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갈팡질팡하더라도 갈 만큼은 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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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품목정보
발행일 2011년 07월 22일
쪽수, 무게, 크기 332쪽 | 438g | 145*210*30mm
ISBN13 9788963720500
ISBN10 8963720500

책소개 책소개 보이기/감추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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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소개 관련자료 보이기/감추기

저자 : 이상경
이 글을 쓴 이상경(李相炅)은 1958년 부산에서 태어나고 자랐으며 부산대학교 철학과를 다녔다. 20대가 걸쳐진 1978년부터 1988년까지, 독재자들과의 악연이 사뭇 질겨서 감옥에 들락거리는 것으로 그 시절을 다 보냈다. 그 뒤로는 줄곧 출판 일을 업으로 삼아 밥을 벌었다. 지천명의 나이를 훌쩍 넘긴 어느 날, 남의 원고를 마름질하며 시시콜콜한 시비를 가리는 일에 허둥대며 사는 일이 문득 덧없게 느껴져 스스로의 글을 쓰리라 작정하고 ‘무모하게도’ 탈 서울부터 감행했다. 지금은 지리산 능선이 바라다 보이는 산자락에 엎드려 가난을 벗 삼아 글 쓰는 일에 매달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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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참 그리고 ‘스피커’ 이야길 해야겠다. 어린 시절의 나를 난생처음 상상력의 길로 인도한 그 감미롭던 목소리의 향연을…….
텔레비전은커녕 라디오도 흔치 않던 때 시골 집집마다 대청 기둥이나 시렁에 됫박만 한 유선 스피커가 달리기 시작한 게 그 시절이었나 보다. 온종일 나오는 것도 아니어서 해가 설핏 넘어가는 저녁 무렵이 되면 깨금발을 딛고 단 하나 달려 있는 스위치를 딸깍 오른쪽으로 돌린다. “찌지직” 하는 낯선 전자음이 잠깐 들리고 나서 방송이 흘러나왔다.
경쾌한 시그널 음악이 차츰 잦아들면 “어린이 시간”이라고 다소 과장되게 말하는 여자 아나운서의 목소리가 흘러나온다. 정말이지 천상의 소리가 따로 없었다. 적어도 내가 태어나 그렇게 예쁜 목소리로 말하는 표준어를 들어본 것은 그때가 단연 처음이었다.
“전국에 계신 어린이 여러분, 안녕하세요? 여러분이 기다리는 어린이 시간입니다. 어쩌구 저쩌구…….”
옆에서 쓰다듬듯 친절하고 감미롭게 귀에 착착 감겨 오는 그 목소리에 나는 그만 자지러질 지경이 되어 오줌이 마려웠다.
이어지는 어린이 연속극, 「걸리버 여행기」. 동화책 한 권 구경한 적이 없던 나는 그 낭독 연속극에 충격을 받았다. 어깨너머로 듣던 할매들 이야기와는 전혀 다른 세계가 거기에 있었다. 그 어린 시절 한때 내 마음에 뭉게뭉게 스며들던 ‘이야기’의 추억은 여전히 새롭고, 아릿하고, 유효하다. 나는 스피커에, 걸리버에, 그리고 이름 모르는 성우들에게 크게 빚진 셈이다. ---pp.43~44

세상을 다스리는 어른들은 아이들이 웬만큼 나이를 먹기 무섭게 머리부터 빡빡 깎이고 나서 덜 자란 육체를 검정색 교복 안에 가두고 목둘레에는 빳빳한 스탠드칼라를 달아 목이 졸리도록 호크를 채운다. 그리고 그것도 모자라 칼라 위로 살짝 드러나게 칼날처럼 얇은 흰색 플라스틱 띠를 그 안에 끼우게 해서 아이들이 교복을 입을 때마다 느끼게 될 낯선 이물감을 통해 “이제 너희들은 우리 어른들이 정해 놓은 삼엄한 질서 안에 포획되어 꼼짝달싹하지 못하는 따분한 신세로 변해 버렸다. 순순히 말을 들어야지.” 하고 끊임없이 속삭이는 것 같았다.
물론 내가 이런 ‘교복과 두발의 정치학’을 앞질러 눈치챘을 리는 없다. 하지만 아침마다 그 어색하고 불편한 교복을 챙겨 입고 서너 배는 무거워진 책가방과 씨름하며 훨씬 길어진 등굣길을 나설 때마다 어렴풋하게 느끼곤 했다. 중학교는 결코 달가운 곳이 아니었다. 그리고 그 무렵 겪었던 사소한 사건 하나까지 덧보태져서 나는 앞으로 중학교 시절이 결코 순탄치 않을 것이라는 사실을 일찌감치 예감하게 된다.
“야, 황보삼준! 임마 니도 동의중학교가?”
입학한 지 얼마 되지 않던 날 하굣길에서 국민학교 동창 하나를 만나 반가운 마음에 소리를 질렀다. 그 녀석은 키가 나보다 한 뼘은 더 크고 덩치도 우람했다. 친한 편은 아니어도 육 년을 같이 다닌 녀석이 반갑지 않을 리 없었고 겨우 얼마 전까지만 해도 이런 말투는 전혀 문제될 것도 아니었다. 하지만 그 녀석은 예상 밖으로 사뭇 사나운 눈길로 나를 째려보면서 어슬렁거리며 다가왔다.
“영석이 이 새끼, 인자부터 그런 식으로 부르면 직이 뿐다. 임마 니가 아직도 회장인 줄 아나?”
어, 이게 아닌데, 얼떨떨했다. 그 녀석은 아예 이참에 확실하게 눌러 두겠다는 듯이 내 턱을 잡고 두어 번 가볍게 흔들며 다른 손으로는 내려칠 듯이 을러대고는 유유히 돌아서서 가 버렸다. 나는 막연하게나마 이제부터는 나를 둘러싼 생태계가 국민학교 때와는 판이하게 달라졌다는 것, 전혀 색다른 사내아이들의 힘의 질서에 적응하지 않으면 안 된다는 사실을 어렴풋이 깨달았다. ---pp.154~155

남부민동 희섭이네 집이 우리 아지트였다. 마침 그때 희섭이가 고물 트럼펫을 하나 구해서 뿜빰빠라빰빠 소리를 밀어내는 연습을 하던 중이기도 해서 우리가 거기에 모이는 날이면 버스 정류장에서부터 한 줄로 서서 희섭이가 앞장서 부는 트럼펫 소리에 맞춰 제 먹을 라면 한 봉지씩을 흔들어 대며 그 집으로 몰려가고는 했다. 동네 사람들이 흘깃거리며 웃었고 우리도 마주 웃었다.
우리는 자주 소풍도 다녔다. 선들선들 바람이 불어 놀기 좋아하는 머슴애들 콧구멍이 빵처럼 부풀면 어김없이 무슨 구실을 붙여서라도 해운대로, 송도의 혈청소 부근 해안으로, 범어사 계곡으로 몰려다녔다. 때로는 자전거를 타고 가기도 하고 때로는 마라토너처럼 달려서 가기도 했다. 해운대 백사장에서 모래를 쌓아 상처럼 만들고 작은 홈을 파서 간장을 담은 비닐봉지를 그 안에 넣고 봉지의 입구를 잘 벌려 놓으면 작은 종지처럼 되었다. 시장통에서 사 온 튀김이나 부침개에다 소주를 돌리며 ‘예술’과 ‘혁명’을 주워섬기던 그때, 드물게 누리슴 좋은 시절이었다. ---pp.230~231

만반의 준비를 끝내고 드디어 7월 6일 밤 11시 50분쯤, 도서관에서 향학열을 불태우고 쏟아져 나오는 선량한 학생들을 거슬러 학교로 숨어들었다. 괴괴한 정적만이 감도는 컴컴한 본부석에서 나는 팔을 움직여 쓸 수 있는 최대한의 크기로 또박또박 격물을 써 나갔다.
유신 철폐 / 교련 반대 / 박정희 물러가라
글자의 크기가 1미터가 넘고 격문의 전체 폭이 10미터가 넘는 대형 벽서였다. “치익, 치익” 하는, 페인트 내뿜는 소리가 굉음처럼 들리고 다리는 후들거렸지만 그것도 잠깐, 우리는 점점 간이 커졌다. 페인트 통을 흔들어 보니 아직 한참이나 남은 게 아닌가. 기왕에 시작한 거, 페인트가 바닥 날 때까지 닥치는 대로 써 갈기고 싶은 충동이 와락 생겼지만 후퇴하기로 했다. 그래도 아쉬운 김에 운동장 옆 개구멍으로 나가기 전에 야구장 백네트와 관람석도 두 친구가 각각 큼직한 필적을 남기고 무사히 빠져나와 택시를 탔다. 통금 시간인 밤 12시를 막 넘긴 시간이었다.
다음 날 아침 평소보다 일찍 학교로 가 보니 우리가 쓴 벽서는 커다란 종이에 가려 보이지 않았고 짭새들 대여섯 명만이 그 앞을 지키고 있었다. 이럴 수가! 학생들이 그 앞에 구름 떼처럼 몰려서 웅성거리며 주동자만 나서기를 기다리는 그런 장면을 상상했는데 이런 허무한 일이 있단 말인가! 나는 순간적으로 맥이 탁 풀렸다. 오전 10시쯤 짭새들이 지키는 가운데 페인트공이 밀대 붓을 들고 전지를 한 장 한 장 떼어 내며 글씨들을 쓱쓱 문대 버렸다. 그곳에서 간밤에 어떤 일이 벌어졌는지 알지 못한 채 학생들은 무심히 그 곁을 지나다녔고 흉하게 덧칠한 자국만이 관중석 벽에 남았다.
---pp.278~27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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