은 무엇을 다루는 학문인가?
? 의사소통 능력이란 무엇인가?
? 한국어를 어떻게 가르치고 배우는 것이 효과적일까?
한국어교육학은 모어 외의 또 다른 언어를 습득하는 과정과 절차를 연구하고, 이를 통해 한국어를 효율적으로 교수하고 학습하는 방안을 모색하는 학문이다. 외국어 학습을 통하여 다른 나라의 언어와 문화를 학습하고 이를 수단으로 목표 언어 화자와 소통하고 교류하는 것은 지식을 넓히거나 타문화에 대한 이해력을 높이는 일로 아주 중요하다.
과거의 외국어 교육은 한국인의 외국어 학습이라는 한 방향이 주를 이루었지만, 최근 외국인의 한국어 학습도 점차 활발해지고 있다. 한국의 경제적 발전과 ‘한류’라고 불리는 한국 문화의 보급 및 교류가 큰 역할을 하고 있으며, 국제 간 소통의 증가와 더불어 인터넷의 발달도 양방향 교류의 요인이 된다. 최근 한국어를 배우는 많은 외국인들의 학습 동기는 단순한 문화적 호기심보다는 취업이나 학업과 같은 도구적 동기에 따른 경우가 늘고 있다.
외국어 학습은 모어 외의 또 다른 언어를 습득한다는 점에서 자국어 습득과 구분된다. 이런 이유로 국어교육과 한국어교육은 같은 한국어를 가르치지만 매우 다른 관점에서 접근해야 한다. 이미 습득한 모어는 제2언어 습득에 긍정적인 혹은 부정적인 전이를 일으키게 되므로, 한국어와 다른 언어와의 공통점과 차이점을 규명하는 것은 한국어교육에서 매우 중요하다. 또한, 언어적 차이에 그치지 않고 문화적 차이를 인지하여야 한다는 점에서도 단순한 언어 교육을 넘는 영역이라고 할 수 있다.
또한 모어는 자연적으로 습득하는 과정을 거치지만, 외국어는 주로 인위적 교수 환경에서 학습하게 되므로, 교수와 학습의 효율적 방법론에 많은 관심을 기울이게 된다. 이런 측면에서 언어 규범이나 이론보다는 언어 사용의 실제적 양상에 주의를 기울이게 되며 글뿐만 아니라 구어의 의사소통의 규칙과 전략에도 주목하게 된다.
1. 한국어교육학
1.1. 모어와 제2언어
언어 교육은 효과적인 언어의 습득 혹은 학습에 목표를 둔다. 습득(acquisition)과 학습(learning)은 동일한 개념으로 혼용되어 사용되기도 하고, 학자에 따라 이를 구분하여 사용하기도 한다. 학자에 따라 제1언어는 ‘(자국어) 습득’으로 제2언어는 ‘(외국어) 학습’으로 구분하기도 하고, ‘습득’은 학습자가 의식하지 못하는 잠재적인 과정으로, ‘학습’은 목표언어의 지식과 기능을 의도적으로 발달시켜 나가는 과정으로 구분하기도 한다.
제1언어는 학습자가 가장 편하게 구사할 수 있는 언어를 말하며, 흔히 L1이라고 줄여 말하기도 한다. 이에 대해 모어라는 용어가 혼용되기도 하나 용어상의 혼란을 고려한다면 제1언어로 표현하는 게 명확하다.
‘제2언어’란 학습자가 ‘제1언어’ 외에 접하는 언어를 말한다. 제2언어란 이에 대응되는 개념으로 제1언어 다음에 습득되는 언어들을 총괄하는 광범위한 용어로 쓰이기도 하고, 제1언어 다음으로 두 번째로 습득되는 언어라는 한정적인 의미로 사용되기도 하는데, 이 경우에는 구체적으로 L2, L3, L4 등으로 구별하여 사용하기도 한다.
이밖에 학습과 관련된 용어로 ‘외국어로서의 한국어교육’(KFL: Korean as a Foreign Language)와 ‘제2언어로서의 한국어교육’(KSL: Korean as a Second Language) 등이 사용된다. 이는 영어의 EFL과 ESL에 한국어를 대응시킨 용어이다. 흔히 KFL은 외국어 수업 외의 언어 환경이 목표 언어가 아닌 경우에 해당하며, KSL은 수업 외의 일상적 환경에서도 목표 언어를 사용하는 환경에 해당하는 것으로 해석한다. 국외에서 수업 중에만 한국어를 학습하는 외국인 학습자가 KFL 환경에 있다고 한다면, 한국에 들어와 장기 체류나 영구 체류를 하는 유학생이나 이주민의 경우에는 KSL 환경에 놓여 있다고 볼 수 있다.
최근에는 이런 용어들을 응용적으로 활용하여 ‘계승어로서의 한국어교육’(KHL: Korean as a Heritage Language)을 따로 구분하기도 한다. 왜냐하면 재외 동포의 경우에는 한국어 학습의 목표나 요구가 단순히 외국어로 학습하는 학습자와 다르며, 가정에서의 한국어 사용 등 학습 환경에서도 차이가 있을 수 있으므로 이를 구분하여 독립된 영역으로 볼 수 있기 때문이다.
1.2. 언어능력과 의사소통 능력
효과적인 ‘제2언어 습득’을 위해서는 어떤 언어 능력을 갖추어야 할까? 언어 능력(linguistic competence)이라는 용어는 촘스키(Chomsky)에 기댄다면 좁은 의미의 문법적 능력만을 의미한다. 언어 습득 분야에서는 ‘의사소통 능력(communicative competence)’이라는 용어를 사용하는데, 효과적인 언어 습득을 위해서는 문법적 능력 외에 사회언어학적 능력, 담화 능력, 전략적 능력을 포함하는 의사소통 능력이 필요하다고 보는 데서 생겨났다.
▶깊이 알기
◇ 의사소통 능력이란
의사소통 능력의 개념은 Hymes(1970)에 의해 처음 도입된 이래 Campbell & Wales, Savignon(1972), Widdowson(1978), Canale and Swain(1980), Bachman(1990) 등에 의해 연구되고 정의되었다. Hymes(1970)는 언어 능력을 문법적 지식 외에, Chomsky가 언어 행위의 영역으로 다루었던 적합성(appropriateness)과 용인 가능성(acceptability)의 개념까지도 포함하는 것으로 정의한다. 여기에는 문법적인 정확성에 관한 능력 외에도 실제 언어 수행 능력, 상황에의 적합성 여부, 문화적 규칙에 관계된 것 등이 포함된다. Savignon(1972)은 의사소통 능력을 언어 지식을 공유하는 둘 이상의 말할이 사이의 의미 협의에 관련된 동적인 개념이라고 보아 의사소통에서의 협의의 본질을 강조하였다. 인간 내적인 특성이 아닌 인간 상호 간의 특성으로 의사소통 능력을 파악하였고, 의사소통이 일어나는 특정 상황이나 맥락을 중요시하였다. Canale & Swain(1980)에서는 의사소통 능력을 문법적 능력(grammatical competence), 사회언어학적 능력(sociolinguistic competence), 담화 능력(discourse competence), 전략적 능력(strategic competence)으로 파악하였다.
첫째, 문법적 능력이란 어휘, 발음 규칙, 철자법, 단어 형성, 문장 구조 등의 언어학적 요소를 정확히 사용하여 문법적으로 올바른 문장을 생성해 내는 능력을 말하며, 둘째로 사회언어학적 능력은 묘사, 설명, 설득, 정보 전달 등의 특정 언어 기능을 수행하기 위해 사회적 맥락과 담화 상황에 맞게 문법적 형태를 사용하거나 이해하는 능력을 말한다. 주제, 대화 참여자, 발화 상황 등이 화자에 의해 전달되는 발화의 태도나 화법, 격식의 적절성을 결정한다. 셋째로 담화 능력이란 형태적인 응집성과 내용상의 결속성을 이루기 위해 생각을 조직하는 능력을 말하는 것으로, 담화 능력을 갖춘 사람은 지시어, 접속사 등의 형식적 응집 장치(cohesive device)와 내용의 결속 장치(coherent device)를 이용하여 의미적 완결성과 통일성이 있는 담화를 구성해 내고 이해할 수 있다고 본다. 마지막으로 전략적 능력은 발화 생산자가 소통의 효율성을 높이고 소통 장애를 보상하기 위해 사용하는 언어적, 비언어적 전략의 사용 능력을 말한다. 결국 제2언어 습득이란 이러한 의사소통 능력을 갖추어 가는 절차와 과정을 의미한다.
1.3. 한국어교육학의 세부 영역
한국어교육학은 효과적인 한국어교육의 내용과 방법을 학술적으로 연구하는 학문 분야로 편의상 지식(내용) 영역과 교수 영역으로 구분하여 설명할 수 있으나, 엄밀히 말하면 나뉘어 구분되기보다는 연계되는 영역들이다.
먼저 지식 영역은 효과적인 교수를 위한 한국어 지식에 대한 연구로 음운, 어휘, 문법, 담화, 문화 등이 대상이 된다. 이들은 한국어 발음 교수, 어휘 교수, 문법 교수, 담화 교수, 문화 교수 등으로 확장된다. 한국어를 대상으로 한다는 점에서 국어학이나 국어교육에서 다루는 언어 지식과 궁극적으로는 일치하나, 한국어교육이라는 목표 아래 다루어지는 지식이라는 점에서는 구체적인 내용은 다소 차별화된다. 상대적으로 문어에 비해 구어 영역에 비중을 두게 되며, 규범적 문법만이 아닌 학습자에게 노출되어 입력되는 실제 자료로서의 언어에 더 관심을 두고, 언어 지식의 위계화나 난이도 분석을 통한 교수의 효용성에 초점을 둔다.
다음으로 교수 영역은 의사소통 영역에 초점을 둔 기능 교수의 부분과 교수에서의 기술적 적용 부분으로 구분된다. 의사소통 영역에 초점을 둔 것은 말하기 교육, 듣기 교육, 읽기 교육, 쓰기 교육 등으로 구분된다. 이들은 말하기와 듣기를 합해 구어 교육론, 읽기와 쓰기를 합하여 문어 교육론으로 구분되기도 하는데, 이는 구어와 문어에서의 언어 사용의 기술을 다루는 것이다. 한편 말하기와 쓰기를 합해 표현 교육론, 듣기와 읽기를 합해 이해 교육론으로 구분하기도 하는데, 의사소통의 이해와 표현의 측면에 초점을 둔다는 점에서 언어 교육 이론에서 더 일반적인 접근법이다.
교수 기술의 적용은 교육학 분야와 밀접한 관련을 가지는 것으로 한국어 교수를 위한 교수자론, 학습자론, 교재론, 평가론, 교수법 등과 관련된다. 이 영역은 일반적으로 교육학과 관련을 가지나 외국인 학습자를 대상으로 한다
--- 본문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