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자 서문
한글로 번역된 최초 문헌이 『훈민정음언해』라는 점을 고려해 볼 때 우리의 번역사 역시 상당히 긴 세월을 두고 발전해 왔음을 알 수 있다. 번역이 본디 언어뿐만 아니라 고유의 문화 및 사회의 경계를 이어주는 가교 역할을 한다는 측면에서, 그 역사적 의미와 가치를 결코 과소평가할 수는 없을 것이다. 더욱이 오늘날 영화, 음악, 서적과 같은 매체의 종류 및 기술이 혁신적으로 발전하여 이들을 통해 전달되는 메시지를 우리 언어 실정에 맞게 치환, 번역할 수 있는 번역자의 역할은 그 어느 때보다도 큰 비중을 차지하게 되었다.
그렇다면 번역이란 과연 무엇이며, 어떻게 해야 하는 것일까? 단순한 질문일지 모르겠다. 그러나 이 질문은 번역이라는 장도에 이제 막 들어선 초심자뿐만 아니라, 번역 분야에 오랜 시간 몸담아 온 전문가에게도 항상 풀리지 않는 수수께끼와도 같다. 물론 혹자는 번역이란 출발언어 텍스트를 목표언어로 바꾸는 과정에서 무엇보다 표층적 원리들을 제대로 따라야 하는 것이라고 말할 것이다. 이는 우선 두 언어 사이의 표층적 의미가 대체로 상응해야 하고, 동시에 목표언어의 구조가 출발언어의 그것을 심하게 왜곡해서는 안 된다는 의미에서 비롯된 것이다. 그러나 또 다른 혹자는 출발텍스트와 그 번역물을 원저자와 번역자의 창의력에서 비롯된 동등한, 다시 말해 등가의 산물로 간주하고자 한다. 다시 말해 번역은 누구나 할 수 있는 단순한 전달 행위가 아니라, 작가가 수행하는 가장 어려운 과업 중 하나로, 전달하고자 하는 내용을 출발언어의 제약으로부터 해방시켜 목표언어로 다시 창조하는 과정을 거쳐야 한다는 것이다.
라데군디스 슈톨체는 『번역이론 bersetzungstheorien』을 통해 지금까지 풀리지 않고 있는 이 질문에 대한 해답에 다채로운 시각과 풍부한 사례, 그리고 수많은 문헌을 바탕으로 체계적으로 접근하고 있다. 저자도 지적하고 있는 바와 같이, 현재 수많은 이론과 모델을 통해 번역의 제반 문제들이 다루어져 왔다. 그러나 이들이 제시하고 있는 내용과 해당 개념의 상당 부분은 우리가 당면하고 있는 근본적 질문이 그러하듯이 상호 대립적이거나 여전히 추상적인 수준에 머물러 있는 실정이다. 따라서 이 책에서는 지금까지 제시된 번역이론 및 모델들을 무엇보다 상대주의, 보편주의, 등가성, 텍스트유형, 기능주의, 장이론, 해석학, 그리고 인지학 등의 접근방식 혹은 관점으로 나누어 체계적으로 기술하고, 더 나아가 비판적인 평가를 내리고 있다. 또한 각 장의 내용을 최대한 명확하고 이해하기 쉽게 기술하고 있으며 핵심이론들을 소개함과 동시에 관련 예문들을 제시함으로써, 번역학이라는 학문분과를 조망하는 학생들에게 필요한 훌륭한 교재의 역할을 해 준다. 그뿐 아니라 각 이론의 핵심을 도출하고, 이론 간의 관련성 및 차이점을 조명하는 데 많은 지면을 할애하고 있다. 그러므로 이론 및 실제와 관련하여 번역(학) 전문가들은 이 『번역이론』을 유익한 지침서로도 활용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독자는 이 책을 탐독하는 과정에서 드러나게 될 번역행위의 근본적인 복잡성에 새삼 놀라게 될지도 모른다. 그러나 개별성이라는 나무들을 따라 걷다 보면 번역이라는 전체 숲이 보여주는 번역의 역동적 ‘정도’를 그려볼 수 있지 않을까 기대해 본다. 또한 그것이 이 책의 저자가 의도한 바이기도 하다. 이 번역서는 오래 전부터 진행되어온 한국외대 독일어과 교강사들의 독회를 통해 이루어진 또 하나의 결과물이다. 우리 역자들은 이 책을 번역함에 있어, 저자의 이와 같은 의도를 최대한 구현하고자 노력하였다. “상이한 번역이론들의 연결점과 접점을 찾아내 강조함으로써 번역학으로의 입문을 쉽게” 할 수 있도록 주요 개념과 인용문들은 해당 영역의 보편적 언어로 번역하고 그에 알맞은 문체를 살리고자 노력하였다. 또한 책에서 제공하고 있는 독일어, 영어, 불어 등의 다양한 예문 및 인용문들의 경우, 원어를 그대로 인용한 저자의 의도를 최대한 고려하여 번역함과 동시에, 필요에 따라 원문을 함께 병기하였다. 우리 역자들도 역시 이 책을 번역하는 과정에서 매순간 번역의 등가성과 창조성의 갈림길에서 고민에 고민을 거듭하였다. 이 과정에서 오해의 소지가 덜한 부분에서는 소위 ‘직역’의 방식을 택하여 저자의 언어적 의도에 상응하고자 하였으며, 상대적으로 언어적 명확성이 요구되는 부분은 역자들의 창의성에 기대어 ‘의역’을 보다 많이 활용하였다. 그럼에도 우리 역자들의 무지로 인해 오역이 있을지 모르겠다. 이에 대한 독자의 소중한 지적은 겸허한 마음으로 받아들이고자 한다.
이 책의 한국어 번역을 허락하고 한국 독자들을 위해 별도로 서문을 작성해 준 저자 라데군디스 슈톨체 박사에게 이 자리? 빌어 심심한 감사의 말씀을 전하고 싶다. 프랑스어 번역에 도움을 주신 김지숙, 박은영, 변광배 선생님께 또한 진심어린 감사를 드린다. 또한 이 책을 마무리할 수 있도록 참고문헌을 정리해 준 서지원, 문정현 조교에게도 고마움을 표하는 바이다. 마지막으로 이 책의 출간에 흔쾌히 동의하고 오랜 시간 묵묵히 지원을 아끼지 않은 한국외국어대학교 출판부에 감사드린다.
2011년 4월
역자 일동
한국 독자에게
백 여 년에 걸쳐 훌륭한 관계를 유지해 온 한국과 독일 양국은 과거 유사한 정치적 경험을 겪으며 현재 밀접한 문화적 교류를 이어오고 있다. 문화적 교류는 반드시 번역이 수반되기 마련이다. 훌륭한 번역은 고유한 이국 문화를 적극적으로 수용하는 자세 그리고 텍스트를 통해 전달하고자 하는 메시지를 설득력 있게 표현하는 능력에서 비롯된다. 예컨대 문학분야의 번역은 이국 문화의 상을 충실히 전달할 수 있어야 하며, 전문분야의 번역은 적확한 전달을 통해 경제 및 기술 교류와 관련한 국가 간 의사소통에 기여해야 한다. 이와 같은 과제의 열쇠는 단순히 외국어를 습득하는 능력 그 이상을 갖춘 번역가를 양성하는 데 있다.
한국은 신간 서적 출판에 있어 세계 선두를 차지하고 있으며, 교재 출판이 그 주를 이루고 있다. 따라서 어느새 독일 통번역 교육현장에서 기본서로 활용되고 있는 『번역이론 입문』이 이제 한국어로도 출판된다는 사실은 그리 놀라운 일이 아니다. 미래의 번역가들이 자신의 고유한 이론적 입장에 대하여 비판적으로 사고하는 데 이 책이 보탬이 되기를 희망한다. 비판적 사고야 말로 전문가가 갖추어야 할 중요한 덕목이기 때문이다. 또한 상이한 학술적 관점으로부터 발전된 다양한 번역이론들이 번역 연구라는 학문 분야가 지닌 가능성과 한계를 밝히는 데 기여할 수 있기를 바란다. 끝으로 이 책이 학생들에게 학습동기를 북돋아 주는 동시에 폭넓게 읽혀지기를 기대해 본다.
2011년 1월, 다름슈타트
라데군디스 슈톨체
들어가는 말
번역학을 전공하는 학생들에게는 공부할 내용들이 학문적으로 기술되어 있어 처음에는 일목요연하지 않고 복잡하게 보인다. 심지어 어떤 “번역학 서문”에는 번역이론이 너무 다양해서 합의를 보지 못한 개념설명들도 눈에 뜨일 때가 자주 있다. 각 이론들이 주장하는 것은 모두 하나 같이 한 텍스트를 다른 언어로 옮기는 과정을 기술하는 것이다. 이런 다양한 모습은 독일에서 번역학이 계속해서 서로 따로 놀고 있고, 다른 여러 나라에서도 이에 대한 연구가 시작되고 있어 더욱 불분명해지고 있다.
기념논문집이나 여러 분야의 학자들이 쓴 학회발표 논문집을 들여다보면 종종 서로 정면으로 충돌하기도 해서 그 복잡함은 더욱 뚜렷해진다. 개별 이론에는 대부분 다른 논문에서 별로 접하지 못했거나 처음 접하는 생각이 특히 강조된다. 어쨌든 문제가 되는 것은 하나의 개별 지식을 일반적인 번역이론의 요점으로 만들려는 시도이다. “번역”이라는 테마로 엮은 한 권의 논문모음집에 개별 논문들이 서로 의견을 조정하지 않은 채 대립되어 있다면 그 학문이 드러내는 모습은 뚜렷한 윤곽을 보여주지 못 한다. 이런 사실은 ‘번역하는 것’이 이와 직접 관련이 없는 분야에서는 때때로 과소평가되고, 번역학이 여전히 독자적인 학문으로 아직 인정받지 못하고 있는 이유가 될 수도 있다.
여러 이웃학문과 관계를 맺고 있는 번역학의 학제적 특성은 이론적 접근방법이 다양하고, 그렇기 때문에 개념군에 있어서도 통일성이 없는 또 하나의 이유가 된다. 비교적 역사가 짧은 이 학문은 계속 발전했지만 점진적으로 일반적인 번역이론을 만들어내지는 못했다. 오히려 새로운 접근방법들이 계속해서 개발되었고 또한 개발되고 있다. 번역학의 발전은 결코 일직선으로 진행되지 않았고 오히려 계속해서 다른 관점에서 동일한 문제 주위를 맴돌고 있는 나선 모양처럼 진행되었다. 많은 생각들이 독립적으로 따로 따로 거의 동시에 제시되었는데, 그 이유는 다른 방식의 생각들이 불충분하게 인식되어졌기 때문이었다. 다른 한편으로 외국 학자들의 견해를 자신의 생각에 수용하면서 자주 엉뚱하게 평가해서 개념을 다르게 해석하기도 하고 새로운 결론을 내리는 경우도 있었다. 따라서 이 교재의 목적은 상이한 번역이론들의 연결점과 접점을 찾아내 강조함으로써 번역학으로의 입문을 쉽게 해주는 데 있다.
이론이란 문제점이 분명하게 드러나도록 어떤 구체적인 상황의 다양한 구조와 연관관계를 추상적인 모델 안에 설명하려는 시도이다. 그러나 연구 대상의 명칭만 해도 독일어로 ?bersetzungswissenschaft 번역학, ?bersetzungstheorie 번역이론, Translationslinguistik 번역언어학, Translationswissenschaft 번역학, Translationstheorie 번역이론, Translatologie 번역학, Translatorik 번역학, 영어로는 theory of translation, translationtheory, translation science, translation studies, translatology, 불어로는 traductologie, translatistique, traductique, th?orie de la traduction, 이탈리아어로 teoria della traduzione, 스페인어로는 traductolog?a, theor?a de la traducc?on, 포르투갈어로 teoria da traduc??o처럼 표현이 서로 다르다. 그 외에 ‘번역이론’과 ‘번역학’ 사이의 경쟁도 이 학문에서 일반적이고 순수한 이론 논쟁을 다루는 것인지 아니면 오히려 구체적인 번역능력 향상을 목표로 하는 응용언어학을 다루는 것인지 아직 결정되지 않았음을 보여준다.
계속되는 학문의 세분화는 학문에 사용되는 언어도 함께 세분화시킨다. 한편으로는 서로 다른 모델 사이의 유사성들이 실제로는 일치하지 않는 경우도 있고, 다른 한편으로 새로운 학문 용어들이라고 해서 새로운 인식들을 담고 있지 않는 것도 사실이다. 똑같이 부르는 것도 인문과학에서는 다른 내용을 담아서 종종 상이하게 정의되어 학문 사이를 떠돌아다니기도 한다. 그래서 학문의 개념은 특히 그 개념의 생성과 인문과학적 배경의 틀 안에서 제대로 이해된다. 그 반대로 그 분야의 전문가에게는 ‘개념의 명칭들’ 그 자체가 지금 어느 “학파”를 말하고 있는지를 알려주는 표시가 된다. 예를 들어 “?bersetzerin 여성 번역가”라던가 “Translator 번역가”, 또는 “zielsprachlicher Sender 목표언어 송신자”라는 말이 언급될 때는 학문적 출신성분이 상이하다는 것을 나타낸다. 그래서 이 책은 핵심개념의 출처와 내용을 밝히고 널리 퍼진 번역이론들을 소개함으로써 방향감각을 제공해 주려고 한다. 이 목적을 위해 선별한 이론적 접근방식을 의식적으로 원문을 풍부하게 인용해서 소개했는데 각 이론의 어법을 인식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이다. 그럼으로써 소개된 방향들의 중요 텍스트에 쉽게 접근할 수 있도록 했고, 그 방향들은 각 장 끝에 “대표문헌”으로 언급되어 있다.
짧게 말해서 오늘날 통용되는 번역이론들 사이의 근본적인 차이가 무엇이냐는 물음에 어느 누구도 분명하고 논리 정연한 이론을 제시하지 못했다. 오히려 대부분 구체적인 번역 문제를 논하면서 다른 시각들을 상세하게 비판적으로 가치평가한 후 자기 자신의 생각을 다소 함축적으로 표현했었다. 일단 번역가능성, 텍스트분석의 가능성, 번역하려는 텍스트와 번역과의 일치 그리고 번역된 텍스트가 개별 텍스트로서 뿐만 아니라 어느 민족문학이라는 틀 속에서 끼치는 영향 등과 같은 핵심문제들은 상이한 해석과 분석 그리고 비판적 설명으로 주위에 구름만 불러 모아서 오히려 혼란만 가중시키는 경우가 자주 나타난다. 그것은 자신의 관점이 충분하고 분명하게 정의가 내려지지 않았기 때문이다. 이것은 번역의 역사를 정리해보려는 반복되는 시도에도 적용된다. 왜냐하면 여기서도 “학파”에 따라 차이가 났던 것이 아니라, 또다시 번역의 문제점들에 대한 여러 저자들의 의견들을 함께 수집하여 획일적으로 비교해 놓았기 때문이었다.
그러나 뚜렷하게 부각될 수 있는 생각의 출발점에는 어느 정도 기본 경향들이 있다. 이 기본 경향들을 분명하게 해놓는 것이 이 분야에서 읽어야할 책들을 어느 정도 미리 이해하려는 데 도움이 될 것이다. 그래서 최근 번역학 연구들을 개관해 봄으로써 문제가 되고 있는 논쟁에서도 그 동안 약간 관점의 변화가 있음을 알아 낼 수 있다. 사람들은 우선 번역할 때 서로 마주치는 언어쌍에 집중해서 두 언어의 낱말과 문장구조를 비교했다. 그러나 낱말과 문장뿐만 아니라 텍스트도 사회 상황의 틀 속에서 옮겨지기 때문에 학문의 관심이 생산적 의미에서 곧 텍스트언어학적 생각으로 많이 기울어졌다. 그러나 텍스트의 층이 다양하다는 것과 언어 외적인 조건들이 작용한다는 사실을 알게 되자 결국 번역을 하는 사람 자체로 그리고 번역 과정의 입장에서 번역하는 사람들의 생각과 행동으로 눈길을 돌리게 되었다. 그때 한편으로는 ‘행위모델’이 개발되었고 다른 한편으로는 그 과정을 알아내기 위해 ‘이해’에 관심을 가지고 ‘번역자의 생각’에 대한 연구가 시도되었다.
90년대 초반에 여러 차례에 걸쳐 개관해보려는 시도들이 나왔는데 여기서 공부를 처음 시작하는 사람들을 위해 어느 정도 설명이 꼭 필요하다. 이번에 나온 『번역학입문』 증보개정 5판은 그 사이에 계속 발전된 것과 최근 문헌과 같이 지금까지 간과해 온 흐름들과 관점의 변화들을 수록했고 편집을 새롭게 했다. 제일 중요한 것은 가장 중요한 연구방향들을 개별적으로 소개하고 설명하는 것이다. 번역에 관한 주요 저자들의 방법론상의 출발점이나 기본입장을 학파에 따라 정리하였고, 경우에 따라서는 원래의 정의와 예문을 소개했으며 각 장에 속하는 가장 대표적인 문헌들을 밝혀 두었다. 이 문헌들을 모아서 책 뒤에 다시 전체 참고문헌으로 만들었다. 특별한 문헌에 대한 출처는 각주에 밝혀두었다. 핵심개념들은 특히 강조해서 설명했다. 자연과학에서는 논문의 출판 시기를 봐서 그 논문이 최신 논문인지 아닌지를 짐작하지만, 여기서는 많은 논문들이 동시에 발표되기도 하고 부분적으로 나누어져 발표되기도 했기 때문에 시대 순서를 따를 수가 없었다. 그래도 시간에 따라 이어지는 연구는 물론 어느 정도 파악할 수 있다.
이 교재는 서로 경쟁하고 있는 번역이론에 대한 논의가 다양해서 연구대상(언어체계, 텍스트, 학설, 행위, 번역자)을 관점에 따라 구분해서 어느 정도 정리해보려고 노력했다. 젊은 학자들은 이제야 막 다양한 여러 접근방법들과 씨름을 하고 있기 때문에 이 책에서는 의도적으로 “학파를 이루고 있는” 소수의 몇몇 방향에 집중해서 기술하지는 않았다. 그리고 별로 수준이 높지 않은 “소장학자”한테서도 자신의 비판적인 입장을 밝히려는 노력과 선택 받을 권리를 무조건 빼앗아 버릴 필요는 없다. “이론가”와 “교육자”를 엄격하게 구분하는 것도 의미가 없어 보인다. 왜냐하면 각자가 모두 교육가인 체 하면서 항상 암시적으로 특정 이론을 대표하고 있고 (여기서 중요한 것은 그 이론이다), 소위 이론가들은 대부분 은근히 자신들의 이론을 실제에 적용해보려는 계획을 갖고 있기 때문이다. 그렇지 않으면 이론가들은 실제 텍스트 예문으로 자신들의 모델에 계속해서 적용시킬 수 없을지도 모른다. 이론이 없는 실제도 기능은 하지만 아무 의미가 없고, 실제가 없는 이론은 죽은 개념에 불과하다. 현재 번역이론들의 상이한 접근방법과 그 범위를 분명히 하면서 서로 비교할 것이다. 이 많은 이론들을 다루면서 이 이론들이 점점 더 광범위해지는 것을 보는 것은 환상적이다. 그러나 매번 나중에 나온 이론이 항상 더 나은 이론이라는 것은 아니다. 오히려 실제로 광범위한 번역작업에는 여러 상이한 접근방법들을 종합적으로 인식하는 것이 차라리 적합할 것이다.
각 장에는 매번 기본방향에 대한 짧은 요약을 앞에 넣었다. 번역학에서는 개별 접근방법이 그 저자와 관련 있기 때문에 이 이름들을 절에다 넣어두었다. 그러나 가끔 한 접근방법이 이어지는 여러 절에서 다뤄지기도 한다. 각 장 끝에는 짧은 ‘총평’이 나오는데, 독자들이 비판적인 거리를 두고 내용을 요약해보면서 다시 생각해볼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이다. ‘대표문헌’에는 의도적으로 번역학 입문에 보다 중요하다고 이미 언급한 저자들의 책들만 넣어두었다. 그래서 더 전문적인 몇몇 보충 자료들은 해당 각주에서 찾을 수 있다. 이 입문서는 번역학을 공부하는 학생들과 어문학자들 그리고 번역이론이 무엇인지를 항상 한 번 쯤은 알고 싶어 하는 번역자를 위해서 처음 접할 수 있는 번역학이론 분야의 방향을 제시해주는 책으로 생각해서 만들었다. 하지만 이 입문서를 읽는다고 해서 그 이론서 공부가 대체되지는 않는다. 이런 입문서란 대부분 간단명료하기 때문에 이 교재가 독자적인 연구를 계속 수행하는 데 자극제가 되었으면 한다.
--- 본문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