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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향 수첩
옮긴이 해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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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시가 끝나 갈 즈음에. 납작하게 모습을 드러낸 이 도시는 자신만의 세계를 선보이리라. 소심하고, 감당하기 힘든 듯한 기하학 모양의 십자가 짐을 진 채, 영원히 무언가를 시작하고 또 시작하는, 운명에 찌들고 말이 없으며, 모든 것을 체념한 듯한 성장이 멈춘 세계를. 지상의 슬픔에 장악당한, 짓이겨지고 왜소해지고, 마침내 자신의 풍광마저도 등을 돌린 세계를.
--- p.9 화약도 컴퍼스도 만들지 못한 사람들 증기도 전기도 길들이지 못한 사람들 바다도 하늘도 탐험치 못한 사람들 그러나 이들 없이는 땅이 땅일 수 없는 사람들 땅이 자신을 버리면 버릴수록 우리는 점점 더 낮게 자라는 혹 우리는 헛간 이 땅에 속하는 모든 것들을 무르익도록 저장하는 나의 네그리튀드는 돌이 아니다. _ 49~50쪽 네그리튀드는 이제 더 이상 두개골의 지표도 혈청도 체세포도 아니다. 우리는 고통이라는 잣대로만 잴 수 있는 인간이다. --- p.61 그는 괜찮은 검둥이였다. 백인들이 말했다. 그는 괜찮은 검둥이였다고, 진정 그럴듯한 검둥이였다고, 괜찮은 주인 밑의 괜찮은 검둥이였다고. 나는 소리친다, 만세! 그는 진정 괜찮은 검둥이였다. 불행이 그를 앞뒤로 덮친다. 그들은 그의 가여운 머리를 세뇌한다. 그에게 억압은 피할 수 없는 운명이라고, 그로서는 그 운명을 어찌해 볼 도리가 없다고. 진노한 신께서 그의 타고난 골반 속에 영원한 금기들을 적어 넣으셨다고. 착한 검둥이가 되려면 자신의 무가치함을 정직하게 받아들여야 하고 언감생심 그 운명의 상형문자를 해독하고자 하는 변태적인 호기심을 키우지 말라고. --- p.65~66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